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신입 PO의 모험기 (3)

처음으로 맡은 PO 포지션, 해외 팀들과 프로덕트를 만드는 데까지.

by 도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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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건 나의 한계를 정하지 않는 것이다'


나의 친한 친구이자, 형이자(친형 말고), 멘토인 분이 말씀하기를 '신입은 나대면 안 된다'라는 것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나의 모토다.


멘토는 국내의 유니콘 기업에서 꽤 높은 자리에 재직 중이며, 1년에 두 어번 소식을 전하러 가끔 만난다. 그 사람은 낚시를 좋아하고 나도 좋아하지만 우리 둘은 같이 낚시를 가본 적이 없다.


그와 이야기를 하면 내가 모르는 것들을 정말 많이 얻고 배운다. 그 사람과의 술자리는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는 자리이고, 따끔하게 자아성찰을 하게 만드는 자리이기도 하다. 달콤함과 씁쓸함의 조화가 생각보다 사뭇 좋았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을 찾고 싶어지고 그 사람과 대화를 하고 싶어 진다. 나의 부족함과 가능성을 엿보는 자리이기 때문에.


하지만 멘토와 만나고 나면 당분간은 연락을 하지 않게 된다. 직전의 술자리에서 나눈 대화들로 몇 개월 간 그의 빈자리가 채워진다. 멘토가 한 말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음미한다. 가끔 이런 내가 변태적이라 생각될 때가 있지만 그래야 그가 나누어준 지혜와 지식을 간접적으로나마 맛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CEO처럼 일하고 싶다. 내가 회사의 실질적 결정권자는 아니지만 잘게 쪼개어서 보면 내가 맡은 업무의 흐름에서는 내가 결정권자다. 대표처럼 일을 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감이 잘 오지 않지만 우리 회사의 CEO와 일을 하며 한 가지 느낀 점은, 이 사람의 뇌는 자기 전까지는 계속 가동 중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생산적인 방향으로.


밤늦게까지 같이 일을 할 때가 종종 있었는데 열정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았다. 잘 때를 제외하고 자신의 사업에 뇌를 풀가동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해야 하나 생각해봤는데, 이건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냐 보다도 어떤 책임을 지느냐의 문제인 것으로 귀결되었다.


그는 자신과 같이 일을 하는 동료들의 급여와 회사생활을 책임진다. 직원의 급여를 책임진다는 말은 직원의 삶의 일부를 책임진다는 말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회사생활을 책임진다는 말 또한 마찬가지다.


'자신에게 충분히 무거운 책임을 지려고 노력하라.'


'십자가를 지고 언덕을 올라라.'


내가 좋아하는 조던 피터슨이라는 사람이 한 말이다. 그는 성경 구절과 의미를 종종 인용하고 풀이하는데, 한 번은 위와 같은 내용의 말을 한 적이 있다. 삶의 의미는 충분한 책임을 지는 것에서 오는 것이라고.


나는 내 회사의 최고 책임자와 같이 일을 하며 그 사람이 지고 있는 책임을 볼 수 있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가 흘리는 피와 땀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무거운 짐을 지고 언덕을 오르는 모습을 옆에서 보았지만 그의 눈은 총기를 잃지 않는 듯해 보였다.


그래서 나도 나만의 십자가를 지고 언덕을 올라가기로 했다. 언덕을 오르지 않고 타인을 조롱하며,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이 되기보단 무거운 짐을 지고 총기가 가득한 눈을 지닐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무거운 책임을 지기로 다짐했다.


내가 맡은 프로덕트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직감하고, 같이 일하는 동료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들이 가지는 나에 대한 의구심과 내가 해결해야 할 것들이라며 눈치를 주는 간접적인 의사표현들이 모두 내가 져야 하는 책임이라는 것과 내가 지고 가고 싶은 책임이라는 것을 느꼈을 때 나는 오히려 생기가 돋워졌다.


그래서 나는 해외 팀의 PM과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더불어 다른 동료들의 목소리를 더욱 가까이 들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업무용 메신저에서 활동을 전보다 많이 했다. 그리고 수정이 필요한 사항들을 바로 잡으려고 애를 썼다. UI/UX, 서비스 플로우 수정사항을 전달하고 미팅을 통해 조율하고 소통의 오류가 난 부분을 스스로 통제하려고 했다.


- 4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