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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Feb 27. 2022

5th Week. AC와 Kick-off

인생은 드라마의 연속

"준비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5년전이였다면 이 아이디어에 투자했을거 같아요, 지금 시점에는 이런 사업에는 투자 안합니다. 그래서 그런데, 전에 사장시켰던 것들도 한번 들어보죠"


다른 프로젝트처럼 내부에서 위계질서에 의해 진행되었다면, 시장에 직접 몸담고 있는 외부인의 관점이 없었다면, 오지 않았을 순간이였다. 그 순간의 희열은 말로 다 못할 느낌이였다.


아이디어나 의견을 개진하면, 치기 어린애를 달래듯 니가 아직 몰라서 그런다며, 안된다던 회사 사람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그렇게 해서 어쩔 수 없다고 사장 되었던 내 사업 아이디어는 AC에 의해 다시 부활했다.




4주차 까지 열심히 준비했던  아이템이 박살났다. 아쉽겠다며 달래주는 멤버들에게는 씩씩하고 쿨한척, 나름 아무렇지 않은 (?)했다. 이제  시작점을 딛고 같이 앞으로 달려 나가야 하는 멤버들에게 개인의 감정으로 인해 지체되거나 사기가 저하 되는 일은 나름 민폐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해서 후회는 없다는 말로 아쉬움은 뒤로하고 선정된 멤버의 아이디어를 2 디벨롭 시키는데에 몰두했다.


드디어 1년간의 파트너인 AC사와의 미팅을 앞두고 자료 작성 담당이였던 나는 미팅자료를 준비했다. 4주차 글에 적었듯 자료의 목적과 대상 부터 명확히 생각해봤다.  (4th Week글 다시보기 : https://brunch.co.kr/@wooyeonism/22)


대상은 우리에 대해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외부 파트너사이며 자료의 목적은 우리의 4주간의 진척 히스토리를 알려드리며, 선정 아이디어에 대한 투자자 관점에서의 아이디어에 대한 허심탄회한 심사 요청이였다.

따라서 두가지를 고려하여 목차는 1. 히스토리 2. 선정 아이디어 PT 3. 이전 아이디어 요약 으로 구성했다.

+ 혹시라도 히스토리를 들으시다가 질문하실지 모르니 어펜딕스로는 이전 아이디어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


이런 식으로 자료의 목차와 구성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리고 나면 이전에 있던 자료들을 짜집기하고 없던 것은 보충하여 완성했다. 내가 냈던 아이디어가 아니였어도, 선정된 아이디어는 꽤나 매력적인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다. 발전 시키기 위해 외식업체 인터뷰도 다니고 식품제조업체 인터뷰도 다니면서 콧바람도 쐬고 언제 속이 상했었냐는듯 다른 멤버의 아이디어도 내새끼처럼 열심히 준비했다. 자료 담당이였으므로 또 자료작성을 맡았는데 이젠 우리 팀의 자료이므로 더욱 신경써서 만들었다. 이렇게 사업 기획안을 간략하게 설명드렸을때는 다음과 같이 구성했다.


1. Brief - 사업 아이템 요약 (두괄식)

: 사업에 대해 요약하는 일은 진짜 어렵다. 맨 앞장에 써놔야 하지만 맨 마지막쯤이 되야 작성할 수 있다. 한줄이지만 서비스를 담아 내는 한 줄 정의이기 때문에 서비스가 명확하지 못하면 정리되지 않는다..


2. Problem - 시장/고객의 Pain Point

: 시장과 고객의 문제가 명확해야 한다. 생각보다 스타트업들이 이것을 명확히 할 수 있느냐/없느냐의 차이, 이미 기존에 발견된 문제점인지 아닌지가 사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 작성단계에서도 가장 어려운 부분이 아닐까 생각든다. 이 부분이 매력적이라면 아마 엘리베이터 피칭이라고 말하는 단시간 내에 투자 성공유치가 판가름 낼 때, 어느정도 연륜이 있는 투자자라면 이 부분만 듣고도 스타트업의 사업성을 판단하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3. Business Model - 사업모델 정의

: 사업의 이해관계자들이 등장해서, 캐시플로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떻게 수익이 창출되는지 수익 원리가 명확히 표현되어야 한다. 이 페이지는 최대한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한 도식화나 실제 목업 UI/UX라도 등장하게 되면 플러스가 될거다.


