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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자까 May 02. 2021

출판 계약 후 바로 또 액땜

                                                     

 편집자님이 내 원고를 가지고 기획회의를 하는 날이었다. 기획회의는 오후 4시라 했는데, 그때까지 손에 아무것도 잡힐 것 같지 않아 일찍부터 카페로 달려갔다. 카페에 가서도 역시 집중은 안 됐고, 나는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그저 흰 종이에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만 내리 적었다. 

 저녁 6시가 되어도 연락은 없었다. 불안했던 마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실망으로 얼룩졌다. 그렇다고 체념한 건 아니었다. 편집자님이 기획회의를 갖기 전 내게 해준 말 때문이었다.


 "혹시, 정말 혹시나 저와 함께 작업하지 못하더라도 작가님은 꾸준히 써나가세요. 저는 작가님의 글이 정말 좋으니까요." 


 편집자님은 신인 작가의 원고가 투고부터 시작해 기획회의에서 통과되기까지 갖는 어려움을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말했다. 만에 하나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내 마음이 상처받을까 미리 배려하는 태도였다. 그러니까 이번 기획회의에서 내 원고가 반려되더라도 나는 체념할 게 아니라 이토록 사려 깊은 편집자님과 함께 일할 수 없음에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게 마땅했다. 


 나는 짧은 한숨을 내쉬고, 카페에서 나와 예약해둔 식당으로 향했다. 근처에서 주니어 승무원들과 저녁 약속이 있었다. 제일 먼저 도착한 나는 싱숭생숭한 마음을 달래고자 은유 작가의 『출판하는 마음』을 꺼내 읽었다. 나도 출판하는 마음 좀 느껴보자고. 


 몇 장 읽었을까, 편집자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편집자님은 너무 오래 기다렸겠다면서 회의가 이제야 끝났다고 했다. 궁금하실 테니 본론부터 말씀드린다는 편집자님은 내 원고가 기획회의에서 통과되었단 소식을 한 톤 높은 목소리로 전해주었다. 나는 육성으로 "헙!" 소리를 내뱉으며 감사하다고, 그저 감사하고 수고 많으셨다고 반복해 말했다. 


 레스토랑에는 주방장이자 사장님인 한 명 외에 아무도 없었고, 내 앞에는  『출판하는 마음』 책이 놓여 있었다. 그 순간은 투고를 하고, 원고를 채택한 편집자님을 만나, 편집자님이 내 원고를 기획회의에서 통과시키고, 그렇게 출간 계약에 가까워지는 과정인 '출판하는 마음'에 나도 조금은 다가선 순간이었다. 그때 나에게 출판하는 마음은 벅차오르는 마음에 가장 가까웠으리라. 오죽하면 나는 전화를 끊고 테이블 위로 두 손을 모아 기도까지 했는데, 곧 레스토랑에 들어선 후배 승무원들은 그 모습을 가지고 놀려댔다. 


 그렇게 바로 계약을 하는 줄 알았는데 며칠 뒤 또 상황이 역전되었다. 편집자님 말씀으론 아무래도 내가 신인 저자라 대표님께서 조금 주저하고 계시다는 거였다. 그렇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무엇보다 편집자님이 나와 함께 꼭 하고 싶으니 잘 될 거라 믿는다고 했다. 나는 그저 며칠간 마음만 졸였을 뿐, 모르긴 몰라도 아마 편집자님은 내 원고를 책으로 만들기 위해 몇 번은 더 설득하고 애쓰는 시간을 가졌을 거다. 


 며칠 뒤 결국! 최종 결재 승인을 받았다는 연락이 왔고, 그제야 편집자님도 나도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아, 아니다. 편집자님은 계약서를 쓴 뒤에도 엎어질 수 있는 가능성 1%를 언급하시며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마 내 책이 출간하는 그날까지 그러실 것 같아서 웃음이 난다. 


 계약서를 쓴 날 나는 신난 마음으로 혼자 스타벅스에 갔다. 계약금이랑 인세로(많이 들어올 거란 김칫국 좀) 뭘 하지? 생각하며 설레발치다가 아이패드 프로를 바닥에 떨어트렸고 수리비는 66만 원이 나왔다. 좋은 일이 생기면 나쁜 일도 있으니 일희일비하지 말라더니, 이렇게 바로 생돈을 크게 날리다니. 집에 와 눈치 보며 말하니 뚱목이는 "책이 얼마나 잘 되려고 그러나" 했다. 그래, 책이 나올 때까지 김칫국도 마실 수 있을 때나 벌컥벌컥 마시며 살아야겠다. 이제 좀 그래도 되지 않나!...☞☜

레스토랑에서 기쁨의 전화를 받던 순간

사실 저 한글 파일에는 이런 글이 써있었답니다... 음, 보여드릴 거면 모자이크는 왜 했지?


벅찬 심정에 한글에다가 쌩으로 써놨던 글을 다음날 블로그 비공개 일기에 옮겨뒀어요. 사진은 일기의 일부! 그날 그 기분이 느껴지시나요! 우리 편집자님 참 신중하죠? 그게 또 멋짐!


 제 인스타에 와보시면 알겠지만, 요즘 저는 참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답니다. 아직 책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여러 사람에게 선물도 받고 있어요. 오랜 친구들은 제가 몇 년 동안 얼마나 책을 쓰고 싶어 했는지 잘 알기에 벌써 축하부터 해주는 것 같아요. 작가에게 만년필 하난 있어야 한다며 만년필 선물, 글 쓸 때 카페 자주 가는 것 같던데 당 충전도 함께하라며 커피+디저트 기프티콘, 꽃다발 선물까지... 책 나오면 그땐 어쩌려고 저는 이렇게 설레발인 걸까요?... 그래도 너무 바라왔던 일이니까, 저 조금만 더 만끽할게요ㅠ 출판 후에는 책에 실린 이야기로 승부하겠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flying_woopig/

글쓰기 및 책 추천해주는 계정입니다 :)

 https://www.instagram.com/flyingwoopig/ 승무원 비행&일상 웹툰 보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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