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방향대로 누군가의 결정을 얻어 내기 위해서는 설득이 필요하다
비즈니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설득'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제조업에 종사한다 가정하더라도, 어떤 제품을 제작해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도 일종의 설득이며, 회사 내부에서 어떤 기획이나 운영안 역시도 의사결정자들을 설득이 돼야 실행될 수 있고, 더 큰 범위로 사업이나 스타트업을 하더라도 투자자들에게 사업 아이템으로 미래가 있음을 설득해야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설득이라는 단어 자체에 많은 반감도 등장하는 요즘이지만, 단어가 무엇이 되었든 직/간접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군가의 마음을 내가 의도한 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맥락은 같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누군가의 결정을 얻어 내기 위해서는 설득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우리는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두 번째 아이디어 발제자인 나에겐 드라마였지만, 첫 번째 아이디어 발제자는 이렇게 줏대 없이 누군가의 의견에 의해 아이템이 흔들려도 되는 거냐며 사업 아이템 변경에 반감을 드러냈고 평화롭던 우리 내부의 첫 잡음도 발생했다. 그러나 나도 그의 의견에 너무나 공감되었다. 그래서 첫 번째 내부 커미티는 더더욱 중요한 자리가 되었다.
사내벤처의 연간 운영 규칙은 촘촘하게 짜여 있지 않았다. 물론 짜여 있어도 그대로 흘러가지 못했을 거 같지만, 그나마 정해진 정기적인 운영 방안이라고 하면 "내부 커미티" 밖에 없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담당자분께서 설명주신 커미티의 목적과 배경은 지금처럼 자유로운 근무환경과 물적 지원을 위해서는 인사팀의 적극 지원이 필요하며, 일단 CIC를 최종 형태로 생각한다면 경영관리팀이야 말로 우리의 진정한 '투자자'이기 때문에 이런 커미티 자리가 필요하다고 설명 주셨다.
앞서 지원기에 적혀있듯 본사와 별도 공간에 있는 우리는 이전 본사 근무와는 다르게 비교적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에 있었다. 때문에 적어도 1달에 1번은 물주인 모기업에 진척에 대해 공유하고 의견을 듣는 자리를 가져야 한다는 게 커미티의 탄생 배경이었다. 커미티의 참가자로는 우리가 속해있는 전략기획담당 산하 몇 명 그리고 인사, 경영관리 팀장급들이 참가해주셨고, 때에 따라서 우리가 지원 요청이 필요한 부서의 담당자분들도 초대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기준으로 벌써 4번째 커미티가 지나갔다. 한번(2월)은 경영진 보고로 생략했으니 3번의 커미티를 한 셈인데, 처음에는 '이놈들 밖에 나가서 아무것도 안 하고 노나 안노나' 체크하는 숙제 검사 같은 자리 정도로 생각했지만, 관점을 바꾸어 바라보면 이 시간을 활용해 다양한 나만의 가설들과 사람들의 반응을 검증해보는 일종의 재미있는 실험(?) 시간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또 작은 공유 오피스 사무실에 나가 있다가, 간만에 구내식당에서 밥 먹고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면, 속해 있을 땐 느껴지지 않았던 '대기업이란 이런 거구나'라는 장난스러운 기분도 덤으로 느낄 수 있었다.)
첫 번째 커미티는 결성 1달째인 12월에 열렸는데, 킥오프 직후였던 때라, 열심히 다 같이 디벨롭시켰던 아이디어 그리고 다시 심폐소생술로 드라마틱하게 살아난 나의 아이디어, 두 가지 아이디어에 대해서 공유해보고 허심탄회하고 진솔한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를 가지기로 했다. 그래야 첫 번째 아이디어 발제자를 진정으로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비즈니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설득'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령 제조업에 종사하더라도, 어떤 제품을 제작해서 고객에게 판매를 유도하는 것도 일종의 설득이며, 회사 내부에서도 어떤 기획이나 운영안 역시도 의사결정자들을 설득해야 실행될 수 있고, 더 큰 범위로 사업이나 스타트업을 하더라도 투자자들을 설득해야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요새는 설득 말고 설명을 하라지만 많은 변형 사례들도 나오지만, 직/간접의 차이만 있을 뿐 맥락은 같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마음을 내가 의도한 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맥락, '방문', '구매', '결재'등과 같은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누군가의 결정을 얻어 내기 위해서는 설득이 반드시 수반된다.
