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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Apr 17. 2022

9th Week. PoC:Proof of Concept

인생은 롤러코스터, 찰나의 달콤함 이후 찾아온 고난과 역경의 연속

사내벤처에 오기 전까지는 일을 하면서 '무엇을 성공으로 정의할 것인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보지 않은 거 같다. 주어진 일을 기한 내에 시킨 사람이 만족하는(내가 만족하는 X) 결과물을 내면 되는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성공'이라는 단어에 매칭 시키기에는 뭔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컨퍼런스 룸에서 진행된 1차 경영진 보고는 감히 성공이라고 기록해본다. 성공을 무엇으로 정의할 것이냐면, 피칭하는 아이템에 대해 진부해서 이 방향은 아닌 거 같다든지 방향성에 대해 동의를 구하지 못해 방향을 틀어야 한다면 실패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앞으로 진행함에 있어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에 대해 아무 태클 걸지 않는 것'이 이번 보고의 성공이라고 정의했고, 그런 기준에서 우리는 성공했다. 첫 번째 작은 목표를 달성하고, 그날 점심 소고기 파티를 열어 축배를 들었으며 보드게임도 하고 저녁 회식도 하며 첫 번째 성공을 아낌없이 축하했다. 


그러나 인생은 롤러코스터 같은 것, 그렇게 1차 보고를 성공리에 마친 우리는, 사내벤처 결성 후 행복의 정점을 찍었던 우리는 담당자님의 퇴사라는 새로운 고난의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처음 시작 때부터 우리와 함께 해주셔서 이제는 제5의 멤버라고 생각했던 담당자님의 퇴사는 적어도 나에겐 크나큰 타격이었다. 담당자님과 함께 하는 나날들은 나에겐 오랜만에 배움이 있는 나날들이었다. 누군가는 머리가 크고 나면 가르침이 간섭으로 느껴지고 싫다고들 하지만, 나의 부족함을 많이 체감되기도 했고, 그랬기에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해 노력하고 싶었던 동기부여도 되었다. 


처음 가보는 숲길을 달려가기 위해서는 당장 눈앞만 보기에도 바쁘다. 낯선 길이라, 혹여 돌부리가 있진 않은지, 진흙탕에 빠지지는 않을지 당장 내 한 치 앞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정말 중요한 건 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숲길을 우리가 달리는 이유를 알고 올바른 방향으로 달리는 거다, 향하는 진짜 목표지점으로 제대로 가고는 있는지가 정말 중요하다. 


물론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서 진흙탕에 빠져서 더 이상 가지 못하면 안 되니까, 길을 가는 사람과 통솔하는 사람은 따로 있는 게 맞는 거 같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본 거 같다. 숲길 헤쳐나가고 있는 네 명이 가끔 깜빡하고 잊어버리는 우리의 큰 방향성,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우리의 큰 궤적에 대해서도 언제나 디렉션을 주셨고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주셨다고 생각한다.(PM은 결국 없어질 거다 등 존재의 의문을 품는 의견이나 글도 심심치 않게 발견되곤 하지만, 나는 프로젝트에 있어 똑똑한 관리자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일적인 부분을 다 떠나서, 그 무엇보다도 항상 우리의 정신적 지주로 그리고 우리의 미해결 논쟁의 솔로몬으로 역할을 다해주셨다고 생각한다. (아마 평생 이 글을 보실 수는 없겠지만 특히 나는 더더욱 너무나도 고마웠다고 기록해본다.) 간 사람은 어쩔 수 없고 남은 사람들은 다시 살아야 한다는 말처럼, 우리는 마음을 더욱 굳게 먹고 임해야 했다. 


1차 보고 이후, 우리의 다음 목표는 사업 구체화와 사업성 검증이었다. 지난 방향성 보고 시, 수립했던 수많은 가설들을 확인해보고 서비스를 확정 짓는 과정, 이 과정은 어쩜 벤처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우리 회사에서는 그런 의미로 PoC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거 같다. 뭐 PoC, 베타 테스트, 프로토타입, MVP 등 수많은 유의어들이 있지만 뭐가 우리와 가장 핏한 단어인지는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정의할 단어는 잘 모르지만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명확했다. 실제 시장과 고객의 수요와 니즈를 확인할 수 있게 설계하고, 결과 지표값들에 따라 서비스를 보완해서, 진짜 시장에 짠 하고 나갈만한 서비스로 거듭나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런데 회사에서 나름 많은 기획을 해봤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이렇게 새로운 사업을 출시하기 전에 검증과 설계를 하는 일을 어깨너머로 본적도, 내가 해본 적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신선한 깨달음이었다. 왜 나는 나름 경력에 비해 많은 프로젝트들을 어깨너머로 보기도 하고 참여해보기도 했다고 자부했는데 사업 구체화와 PoC설계 과정을 마주했을 때는 방향성 보고 때처럼 뭐부터 해야 하지 라는 게 딱 떠오르지 않을까, 돌이켜보니 축배를 들었던 사업 방향성 1차 보고 수준 정도의 보고가 끝나면 별다른 PoC나 사업 구체화 단계 없이 항상 진행될 수 있었던 프로젝트들이었던 거 같다. 어떻게 그랬을 수 있었지?라고 생각해보면 늘 하던 사업의 영역을 확대하는 정도의 일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내가 목격했던 우리 팀에서 진행했던 신사업, 신성장 동력이라고 부르던 일들의 분류는 사실 사업 영역의 확대였던 거 같다. 첫 번째 유형은 고객이나 상품의 범위 확장 유형이다. 커피를 직장인한테 팔았었는데 집에 있는 직장인에게 배송시켜보자, 아니면 이제 사람이 아닌 동물, 토끼들한테 팔아볼까?라는 정도의 사업영역의 확대를 했던 거 같다. 


