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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율의 독서 Apr 14. 2022

문재인,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문재인 대통령의 5년.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읽었다. 부제는 '한 권에 담은 문재인 대통령 주요 연설문집'이며, 2022년 3월 28일에 1판 1쇄가 발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문을 담은 책으로는, 더휴먼 출판사에서 해마다 발간하는 '대통령 문재인의 o년' 시리즈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매년 펴내는 '문재인 대통령 말글집'을 가지고 있다. 연설문 시리즈를 가지고 있음에도 이 책을 사서 읽은 건, 문재인 대통령과 대통령 비서실이 5년의 연설문 가운데 어떤 연설을 선별했으며, 또 지난 5년을 어떻게 기억하고 평가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말과 글로 생각을 표현하고 국정을 운영한다. 대통령의 연설문은 그 자체로 정치 행위이자 통치 행위이다. 


먼저 이 책의 구성부터 보자. 책은 총 3부로 짜여 있고, 각각 보훈, 외교, 경제 영역의 주요 연설문을 수록했다. 책 분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1부의 제목은 "기억하고 기리겠습니다"이며, 3·1절 기념식, 광복절 경축식, 한국전쟁 위로연, 현충일 추념식 등의 행사에 쓰인 연설문을 담고 있다. 1부의 분량 절반에서 조금 더 되는 2부는, "우리는 거대한 물줄기를 바꾸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으며 총 37번의 해외 순방 결과를 짧게 술회하고있다. 2부 분량의 절반이 조금 안 되는 3부의 제목은 "우리는 대한민국 100년의 미래를 열었습니다"이며, '한국판 뉴딜', '탄소중립', '포용국가'라는 국가 미래 전망을 구체적인 통계를 들어 제시하고있다.


다음으로 대통령의 글쓰기 방식을 살펴보자. 2011년 6월에 출간된 <문재인의 운명>에서도 드러나지만, 대통령은 장문보다 단문 구사를 선호한다. 접속사는 가능한 사용하지 않고, 같은 표현을 시차를 두고 반복하여 내용을 점층적으로 강조한다. 2017년 6월 6일 제62회 현충일 추념식 연설문이 좋은 예이다. "독립운동가 한 분이라도 더 찾아내겠습니다. (…) 기억하고 기리겠습니다.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입니다. (…) 이념에 이용되지 않고 이 땅의 모든 아들딸에게 존경받도록 만들겠습니다. 그것이 응당 국가가 해야 할 일입니다. (…) 이제 국가가 제대로 응답할 차례입니다. 합당하게 보답하고 예우하겠습니다.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 한 권으로만 한정해 문재인 정부 5년을 헤아려보자. 이 책에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없다.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없다. 박근혜 사면 결정에 대한 진지한 설득이 없다. 윤석열 정부 등장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없다. 현 정부가 다른 나라에 비해 코로나 대응을 잘해왔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다. 집권 후반기인 2021년 7월 3일에, 유엔무역개발회의가 대한민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그 지위를 승격했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무릇 평가서에는 잘한 것도 못한 것도 골고루 담겨야한다. 잘한 것과 못한 것을 제대로 평가해야, 정권이 교체된 현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2017년 5월 10일 제19대 대통령 취임식 연설문을 다시 읽어본다. "저는 오늘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지금 제 두 어깨는 국민 여러분으로부터 부여받은 막중한 소명감으로 무겁습니다. 지금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 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제19대 대통령의 임기가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하며 아침을 맞을까. 무슨 생각을 하며 저녁을 맞이할까. "이 땅에 민주주의를 온전히 복원할 것"이라는 2017년 5월 18일의 그 다짐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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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 附記


1. 이 책의 제목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2019년 8월 15일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 연설문에 인용된 김기림 시인의 시 '새 나라 송頌'의 한 구절이다. 


2. 대통령의 바람대로, 2022년 5월 9일 이후에는 모든 걸 잊고 고향에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았으면 한다. 대통령의 5년을 소중하게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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