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약금 송금 완료

전날 밤 항소이유서 같은 매수이유서를 쓰며.. 그렇게 가계약금까지

by 우연

가계약금을 쏘고 나니.. 맨 처음 부동산에 관심을 가져서 아무 생각 없이 장마 때 쫄딱 젖어가며 갔던 용산 임장부터~~ 오늘 지금 이 부동산에 오기까지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다른 사람들 보면 한두 달에도 턱턱 사는데 난 지난 7월부터니까, 9개월이나 걸렸다.


그동안 도대체 내 집 마련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과 방향성을 몇 번이나 바꾼 건지 모르게 이 사람 말 들으면 이게 맞는 거 같고 저걸 들으면 또 저게 맞는 거 같았고, 그래 이 작전으로 가보자 했는데 이번엔 또 대출이라는 벽이 있고..그게 뭔지도 몰랐고 그저.. 무서운 거라고만 생각했다.


7개월 전을 돌이켜보니 그저 회사 가까운데 중엔 용산이 제일 뜬다길래 갔었다. 지금 생각하니 웃음만 난다.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때라는 생각이 나서.. 그리고 점점 하나씩 부동산을 보는 해상도가 높아지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많이 바뀌었고 전에 들리던 뉴스들도 다르게 들렸다.


내 삶의 우선순위나 주변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을 어디에 쓰는지가 제일 많이 바뀌었다. 거의 집 떠나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수준으로 삶의 큰 변곡점이었던 거 같다. 그 과정들을 거치며 아마 이런 기회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수많은 새로운 사람들과 다양한 삶을 엿볼 수 있었고 솔직히 재미도 있었다.


토허제발 불장이 되었고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집값에 내 마음도 타들어갔다ㅎㅎ그런데 또 천정부지로 갈 수는 없고 조정이 올 거라며 관망해야 되는 거 아니냐며, 이제 결정의 순간이 왔을 때 어느 날 밤 열심히 적었다. 왜 매수해야 하는지.. 이미 가슴팍까지 올라갔는데 지금이 맞는지


간단히 요약해 보면, 언제라도 살 거라면.. 존버할 거라면 그냥 사는 게 답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단기간으로 보면 철저히 수익률 측면에서는 나도 잘 모르겠는 게 답 같았다. 급하게 오른 건 급하게 떨어질 거 같으니까, 그럼 그렇다고 떨어질 때까지 이 돈을 틀켜쥐고 있는 게 맞는가?


1. 7월이면 대출이 조여지는 게 예정되어 있었고 물리적으로 그럼 사지 못하게 될 수도 있으며

2. 나는 토허제때 사면 1년 안에 기존 주택조건 처분이라는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고

3. 재지정되더라도 먼 미래엔 지금처럼 튀겨오를 수 있다는 걸 확인했으니, 존버한다면 수익이 나올 거라는 믿음이 생김


이 3가지 정도로 매수 이유서를 작성하여 가족 톡방에 보냈다. 결론적으로 가계약금을 쏜 날 이 글을 동시에 쓰는 게 아니라면 어쩔 수 없이 일이 벌어진 후에 쓸 수밖에 없으니, 그 이후 변한 상황을 써보자면 내가 매수 이유에 적었던 3번처럼 오세훈 시장은 토지거래제한구역을 해제한 지 30일 만에 재지정해버렸다. 이럴 줄 알았냐고? 전혀 몰랐다.


그리고 대출규제는 7월이 되기 전에 3월 중순인 지금부터 조여지기 시작했다. 이러다 보니 해제 후 재지정까지 남은 7일 남짓한 기간이 기회가 되었다선매수하고 세를 맞추려고 했거나 이런 상황에 던져지는 매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산 금액보다 4천씩 빠져서.. 급매들이 나오고 주변에서 이 기회를 잡는 것도 목격했다.


난 상투를 잡은 것인가 하는 생각도 솔직히 들었다. 그러나 남과의 비교가 아닌 내 인생만 놓고 보면 이게 최선의 선택인 거 같다. 급매 잡은 남이 아닌 이 돈으로 다른 일을 하는 내 자신과 비교해 본다면 다시 돌이켜봐도 최선의 선택이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아예 옆을 안 볼 수는 없지만 최대한 나의 선택을 지지해주려고 한다.


아마 가까운 미래에는 어쩔 수 없이 집값이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고 얼마나 조정받을지가 관건인 거 같다. 아마 그게 이 상품의 상품성이자 체력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그것이 최소화될 것이라는 데에 배팅한 것이다. 이후 계약에 대해서도 기록해 두겠다마는 이 모든 상황이 다 세상에 처음 있는 일이며 이건 어찌할 수 없는 외생 변수였다.


그렇다고 안 사고 기다렸다가 재지정 됫을때 옳다거니 한들 바겐세일 같이 주어지는 이 급매기간 5일 안에 내가 원하는 걸 잡았을 것도 미지수고, 대출도 조여지고 있는 이 상황에 위험을 무릅쓸 자신도, 그리고 만약 기간을 놓쳐서 다시 지정했을 경우에 내가 토허제 상황에 있던 리스크가 다시 생기기 때문이다


이 구입이 어려워지는 나의 상황 3가지를 오른 가격과 맞바꿨다고 생각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가계약금뿐만 아니라 계약금도 쏘고 도장도 찍었다. 그리고 나면 후련할지 알았는데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며 이번 주는 퇴근하고 매수에 대한 단계를 하나씩 진척시키느라 곧장 한 번도 집에 가지 못했다.


집 하나 사는 게 이렇게 힘든 건 줄 꿈에도 몰랐고 처음부터 난도 이도 높은 강남 3구에 등기 치겠다고 설쳐서 얻는 가랭이 찢어지는 업보이니 겸허히 또 헤쳐나가야겠다. 다음 편은 하루 지연되고 끝끝내 눈물겨운 계약한 썰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무더운 여름에 시작했는데 어느새 벌써 가을 겨울이 지나고 다시 따스한 봄이다.


내 인생에도 지금이 봄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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