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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집을 나왔습니다

엄마의가출일기

엄마의가출일기

원래 나의 여행스타일은 철저한 계획형이다. 스프레드시트에 분단위의 시간까지 작성해가며 일정을 짜둔다. 어떤 음식을 먹 고, 경비는 얼마가 들며 지하철 출구는 몇 번으로 나와야하는 지 등등. 디테일한 계획 덕에 여행하는 동안 특별히 헤매는 일은 없었고 그렇다할 에피소드도 별로 없었다. 그리고 사전에 내가 가볼 곳의 후기나 사진 등을 너무 많이 보고 간 터라 막 상 현지에 도착해서 보면 큰 감흥이 없었던 적도 많았다. 또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은 변수를 최대한 적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꼼꼼한 일정은 필수였는데, 사실 가기 전부터 피곤해지곤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가출’이라는 의미에서 큰 계획없이 가게 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그럴 시간 따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겠지만, 체코 근교를 다녀오는 하루짜리 투어 프 로그램과 모차르트 오페라 공연만 예약하고 무작정 떠났다. 


게이트를 나서고 마주한 프라하 첫인상


공항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우버 를 부르는 일이었다. 내 여정에서 우버와 구글맵이 없다면 여행이 불가능하다 말 할 정도로 매우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프라하에서 처음 만난 우버 기사 Alex는 픽업장소를 못찾아 헤매는 날 위해 게이트 앞까지 찾아와주는 친절한 친구였다. 가족을 동반할 때는 물론 나홀로 가출할 예정인 엄마들에게 강 력추천한다. 택시 잘 못 탔다가 바가지 쓰는 일도 줄일 수 있 을뿐더러, 결제도 간편하고 여정 기록까지 남으니 여행을 추억 하기에도 좋다. 


Alex가 틀어준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공항에서 프라하 시내 로 들어섰다. 풀과 나무 밖에 안 보이던 나의 시야에 서울에서 는 보기 힘든 색색의 예쁘고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눈에 들어오 기 시작했다. 동남아 여행에서 그동안 목격한 풍경과는 많이 달랐고, 혼자 떠나온 설렘까지 더해진 여행의 기대감으로 심장 은 두근두근거렸다. 게다가 구름 한점 없는 맑은 하늘 덕에 유 난히 프라하는 반짝반짝 빛나 보였고 어서오라며 나를 환영해 주는 것 같았다. 저 멀리 카를교와 나란히 달리고 달려 구시가 지로 들어섰고, 구불구불 터덜터덜 돌길을 여러번 지나 숙소에 도착했다. 내가 그동안 흔히 봐온 화려한 간판이 반겨주는 호 텔이 아니었다. 눈에 띄는 표식이라 할 것이 따로 없었기 때문 에 길치인 나는 우버를 타고 오기를 참 잘했구나 싶었다. 


무계획으로 여행을 온터라 숙소에 짐을 풀었을 때 이제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했다. 해가 뉘엿뉘엿 지려고 하던 찰나여서 유 명세를 떨치고 있는 프라하 야경이라도 보자 싶어 카를교로 향 했다. 이 곳 사람들은 여기 다 모였나 싶을 정도로 매우 다양 한 여행객들이 다리 위를 가득 메웠다. 발 디딜 틈 조차 없었 고, 소매치기 당할까 내심 긴장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것도 잠시, 눈 앞에 펼쳐진 프라하성과 그 주변을 둘러싼 주황색 지 붕의 집들은 나에게 프라하에 왔음을 알려주었다. 다리 중간중 간 이름모를 음악가들이 들려주는 연주는 너무 행복해서 지금 의 순간을 의심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음율이었다. 


그렇게 멍하니 멋진 야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계획없이 온 이 번 여정이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무작정 거리 곳곳을 마냥 걸어볼 생각이었는데, 그러기에는 아름다운 곳이 많았고 그저 예쁘기만 한 건축물들의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여행책 을 들고 오기는 했지만 그곳에 소개 된 글 따위는 눈에 들어오 지 않았다. 일정 첫 날, 투어를 통해 프라하 곳곳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결정하면 좋겠다 싶어 뒤 늦게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계획없이 왔지만, 계획을 세워보기 위해 투어를 시작했다. 




낯선 풍경 앞에 기분좋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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