고난과 도야.
'내 힘으로 고전 읽기' 마지막 준비 운동으로 <문학고전강의>를 읽었다. <인문고전강의>는 '고전'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초점을 맞추며 읽었고, <역사고전강의>는 '역사'의 가치를 분별하는데 마음을 쓰며 읽었다면, <문학고전강의>는 '표현'의 방법을 공감하는데 중점을 두고 읽었다. <문학고전강의>를 처음 읽은 게 2017년 7월이었는데, 그때는 19대 대통령의 지지율이 77%를 왔다갔다하던 때였다. 현 대통령의 임기가 한달 남짓 남은 지금, 저자가 다룬 고전의 목록과 이 책의 구성,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문장들을 짧게나마 정리해본다.
이 책에서 저자가 다룬 고전 작품은 모두 13개이다. 시대를 기준으로 고대에 속하는 작품이 <길가메쉬 서사시>부터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까지 총 8개이고, 고대와 중세 그리고 근대까지 이어주는 작품이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와 <오셀로> 등 2개이며, 근대 이후의 작품은 파스칼의 <팡세>, 괴테의 <파우스트>, 멜빌의 <모비딕> 등 3개 작품이다. 저자가 책 날개에 기록한 바에 따르면, "이 책은 최초의 서사시부터 근대의 장편 소설까지 대표적인 서사 고전들을 통해, 개인이 겪는 고난의 의미와 인간 도야의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은 총 11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전 1개 작품마다 짧게는 3장 길게는 5장까지 짜여 있다. 각 고전을 시작하는 첫째 장에는 작품의 핵심을 설명하고 있으며, 이는 각 장의 제목에 응축되어 있다. <길가메쉬 서사시>를 다룬 1장 제목은 "불멸을 향해 나아간 인간의 귀결"이며, <모비딕> 첫째 장은 "겪음을 통해 앎에 이르는 충일한 인간의 삶"이다. 각 작품의 첫째 장을 제외한 나머지 제목에는 그 작품 등장 인물의 이름이 꼭 들어있는데, <모비딕>을 다룬 마지막 강의의 제목은 "위엄 있는, 신을 믿지 않는, 신을 닮은 선장 에이해브"이다.
내가 이 책에서 좋아하는 문장은 여러개 있지만, 이번에 읽었을 때는 <파우스트>를 다룬 356쪽에 특히 몰려있었다. "애초에 '노력' 자체를 하지 않으면 '방황'도 없습니다. 노력을 하기 때문에 방황하는 것입니다. 방황하지 않고 곧바로 투명함에 이르려하면 독단이 생겨날 것입니다. 방황하고 가는 과정이 바로 인간의 길입니다. 그런데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노력한다면 무작정 방황하는 것입니다. 노력이라는 힘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노력하는 한'을 '진리를 열망하는 한'이라는 뜻으로 이해한다면…"
문학은 이야기이며, 고전 문학은 잘 짜여진 이야기이다. 문학은 인간의 여러 경험과 감정을 다루며, 고전 문학은 특히 인간의 고난과 성장을 잘 다루고 있다. 길가메쉬는 왕이었지만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고, 에이해브는 선장이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아프고 괴로웠다. 길가메쉬는 고난을 겪으며 인간이 겨우 할 수 있는 길을 찾았고, 에이해브도 갖은 시련을 당하며 결국 신의 반열에 올라섰다. 고난의 시절을 지나고 있을 때 <문학고전강의>를 다시 읽었고, 덕분에 많은 위로가 됐다. 이것으로 '내 힘으로 고전 읽기' 마지막 준비 운동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