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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게 모차르트

엄마의가출일기


프라하는 음악의 도시이기도 하다. 음악의 도시하면 오스트리아 비엔나가 많이 알려져있지만, 매년 5월 ‘프라하의 봄’이라 는 국제 음악제가 열리고 ‘체코인들은 말보다는 바이올린을 먼저 배운다’는 말이 있을정도로 음악의 도시이다. 음악의 도시에 왔다면, 작은 클래식 공연이나 오페라 관람은 도전해볼만하다. 음악을 1도 모르는 나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러 이곳까지 온 만큼, 제대로 즐겨보고 싶었다. 그래서 검색하던 중 ‘모차르트 디너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려 2인 테이블을 예약하여, 나 홀로 테이블에 앉아 오페라를 즐기는 호사를 누렸다. 


모차르트 디너쇼는 식사를 하며 관람하는 모차르트 작품의 갈라쇼 같은 것이다. 친숙한 모차르트의 음악이 귓가를 멤돌아 친숙하게 즐길 수 있다. 모차르트 디너쇼가 열리는 그랜드 호텔 보헤미아 지하의 보카치오 홀은 1925년에 오픈한 역사가 깊은 곳인데, 홀 안의 화려한 장식이 바로크 스타일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홀에 들어섰을 때, 화려함에 기가 눌리기도 했다. 비록 여행 중이지만, 디너쇼 참석을 위해 세미 정장을 위한 재킷을 챙겨왔다. 재킷을 입고 오지 않았더라면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을지도 모르겠다. 이 곳에 온 사람들은 깔끔한 정장차림이거나, 파티 드레스 같은 것을 입고 왔다. 검은 롱 재킷 덕에 격식을 차릴 수 있었다. 


모차르트는 오스트리아 사람이지만, 프라하에서 돈 지오반니를 작곡하고 프라하에 머물며 음악활동을 이어갔다. 모차르트가 죽었을 때, 그의 죽음을 비엔나보다 프라하에서 더 추모하고 기렸다고 한다. 그만큼 프라하는 모차르트의 스피릿이 깃든 곳이다. 피가로의 결혼은 자신의 음악을 사랑한 도시, 프라하를 위한 선물같은 것이었다. 클래식과 친하지 않은 나지만, 돈 지오반니나 피가로의 결혼 정도는 귀에 익은 터라 손가락을 까딱 거리며 아는 척 하며 즐길 수 있었다. 각 파트가 끝나면 식사가 나오는 형식이었는데, 준비된 와인과 함께 호화스러운 보카치오 홀에서 즐기는 저녁은 황홀했다. 


식사를 하는 도중 내 옆자리 할아버지가 손수건을 떨어뜨렸다. 다리가 불편한 듯 휠체어에 앉아 계셨기에 손수건을 직접 주어 드렸다. 환한 미소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자연스레 내게 말을 걸었다. 혼자서 오페라를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여행온지는 얼마나 됐는지 물었다. 짧은 영어 실력이지만 두 아이의 엄마이고, 자유를 허락받아 여행중이라 말했다. 할아버지는 캐나다에서 왔고 일주일 째 프라하에 머물며 이 곳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는데, 할아버지와 함께 계셨던 여성이 화장실에서 다녀온 듯 했다. 할아버지는 그 여성에게 한국에서 온 친구라며 나를 소개 했다. 캐나다로 이민간지 20년이 넘은 멋진 백발의 중년 여성은 나에게 아주 보기 좋다며 지금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기라고 했다. 그때 내 기분은 마치 딴 세상에 와 있는 듯 했다. 풋! 부 잣집 딸이 된 것 같다고 할까. 평소에 잘 하지 않는 ‘칼질’이라고 하는 것을 하며, 와인을 마시고 있고 내 주위에는 잘 차려 입은 사람들로 가득한 이곳. 그리고 내게 말을 건네고 있는 중년 여성은 우아함이 몸에 밴 교양으로 가득했고 음악은 화려했다. 그 곳에 앉아 있는 동안 나는 평소와 달리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앉아 있었으며, 음식을 먹는 것 또한 평소와는 달리 천 천히 아주 천천히 먹었다. 나는 2시간 남짓 잠시 다른 세상에 가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박수 갈채가 이어졌고, 그 또한 또 다른 선율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뜨거운 열기에 앙코르 공연이 이어졌고 그 무대는 객석에 오페라 배우들이 들어와 함께 했다. 행여나 내게 다가 올까봐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는 나는 전형적인 소심한 한국인의 모습이었다고 해두자. 


앙코르 공연도 끝이 나고 마지 막 디저트까지 나왔다. 모두들 공연의 여운을 함께 나누며 즐 기고 있었는데, 피곤하기도 했고 딱히 혼자 앉아 이야기 나눌 파트너도 없었기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뭔가 아쉬워 캐 나다 할아버지와 멋진 중년 여성에게(할머니라 부르기에는 너무 아름다웠다.) 오늘 만나서 너무 즐거웠고 남은 여행을 잘 즐기시라 했다. 사실 속으로는 이 순간을 기념하고 싶어 사진 한 장 찍자 하고 싶었지만 수줍어 말을 건네지 못했다.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면 내 눈빛이 말을 하고 있었을 까, 그 여성은 “이것도 인연인데 기념으로 사진하나 남겨요.” 라며 나를 자리에 앉혔다. 그렇게 그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 을 수 있었다. 


아차. 그러고보니, 이번에도 이름을 물어보지를 못했네.
휴. 다음 여행에서는 한번이라도 인연이 닿은 낯선이에게 꼭 이름을 물어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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