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nected dots, 서비스 기획안을 작성할 수 있었던 이유
이제 모든 방면으로 구체화를 위해 할 일이 많아졌다. 예를 들면 우리의 PoC를 위한 웹사이트도 필요했고, 이 사업이 진짜 돈을 벌 수 있는지, 누구한테 돈을 받을 건지 등 수익 구조도 명확히 해야 하고, 가상 손익도 시뮬로 돌려봐야 했다. 그렇게 우리 서비스와 함께 해보자고 할 고객이 되어 줄 제휴할 파트너사를 서칭하고 영업하는 일도 필요했다.
평범한 스타트업들과는 다르게 개발자도 내부엔 없기 때문에 서비스도 웹이든 어플이든 온라인 상에 구축해야 했고 그러려면 설계가 필요했다, 기획안으로 작성되어 오더를 줄 수 있을 만큼은 작성이 되어야 했고 서비스가 오픈되면 그 서비스 안에 고객들을 유입시키고 모으기 위해 활동들도 기획되어야 했다. 이렇게 많은 일들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다 보니 분업의 필요성이 생겼다.
이래서 회사가 생기면 R&R이 생기는 거구나, 팀들이 각각 역할을 맡는구나 하고 느꼈다. 여태껏 3달간은 내가 재밌게 보는 콘텐츠 좋좋소처럼 개발자도 했다가 재무팀도 했다가 마케팅팀도 하고 그랬다. 이제는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이런 구조로는 속도를 내기가 어려웠다. 물론 더 고민이 되어 결정되어야 하는 것들은 4명 모두 의견이 필요하지만, 아닌 것은 일임하여 담당자의 판단에 맡겨야 함을 몸소 느꼈다.
이렇게 분업화되다 보니, 다시 회사로 돌아온 기분이 들어서 우리끼리도 루즈해졌다고 체감했다. PoC를 위해 IT 외주를 맡겨야 했고 그 업체 중 하나는 AC였던 CNTT였다. IT서비스가 가 주 사업 영역 중 하나였던 회사였고 최대한 UI기획자의 역할을 해서 넘기면 훨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직접 서비스 기획자처럼 거의 UI/UX 와이어프레임까지는 제작해서 업체에 견적을 받았다.
만나는 IT업체마다 어떻게 이렇게 꼼꼼하게 해왔냐, 마치 이 직무인 사람처럼 했냐고들 칭찬해주셨다. 뭐 당연히 영업용 멘트일 수도 있지만 여러 업체 미팅에서 공통적으로 같은 얘기를 한 거로 봐서는 대충 그래도 어느 정도 우리가 작업해간 결과물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사실 이렇게 잘 작성할 수 있었던 건 다 이전에 누군가가 망쳐놓았던 프로젝트 CS 처리하느라 그리고 덕분에 앱스토어에서 내린 어플을 다시 구축하는 담당자로 선정되고 기획해본 경험 덕분이었다. 당시에는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었다. 스티브 잡스의 Connected dots을 몸소 체감했다. (심지어 내가 하지 말자고 극구 반대했던 일이기도 했다)
사내 벤처에 오기 바로 직전까지 했던 모바일 어플을 개발하느라 고생했었는데 덕분에 나는 그 누구보다 좋은 방향을 제시할 수 있었고 대략적인 흐름이나 지금 타이밍에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얼추 알 수 있었다.
RFP 발송 : 사실 대기업들에는(그룹사가 있다면) 꼭 IT계열사가 있다. 그만큼 이제는 시대가 IT 없이는 논할 수도 없고, 일감도 많기 때문에 계열사를 안 둘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러나, 대기업 계열사 인력은 빛 좋은 개살구처럼 너무 비싸서 회사의 주요 시스템이나 ERP와 같은 급의 일이 아니면 맡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우리 회사가 가난한 탓도 있을 수도,,!)
견적 비딩 : IT견적 비딩을 진행해보니, 요건에 맞는 인건비(쓰는 프로그래밍 언어, 경력 등등)로 산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인건비라는 것은 타 기준에 비해 정량적이지 못하다.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하는 게 맞는 거 같다. 가끔 뭐 나라인지 기관에서 정해놓은 IT인력 평균 임금표 같은걸 같이 제시하는 경우도 더러 봤지만 무슨 의미가 크게 있는 거 같진 않다. 고로 부르는 게 값이다
그러고 나면 내부 기준에 따라 선정된 업체와 계약을 진행한다. 프로젝트의 규모에 따라, 예산에 따라 외주의 범위를 달리하지만 하기에 리스트업 한 자료들을 작성하고 주고받고 수정하고 개발 착수하기 전까지 꼼꼼히 점검한다.
IA(Information Archithecture) 작성
요구사항 정의서
UI/UX 기획
와이어프레임
개발 검수
뭐 다 엇비슷한 어려운 용어들로 비전공자나 타 분야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만 대략 이런 흐름으로 IT 외주를 맡기는 거 같다. 그리고는 우리의 핵심 사업과 유사한 뮤직 카우 금감원 이슈가 터졌다. 아마 사내벤처 담당자님의 퇴사 이후 두 번째 시련이 우릴 찾아왔다. 담당부서의 말처럼 우리가 처음부터 금산분리에 의거해 지주회사가 있는 그룹 계열사로서 정식 오픈하려면 스핀오프가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일찍 법적 규제나 제재가 붉혀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 인생이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싫었던 일이 크게 도움이 되기도 하고, 그렇게 기쁘고 반짝였던 일이 나를 괴롭게도 하는 그런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그러나 이제 나는 막다른 길이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은 없다 그러기엔 우린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막 다른 길에 다다랐을 때가 그래도 인생에 여러 번 있었던 거 같다. 항상 힘들어했던 것도 같지만 이럴 때는 별 수 없다. 그저 최선을 다해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