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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Feb 13. 2022

3rd week. 아이데이션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느냐가 차이를 만든다.

손님, 저한테 고마워하실 거 없습니다. 본인한테 감사하는 편이 나을 거예요, 그건 그냥 숙면 캔디였거든요. 잠을 잘 잘게 해 주는, 그 꿈은 이미 다 손님 머릿속에 있던 겁니다. 영감이라는 말은 참 편리하지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 대단한 게 툭하고 튀어나오는 것 같잖아요? 하지만 결국 고민의 시간이 차이를 만드는 거랍니다.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하는지, 하지 않는지 결국 그 차이죠. 손님은 답을 나올 때까지 고민했을 뿐이에요. -  달러구트 꿈백화점 p.214




3주 차 아이데이션 글을 적는다고 했지만, 아이디어 관련해서는 아직 출시 전 대외비이기 때문에 2주 차 시장조사로부터 어떻게 아이데이션 했는지 정도 기록할 예정이다. (나중에 서비스가 출시되고 성공해서 이 글을 수정하고 싶다..!) 각자 맡은 시장조사를 한 우리는 국내를 비롯해 미국/일본 시장조사와 관련 스타트업들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시장의 문제라고 생각해서 이런 서비스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은 대부분의 것들은 정말 소름 돋을 정도로 죄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였다.


이젠 더 이상 '새로운 비즈니스는 없다'는 말을 비로소 체감했다. 대중적 인지도 필요 유무나 내가 그들의 타깃 군에 속에 들지 않았을 뿐, 그리고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느냐가 문제지, 이미 일상 속에서 아니면 어떤 산업군에서 문제나 비효율, 불편함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이 누군가가 실험했고 도전했다, 나는 물론 당신이 생각한 거의 대부분의 서비스는 어딘가에 작게나마 존재하거나 존재했었다.


나는 미국 시장 관련 스타트업 조사 담당자였는데, 5년 전에 아무 생각 없이 교환학생 갔던 학교 근처 관광으로 했던 방문이기는 하지만 나는  실리콘밸리에 갔던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엄청난 기회였는데.. 무튼 어렸을 적부터 미국은 왜 잘 살까 가 항상 궁금했고, 이미 5년 전에도 스타트업으로 실리콘 밸리라는 마을을 형성했던 그 미국을, 조사했다. 하면서 열심히 서치하고 저녁이면 읽었던 책들들에 자주 등장하여, 정말 꽂혀버린 피터 틸이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외식 사업이야말로 경쟁이 치열한 끔찍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 시대는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외치지만 사실은 독점하는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그가 말하는 핵심인데,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은 것 마냥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식시장을 예로 들었지만 자본주의 시대에 대한 통찰이 마음에 와닿았다. 세계의 석학 피터 틸이 끔찍한 사업이라고 평가한, 그런 외식시장에서 무슨 비즈니스를 해야 할까라는 퀘스쳔이 더 강하게 머릿속을 지배했다.


다음으로는 시대의 변화에도 주목했다. 시대의 흐름에 탑승하지 못하는 서비스는 외면받는다. 물론 그런 트렌드만 쫓는 사업도 반짝하고 져버린다. 그러나 흐름이 생기는 건 이유가 있는 거다. 왜 그런 흐름이 생겼는지 원리를 알려고 하고 깨닫는 일은 어떤 일에 종사하든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웹 3.0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의견이 전반적이었다. 플랫폼 경제에 대해서도 불만을 갖고 더 나은 생태계를 위해 이제는 더욱더 견고해진 D2C세상이 찾아올 거라 예측한다. 더 나은 연결되기 위해서는 더 안전하고 공정한 알고리즘이 필요하고 그것들을 지탱하는 것이 블록체인이다.(개인의 관점이므로 아닐 수 있음 주의)


