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덩이

욕심과 허상

by 도묵

뜨겁다.

차가운 내 몸뚱이를 녹이려 불덩이에 의지한다.


하지만 이내 내 몸이 녹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덩이와 멀리 떨어져 다시 차가운 곳으로.


추웠다.

차가운 내 몸뚱이를 녹이는 불덩이가 이젠 없다.


내 몸이 얼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시금 불덩이를 찾았다.

아, 혹시 불덩이를 지나면 따뜻한 곳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불덩이에 조금씩 다가갔다.

한 걸음. 한 걸음. 아 뜨거워.


뜨거움에 나는 몸서리치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구석에 낡고 부식된 사다리.


나는 그곳을 올라가려 손을 뻗었다.

이내 뜨거워진 내 손이 사다리를 태웠다. 화르륵.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 알 수도 없는 사다리.

불에 타며 밝게 빛나는 끝도 없는 사다리를 바라보기만 했다.


다시, 불덩이 앞.

이제는 더 갈 곳이 없다.


사다리를 먼저 발견했다면 어땠을까.

사다리를 왜 못 봤지. 하는 생각을 뒤로 나는 불덩이 앞으로 걸어 들어갔다.


내 몸이 타들어가는 줄도 모른 채.


그가 떠난 주변에는 아름다운 정원과

울타리, 푸릇한 언덕, 미소를 띤 사람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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