우리 벤처의 진짜 키맨은 사실 대표이사지만, 일종의 리허설(=커미티)을 통해 우리의 설득이 잘 먹히는지 우리가 지금까지 짜 온 시나리오에서 무엇이 부족한지 꽤나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자리였다. 투자자를 설득하는 예행연습 인 셈 치고, 하기 싫은 숙제 같았던 자리를 되려 좋은 기회로 삼았다.
첫 번째 커미티를 앞두고, 자료 작성자였던 나는 판을 짜야했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커미티를 통해 얻어야 할 것과 우리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했다.
얻어야 할 것 : 두 아이디어에 대한 진솔한 피드백
원하는 바 : 2번째 아이디어로 하는 게 좋을 거 같다는 피드백
커미티에 오신 분들에게는 이런 드라마틱한 과정들을 거쳐, 사실 2번째가 우리의 진짜 이끌고 나갈 아이템임을 밝히지 않아야 했다. 첫 번째 아이디어의 발제자 멤버가 주장하는 것처럼 외부 투자자 관점 역시도 하나의 주관일 뿐 꼭 정답이 아니라는 가설을 가지고, 동등한 조건 하에 객관적인 시각에서도 2번째 아이디어가 더 매력적이라고 느껴진다는 피드백을 얻어야만 그래야만 멤버도 설득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비로소 다시 네 명이 합심하여 진짜 본격적으로 사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디벨롭시킨 견고하게 짜인 첫 번째 아이디어와 이제야 비로소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사장되었던 두 번째 아이디어를 가지고, 2번째 아이디어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만들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동등한 전략으로는 아직 준비된 총알이 없는 두 번째 아이디어가 이길 방도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내린 성공의 정의는 적어도 커미티에 오신 분들이 '아직은 미약하지만 그래도 두 번째 아이디어 방향으로 했으면 좋겠다' 정도의 피드백을 듣는 게 내가 생각하는 첫 번째 커미티의 성공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그리고 우리는 넷이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설득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첫 번째 아이디어 발표자에게는 차림새부터 포멀 한 복장의 전형적이고도 안정적인 피칭을 요청했다. 구성 역시도 첫 번째 아이디어와 두 번째 아이디어의 발표 구성을 상반되게 가져갔다. 첫 번째는 전형적인 회사에서 통용되던 익숙한 방식으로 논리적이고 견고한 근거들을 바탕으로 곧 실현될 수 있는 느낌으로, 두 번째 아이디어는 없는 총알이기 때문에 왜 이런 아이디어가 탄생했는지 시대의 흐름이나 아직 무언가 손에 잡히진 않지만 그럴듯한 미래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구성했다.
우리가 나와보니 세상이 빠르게 많이 변하고 있으니, 그러니 안정적으로 실패 확률 적은 선택들로 이루어진 선택들로 탄생하는 여태까지의 신사업 영역과는 다르게 도전해보자!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 그리고 2번째 아이디어는 되려 아이디어에 반감이 있던 멤버가 발표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이 발표를 준비하며 정말 이건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느낄지 아니면 애정이 생길지는 미지수지만 그가 맡아 발표해보며 더욱 면밀히 아이템과 가까워지면 좋을 거 같다는 게 나름의 전략이었다.
첫 번째 커미티는 진행되었고, 발표는 의도한 흐름대로 잘 진행되었다. 보수적일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거의 첫번째 두번째 아이디어에 대한 지지자의 수가 거의 동등했다. 그러나 첫번째 아이디어를 지지한다고 의견을 주신 회사에서 가장 보수적일 수 있는 경영관리 팀장님의 피드백으로 동등했던 균형을 깨고 두번째 아이디어에 더 힘이 실렸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맡고 있는 역할인 경영관리 팀장의 입장에선 첫번째 아이디어를 지지하지만 , 내가 만약 벤처의 멤버라면 두번째 아이템을 해볼 거 같다"
20여년 사업을 영속해온 회사에서 '사내벤처'라는 조직만은 안정보다는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모험을 추구해보자 라는걸 첫번째 커미티를 통해, 우리의 존재의 이유로 재정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커미티에서도 그리고 내부적으로도 누군가를 설득할 수 있었다는게 가장 큰 성공이였다.
우리는 비로소 다시, 한마음 한뜻으로 같은 목표를 위해 달릴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