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의 일장 연설을 들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아부지는 잘 듣는 사람, 엄마나 내가 하는 말에 허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 술을 잘하지 못하기에 취중진담 같은 건 해보지 않은 사람. 다른 이가 들으면 고개를 갸웃하며 거 참 신기한 양반이라고 말할 테지만 내게는 그랬다.
며칠 전 친정에 놀러 가서 엄마랑 둘이 저녁을 먹었다. 아부지는 퇴근 전이었다.
"엄마, 근데 아빠는 그러는 거 좋아해?"
"글쎄, 엄마도 모르겠다. 도통 자기 속내는 얘기 안 하는 양반이니."
새벽부터 밭일하느라 일찍 일어났던 엄마는 먼저 잠들었고, 퇴근한 아부지가 집에 오자 나는 김치전을 부쳐 상에 올렸다. 혼자 먹으라 하기엔, 그 모습도 영 쓸쓸해 보일 것 같아 괜히 옆에서 김치전을 깨작거렸다. 그러다 좀 아까 엄마에게 물었던 말을 아부지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그날따라 웬일인지. 이야기의 물꼬를 트자 신이 난 아부지는 갑자기 10년 전에 하던 일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이야기 속에서 아부지는 사업으로 큰돈을 만지다가 일순간에 그 돈을 다 날리기도 했다. 어렴풋이 알긴 했지만 자세히는 몰랐던 10년 전 아부지의 일 이야기였다. '그때 아부지는 그렇게 살았었구나. 난 그때 몇 살이었지. 아, 한창 취업 준비하던 때네. 승무원 면접 준비로 바쁘던 때...' 이런 생각이나 하는데 아부지가 돌연 머쓱해하며 말을 줄였다.
"내가 너무 내 얘기만 했구나. 그래, 회사는 별일 없고?"
다른 때 같았으면 옳다거니 내 넋두리나 늘어놓았을 텐데, 잠시 뜸을 들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부지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한 적이 있긴 했던가. 10년 전 나는 아부지가 어떤 사업을 했고 그 속에서 어떤 흥망성쇠를 겪었는지도 모르는데. 지금 말하는 10년 전 이야기는 이제 와서 말하느니만 못한 거 아닐까. 내 앞에서 아부지의 이야기가 항상 한 쪽으로 치워져 있었다면, 아부지는 그간 어디에서 속내를 털어놓았던 걸까. 뭐 이런 생각들이 물밀듯이 몰려든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아부지가 아부지의 이야기를 말하는 게 멋쩍게 느껴지지 않게, 어색하거나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