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을 하니 만난 취득세와 자금조달계획서라는 또 다른 산
어느 3월의 수요일 밤, 끝끝내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집을 샀다. 드디어 세상에 내 집이 생겼다. 만 31년 만에 일이다.
남들에 비해 오래 걸렸다면 오래 걸렸다. 게다가 아직 너무 작고 소중한 면적이지만은..! 감격의 눈물이 날 줄 알았는데 환호성을 지를 줄 알았는데 진이 빠져 남들처럼 계약서 들고 인증샷 사진도 한 장 못 찍었다.
얼마나 값진 경험이 되게 해 주려고 그러는진 모르겠지만 원래 계약하기로 한 날에 계약은 불발되고 그다음 날에나.. 겨우 계약이 성사되었다. 몇 번이고 시뮬레이션했던 내가 들어가서 사는 그림이 아닌, 세낀 매물로 사게 되었으며 한 번도 생각 안 해서 알아보지 않았던 후순위 대출을 받아야만 했다.
이렇게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나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26년 11월에 만기가 되는 집을 샀다. 세입자분께서는 당장이라도 이사 간다는 둥 여러 말씀 주셨지만 나가신다면 얼른 들어갈 수 있으니 좋고 아니더라도 시간을 버니까 그 안에 인테리어 비용을 모으면 좋다고 생각했다.
너무 우여곡절을 많이 겪어서 이 집에는 아무리 좁더라도 내상황이 어떻게 되든 간에 한 번은 무조건 살아봐야겠단 생각을 했다. 그렇게 눈물겹게 나름 인신공격과(?) 나름의 수모(?)도 겪고 얻게 된 집이라 아마 나중에 더 좋은 집을 살더라도 잊을 수 없을 거 같다.
투기지역에서 9억 이상 주택을 구입할 시에는 자금 조달 계획서를 제출해야 했다. 이것도 만만히 볼 수 없는 이유는 부적격할 시에 국세청과 부동산원에서 소명 연락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ㅠ^ㅠ 그리고 시국이 시국인 만큼 확률도 높단다.. 소명을 잘하는 수밖에..
그리고 생각보다 취득세도 내려고 보니 금액이 컸다. 자금조달계획과 취득세를 위해 돈 내고 세무 강의도 들었다. 들으러 온 빼곡히 많은 사람들 사이에 이른 아침부터 비집고 앉아 있다가 문득 내가 이 좋은 봄날씨에 이럴일인가 하는 현타도 잠깐 맞았다ㅎㅎ인생에 내가 세무강의를 들어야 할 줄은 전혀 생각도 안 해봤는데.. 새로운 인생 공부를 과도하게 많이 하는 요즘이다.
계약 과정이 워낙 험난했어서 이제 다 끝났나 했더니 아직도 의외의 복병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역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곧 생일인데, 역대.. 내가 나한테 주는 최고가액 생일 선물이 되어버렸다. 잠시 축하해 보자면 내 집 마련의 꿈은 그리하여 이루었다. 여기서 끝이냐고? 아니 강남 3구에 깃발 꼽았으니 이제 정말 시작이다.
살고 싶은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는 삶의 시작..! 거창하게 말하면 인생의 제2막을 위한 첫 단계 준비랄까.. 내 인생의 주요 마일스톤 중 하나로 기록되겠다.. 아직 중도금, 잔금이 남았지만 그래도 이제 법적으로 인생사 최대 에셋파킹 프로젝트이자 나의 자본의 기반이 되어 줄 내 집 마련 미션도 이렇게 완료다
공교롭게도 투자친구들과도 비슷한 시기에 다 같이 매수를 하게 되었다. 각각 반포, 나랑 똑같은 잠실 아파트로 샀는데 중도금 치르고 축배를 들자고 했다. 우리 모두 빚쟁이라 라면에 캔맥주 먹어야 할거 같지만.. 그래도 너무 고생한 내게 보상을 해줘야 할 거 같은 기분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일요일 늦은 시간까지 세무사와 상담을 마치고.. 겨우 집에 왔다. 내일 출근임에도 불구하고..ㅎㅎ자고 일어나면 주말 간에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직장인으로 변신해야 한다. 먼 훗날 지금의 내가 가랑이 찢어진 덕분에 우리 가문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회고되면 좋겠다.
멀지 않은 미래에 브런치에서 이 날의 나의 선택을 되돌아보는 걸로, 이 과정을 다 거쳐간 많은 이들의 성공을 그저 운좋았다고 생각했던 지난날의 나를 반성하며, 이렇게 또 한 번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