토끼들에 대해 조사하고 토끼 농장들과 같은 가망처들에 미리 영업을 해두고, 토끼들에게 팔 커피를 새로 기획해서 토끼 전용 커피를 론칭한다. 커피 파는 기반은 이미 회사가 탑재하고 있으므로 깊은 검증이 필요하지 않다. 실제로 팔아보기만 하면 된다. 안 팔리면 배송 커피나 토끼 커피는 접는다, 어차피 커피는 계속 만들어 팔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유형은 서비스의 확장이다. 직장인들에게 커피를 그대로 팔되, 카드 결제 대신 요새 핫하다는 코인 결제로 변경해볼까? 아니면 커피를 온라인 예약 주문으로 팔아볼까? 하는 류의 유형이다. 기존 카드 결제 시스템에서 확장하여 코인 결제를 적용시킨 후, 수수료가 더 저렴해지기만 해도 혁신이라고 하며 기사를 내며 성공이라고 일컫는다. 만약 안타깝게도, 잘 구현이 안되거나  사람들이 불편함을 겪거나 이용률이 떨어진다면 다시 카드결제로 원복 하면 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보다는 두 가지 사례와 같은 기존 사업에서의 변형이나, 운영 서비스의 변주를 준 모델들을 진행했기에, 고객의 수요나 니즈를 어느 정도는 쉽게 접촉하여 예측할 수 있고 고객에게도 거리낌 없이 영업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원복이나 기존 사업으로 회귀하는 데에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방향성이 오케이 나고 나면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쉽다.


신사업을 뭐라고 정의할지에 따라서 혹은 바라보는 관점이나 시각에 차이에 따라 다르겠다마는, 우리가 진행하려는 사업과 같이, 기존의 사업과 수익창출 원리나 방식이 다른 프로젝트는 아직 내가 목격한 적이 없는 거 같았다.  고로 나에게 바로 떠오르는 레퍼런스는 존재하지 않았다. 절망적이었다..!


AC(엑설러레이터)는 실제 외식업체 방문을 위해 먼저 최소한의 기능을 탑재한 서비스를 오픈하고 가져가서 우리의 서비스와의 파트너십을 요청하는 방법을 제안해주셨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비스 오픈을 위해 IT업체와의 협력이 필요했다. 우리 회사에서는 ERP정도 규모의 전사적인 규모의 프로젝트가 아닌 이상 그룹 내 IT계열사를 이용하거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외부업체와 협력하여 일하는 경우가 많다. 


벤처에 처음 왔을 때, 내가 가졌던 의문점은 개발자와 디자이너 없이 어떻게 사내벤처를 진행할지였다. 그래서 선발되자마자 했던 질문은 멤버 구성에 왜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없는지 물어봤었다. 우리 회사 특성상 디자이너나 개발자가 많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했다 싶었다. 그때 돌아온 답변은 역시나 또, 이미 본사에 있는 그런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게 사내벤처의 장점 아니겠어요? 였다. (그러나 이미 여기 오기 전부터 여러 번 그런 인프라는 별 도움이 되어주지 못했기에.. 전혀 설득되지 못했다..) 


나 역시도 벤처에 오기 전, 본부에 필요한 모바일 APP을 외부 IT 업체와 외주로 만들어 본 경험이 있었다. 그랬기에 더욱더 사내벤처라고 한다면 IT인력이 내제화 돼있길 원했었다..(개발자의 소중함..) IT 외주를 주는 경우에 고난이 상당히 많은데 일단 몇 번 안 되는 경험이지만 나름 왜 IT 외주를 통해 기대한 만큼 산출물을 얻기가 힘든지 정리해본다. 


1. 견적 : 인건비 기반 견적 산출로 인해, 명확한 기준 수립이 어렵다. 비용과 퀄리티 사이의 간극을 조정하는 전형적인 대기업 비딩 형태에서는 이런 정량적인 지표를 가지고 원하는 합의점을 찾기 힘들다는 함정  

2. 납기 :  진행에 있어서 명확한 검수 역량이나 가부 여부에 대한 판단 능력이 부족하여 업체가 제시하는 대로 멍청이처럼 늘어지거나 그건 절대 안돼요 한마디에 꼼짝없이 당해야 하는 함정  

3. 기능 정의 : 기능이나 퀄리티 브랜드 방향성에 대한 의사소통이 어려워 동상이몽이 태반이며, 명확한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요청하는 요청자도 잘 모르는 함정


그렇게 수많은 함정이 있다는 걸 알지만, 우리는 대안이 없었기에 PoC를 위해 최소한의 기능을 탑재한 서비스를 출시해 고객과 시장의 수요를 알아봐야 했다. 그래서 접촉할 수 있는 외식업체와 외식 영업사원들을 만나기도 하고, 최소 기능 서비스 출시를 위해 서비스를 기획해가는 과정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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