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맡은 PO 포지션, 해외 팀들과 프로덕트를 만드는 데까지.
어찌 보면 맞는 말일 수도 있겠다. 특히나 나처럼 갑자기 프로덕트를 관리하는 직무를 맡은 경우에는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세상에 나온 프로덕트들을 만든 사람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말일 수도 있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에게 필요한 제품, 가치를 줄 수 있는 제품들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혹은 더 좋은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제품들 중 대다수가 실패하지 않을까?
파레토 법칙에 따라 간단히 생각해보자면 세상에 나오는 제품들 중의 80%는 사용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사장된다. 나머지 20%만 사람들이 사용한다.
근데 과연 그럴까? 나는 PM이 만드는 것의 90%는 똥이라는 말을 누군가에게 듣고 난 후 그것은 내 스마트폰의 앱들의 목록과 사용하는 앱들, 시간을 생각해보았다.
확실히 내가 하루에 사용하는 앱들은 전체의 20%도 채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알림을 차마 끄지 못해 억지로 알림을 보고 지우는 그런 앱들을 제외하면 20%가 되지 않았다. 내가 그 많은 앱들 중 앱 내의 상품을 구매하는 것으로까지 이어진 제품은 20%의 반에 반도 되지 못했다.
내 앱 사용/구매 기준으로 봤을 때 실제로 유저들로 하여금 제품을 사용하게 하는 것도 엄청나게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거기에다가 구매 전환을 시키려면 거기서 또 엄청난 노력을 부어야 한다는 것인데 어느 정도 맞는 말 같기도 하다.
나는 그래서 생각을 좀 전환해보기로 했다.
'어차피 만들어도 똥이 될 건데, 나 말고도 이런 거 만드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똥을 싸지르는 거나 마찬가진데 나도 그냥 똥 한 번 만들어보지 뭐.'
회사 입장에서는 기가 차고 코가 막힐 노릇이겠지만, 사실 나는 저런 생각에 실패를 딛고 피어나는 성공의 메시지가 담겨있지 않나 싶다.
나는 '내가 만드는 게 똥이 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보다는 그냥 내 결정이 틀리더라도 시도하는 것을 택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내 UI/UX 디자인과 서비스 플로우, 제품의 아이디어 등 여러 군데에서 피드백이 새어 나왔다. 마치 내가 실패하지 않으려고 깨지 않고 있었던 무언가를 깨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피드백이 숨 쉴 구멍이 드디어 뚫린 것이다.
하지만 책임을 온전히 지려하니 무거웠다. 나는 UI/UX 전문가가 아니었고 서비스 플로우나 프로덕트 도큐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전문가가 못 되었다. 나는 '제대로 하는 것'과 '전문가스러움'이라는 것이 뭐길래 나를 두렵게 하는지 궁금했다.
나는 이내 그것들은 내가 만들어낸 두려움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아직 내가 경험이 없고 아는 것이 부족해도, 배울 의지와 노력은 충분히 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려워하기보다는 내 방식대로 제대로 해보자는 의지를 불태웠다.
팀원 중 한 명은 내가 너무 혼자 다 한다며 나를 돕고자 했다. 그는 나와 해외 팀과의 가교 역할을 자처했다. 하지만 나에게 불만이 있던 팀원 한 명이 나에게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문서를 제출했고, 나에게 억지스러운 문서들을 요구했다. SRS를 줘야 뭘 할 수 있지 않겠냐며 나에게 타박 아닌 타박을 했다. 나는 직감적으로 문제의 발단은 나에게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 5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