남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이전에는 관심도 없던 블록체인이니 암호화폐에 대해서도 다 같이 열심히 공부했다.(아직 주린이지만,, 업비트도 깔았다..) NFT, 메타버스 뭐 테크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것들을 어떻게 비즈니스로 만들어 내는지 모두가 주목하며 준비하고 있는 태동의 시대라고 생각했다. 조사 후, 네 명이 공통으로 했던 말은 미국이나 일본에 있는 성공한 어느 서비스를 잘 벤치마킹해서 그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국내에 안착만 시켜도 성공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우리나라 유니콘 기업들 중 대부분은 유사한 원리의 비즈니스 모델이 적어도 길게는 5~10년 정도 전에 미국이나 일본을 비롯한 외국에 있었던 모델인 경우가 많았다. 잘만 따라가도 반은 간다는 말이 진짜였다.


1주 차 교육, 2주 차 시장조사를 통해 내가 내린 아이데이션 방향은 다음과 같았다. 아마 이 단락이 오늘 글에 핵심인 나만의 아이데이션의 방법일 수 있을 거 같다.


1.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없다, 매력적인 저 수익 구조가 이 시장에 있는지 없는지, 없다면 그것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2.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하는 요소(이해관계자, 수익구조 등)가, 내가 적용하고자 하는 산업이나 아이템과도 1:1 치환이 가능하다면?

3. 끔찍한 사업이라는 건 문제가 많다는 건데, 그럼 내가 그 사업을 하는 건 바보일 수 있지만 역으로 그 사업을 도와줄 수 있는 포인트는 많을 수도 있겠다.


이러한 인사이트들로 바탕으로 우리 팀의 명언인 '샤워할 때'도 고민하고, 퇴근하며 걸을 때도, 잠에 들기 전 침대에 누워서도 서점에 가서도 글을 쓸 때도 외식업 관련해서 무슨 사업을 하면 좋을까를 골똘히 고민했다. 2주간의 경험들을 토대로 각자가 무려 8가지 아이디어를 도출해냈다. (누구도 아직 시키지 않았는데도..)

지금 생각하면 웃긴 키워드들이 너무 많고 물론 이 키워드들에 대한 서비스도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마다 본사와 진행하는 주간회의시간에 이러한 시장조사 결과와 8가지 아이디어들을 러프하게 말씀드렸고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열정 넘치게 열심히 한다며 아주 흡족해하셨다. 담당자는 그중 4가지 아이디어에 대해서 각자가 낸 아이디어들에 대해 한번 더 딥하게 조사하여 디벨롭해오는걸 다음 주차까지의 과제로 설정했다. 그리고 본사에서는 우리의 인큐베이팅을 위한 AC사 선정이 열심히 진행 중에 있었다. 그렇게 3주 차까지의 고삐 풀린 열정의 시간이 지나갔다. 그리고 4주 차 대망의 아이디어 발표의 자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Epilogue]

'어려서 그런지, 아이디어가 신박하잖아요'라는 말을 회사 다니면서 정말 많이 들었다. 사고뭉치 신입시절부터 잘한다고 칭찬받은 유일한 한가지 였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아이디어가 많고 잘 떠올리냐는 물음에 대해 나만의 아이데이션 비법은, 다른 하드 스킬들과는 다르게, 자신 있게 답을 해줄 수 있다. 왜냐면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누구보다 열심히 고민하면 된다. 밥을 먹을 때도, 샤워를 할 때도, 길을 거닐 때도, 친구랑 이야기할 때도 머릿속에 맴돈다면, 몰입의 차이가 아이디어의 차이를 만드는 거지, 다른 무언가가 있는게 아니다.  


"그 꿈은 이미 다 손님 머릿속에 있던 겁니다. 영감이라는 말은 참 편리하지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 대단한 게 툭하고 튀어나오는 것 같잖아요? 하지만 결국 고민의 시간이 차이를 만드는 거랍니다.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하는지, 하지 않는지 결국 그 차이죠. 손님은 답을 나올 때까지 고민했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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