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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Apr 07. 2022

<가업을 잇는 청년들>.

끈기 있게, 묵묵히. 

<가업을 잇는 청년들>을 읽었다.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는 책으로는 <당신에게 말을 건다>,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을 읽어본 적이 있다. <당신에게 말을 건다>는 강원도 속초에서 3대째 동아서점을 운영하는 김영건 사장이 쓴 책이고,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은 대전에서 2대째 성심당을 운영하는 임영진 사장을 다룬 책이다. 동아서점에는 2020년 10월에 한번 들러 조카와 딸아이 책을 샀었고, 맛있기로 소문난 성심당 빵은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 내가 가업을 이을 일은 없지만, 나는 이런 범주에 속한 책을 가끔 찾아서 읽는다.


<가업을 잇는 청년들>은 2013년 11월에 출간된 책이다. 글쓰는 작가 3명과 사진을 찍는 작가 2명이, 대를 이어 업을 지속하고 있는 전국 7개 업장을 찾아가 오랜 시간 그들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책의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남해의봄날 출판사다운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231쪽에 출판사 정은영 대표의 이런 표현이 적혀 있었다.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하며 잠시 인생의 낭만처럼 한 해 머물다 떠나기로 하고 내려온 통영에서 출판사를 시작하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도, 서울에서는 결코 만나기 힘든 이 놀라운 문화 예술 자산 때문이었다." 


책에 소개된 명장들의 직업은 이렇다. 대장장이, 시계수리공, 장돌림, 농부, 떡 기능인, 두석장, 책방지기. 2013년을 기준으로, 대장간을 운영하는 아들이 가업을 이어나간 햇수는 8년이고, 그의 부친 강영기 장인은 50년을 대장장이로 일했다. 강단호 대표의 말이다. "제가 아버지에게 해드리고 싶은 것은 장인으로 인정 받으실 수 있게 절차를 밟는 것, 그리고 동명대장간이 100년을 넘는 대장간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새롭게 브랜딩하고, 현대적인 공간으로 조금씩 만들어가는 것. 그렇게 대장간을 희소가치가 있는 명소로 만들고 싶습니다."


또 다른 명장들이 가업을 이어나가는 2세들에게 하는 말 역시 근사하다. "제 뒤를 이어 시계 일을 하고 있는 아들들에게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하곤 합니다. 오래 번창하려면 멀리 보고 진실하게, 기계 앞에서 정직하게 일해야 한다고요." "기표가 오늘 친환경 농법 교육 갔는데, 어디 다녀봐도 다들 핵심은 안 가르쳐 줘요. 자기가 하면서 배워야 합니다. 흙하고 싸우고, 싸우기 전에 사랑하면서 이겨나가야 하는 것이에요. 그렇게 해나가야 해요." "누가 뭐라해도 끈기 있게, 묵묵히. 그러다보면 다시 좋은 세상이 오지 않을까요?"


2013년에 세상을 떠난 내 조부의 직업은 농부였다. 첫 직업이 농부였고 마지막 직업도 농부였다. 2016년에 하직한 내 선친은 제조업체의 회사원이었고 작은 회사의 대표였다. 조부는 1차 산업에서, 선친은 2차 산업에서 시대와 어울리는 일을 업으로 택했고, 그 일을 쭉 밀고 나갔다. 나 역시 선친처럼 가업을 잇지 않았다. 군 전역 후에 여러 회사를 거쳤고, 3차 산업에 속하는 계통에서 일할 때 흥미를 느꼈다. 내가 <가업을 잇는 청년들> 류의 책에 관심을 갖는 건 명장의 되고자 하는 욕망도 있겠지만, 속절없이 떠난 선친이 그리워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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