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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는 날

by 우연

조리원 퇴소일 아침은 굉장히 분주하다. 차 안에서 수유할 수는 없으니 집에 가는 동안 아기가 배고프지 않도록 퇴소 직전 배불리 먹일 수 있게 새벽부터 아침까지 유축모유를 세 병 만들었다. 남이 차려주는 마지막 아침식사를 한 뒤 짐을 챙겨 신생아실로 향했다.


“어머니, 유축량을 보니 충분히 완모 가능할 양이에요. 집에 가시면 유축하지 말고 직수 바로 시작하시면 되고, 신생아는 텀이 없으니 애가 배고파할 때마다 물리면 돼요.“

“애가 배고픈지 어떻게 알아요?”

“지금 우는 이유는 딱 세 가지에요. 졸릴 때, 배고플 때, 기저귀가 축축할 때. 자고 일어나서 기저귀를 갈았는데도 칭얼댄다면 배고픈 거예요. 거의 1~2시간 간격으로 먹이면 된다고 생각하세요. 모유는 분유보다 소화가 빠르기 때문에 자고 있더라도 4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해주세요. 4시간 동안 잔다면 깨워서라도 먹여야 합니다.”

“선생님 저 잘할 수 있겠죠? 너무 겁나요.”

“아유 잘할 수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모르는 거 있으면 언제든지 신생아실로 연락 주세요. 그럼 파이팅이에요!”


신생아실에서 아기를 안고 나오니 이제 진짜 아기를 봐줄 선생님들이 안 계신다는 사실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진짜 이 죽일 놈의 호르몬.’


눈물을 훔쳐내고 지하 1층에 위치한 소아과에서 예방접종을 맞힌 뒤 차에 탑승했다.


‘신생아가 타고 집으로 가고 있어요, 조금 느려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A4용지에 꾹꾹 써둔 글을 자동차 창문 곳곳에 붙이고 시속 40km로 조심조심 운전하며 집으로 향했다. 전셋집 이삿날과 맞물려 5분 거리의 집으로는 갈 수 없었기에 1시간을 운전해서 친정엄마 집으로 왔다. 핸들이 흠뻑 젖을 정도로 긴장한 남편이 면허증을 취득한 이후 가장 조심스럽게 운전한 날이다.


친정집에 도착하니 부모님이 안방에 아기침대를 미리 세팅해 주신 덕분에 아기를 바로 눕혀 재울 수 있었다. 속싸개에 포옥 싸인 채 익숙한 방에서 자고 있는 아기를 보니 이제야 실감 나기 시작했다.


‘이제 진짜 실전이다.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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