4. Next step - 사업 확장 방향

: 지금 현재 서비스가 확실한 페인포인트이며 사업성이 있더라도, 향후 확장 가능성이 없다면 투자를 받거나 유망한 아이디어로 평가받기 어려울 수 있어서 이부분은 러프하고 무모할지라도 꼭 지향하는 바를 밝히는게 좋다고 생각한다(꽤 많은 아이디어들이 단순 문제 해결 이상의 서비스의 비전이나 향후 방향을 정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한,, 꽤나 어려운 일이다)


그렇게 4명이 처음으로 합심하여 정리한 우리의 첫 사업 아이템은, 외식 영업을 해본 멤버의 인사이트로 나름 명확한 고객의 페인포인트를 바탕으로 사업성이 꽤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본사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하나 표면상으로 걸리는 점이 있다면 수익을 창출할 시점이나 우리가 생각하는 적정 서비스 이용료를 타협하기가 어렵다는점 정도였다. 그러나 이것은 해결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한 이 아이디어에 진짜 문제는 아까 앞에 짚고 넘어갔던 것처럼, 단순 문제 해결 이상의 서비스 비전이 있는가? 였다. 어떤 비효율을 해결해주어 어떻게 돈을 벌게 되는지는 알겠고 우리회사가 당면한 현재 상황과도 너무 찰떡으로 잘맞는데, 프로세스를 효율화하여 이용료를 받는것 외에 범위가 한정적이고 시장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되는가?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적어도 내가 인상 깊다고 생각한 서비스들은 지금 현재는 뭐 그게 되겠어? 싶을만한 비전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렇지만 큰 문제라고는 생각안했고 우리회사가 여태까지 행해온 행적들을 봤을 때에는 이만한 사업아이템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AC에게도 좋은 평을 받을거란 모두의 기대는 그 날 마주한 대표님의 피드백으로 산산조각 나버렸다.   


"준비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5년전이였다면 이 아이디어에 투자했을거 같아요, 지금 시점에는 이런 사업에는 투자 안합니다. 그래서 그런데, 전에 사장시켰던 것들도 한번 들어보죠"


우리는 모두 당황했지만 그는 이런 서비스는 5년전에 각광받던 아이디어지, 실제 지금 사내벤처가 아닌 진짜 벤처라서 누군가의 투자를 받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고 했고 진부하다고 판단될 수 있다고 했다.


그 피드백을 듣고 잠시 멍해졌다. 우리는 정말 명확한 서비스라고 생각했지만 명확하다는 것은 그만큼 뻔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뒷통수를 한대 쎄게 맞는 기분이였다. 정말 시장은 냉정하구나


벤처에 지원하고 읽었던 수 많은 스타트업 책들 중 어떤 책에서 읽었던 구절이 생각났다. 스타트업의 성공을 뭘까? 라는 질문에 기존 기업과는 다르게, 실적이나 지표가 명확한 기업의 기존 성공의 정의가 아니라 아직은 미지수지만, 누군가에게, 미래를 보여주고 투자를 받고 앞으로의 확장에 대한 가능성을 파는건 아닐까? 라는 대답에 그럴 수 있겠다며 고개를 끄덕이던게 기억났다. 스타트업이라는 사업형태의 정의는 무엇일까? 수익원리는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전과는 다르게 어쩌면 미래 유망성을 근간으로 시장의 가치를 평가받고, 그 가치를 파는게 스타트업일수도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을 했다.


아직 그 답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1년이 지나고 나는 어떤 정의를 내릴진 모르겠지만 대표님의 말은 우리가 대기업 개구리라 깨닫지 못한 아주 중요한 포인트였다. 미래 유망하여 남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게 만들만큼 현재 시장이 주목하는 비즈니스인가 라는 대목은  내부 누구도 고려하지 못한 점이였다. 항상 안정적으로 투입 비용 대비 돈을 벌 수 있는가?에 더 초점을 맞추고 검토하는 회사들의 사고방식에선 말도 안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전에 사장되었던 아이디어들에 대해 브리핑했고 AC는 그 아이디어에 날개를 달아 줄 수 있는 부분이나 기술들에 대한 접목을 예로 들어주셨다. 그 날 부터 우리의 과제는 이전과는 180도 다르게 변했다. 완전 새롭운 시각에서 새로운 분야들에 대해 과제를 도출하고 공부하게되었다. 웹3.0 세상, 메타버스, 블록체인, NFT, 비트코인과 같이 내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들, 너무 먼 얘기라고만 생각했던 단어들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세상이 정말 많이 변하는데 나만 몰랐구나를 다시한번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었다.


다른 프로젝트처럼 내부에서 위계질서에 의해 진행되었다면, 시장에서 정말 투자를 하기도 잃기도 하며 촉각을 곤두세우는 더욱 철저한 외부인의 관점이 없었다면, 오지 않았을 순간이였다. 사장되었던 아이디어가 생각해볼만 하다며 뼈와 살을 붙여주셨고, 그렇게 거절되었던 아이디어는 다시 살아났다. 그 순간의 희열은 말로 다 못할 느낌이였다.


그리고 정말 드라마틱하게 우리는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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