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비행하면서 컴플레인을 받았습니다. 그리 많지 않은 개수이기도 하고, 컴플레인 사연들이 하나같이 특별해서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받았던 컴플레인 네 개를 여러분에게 소개해보려 합니다.
자~! 첫 번째 컴플레인 들어갑니다. 한 승객분이 분노가 가득 담긴 메일을 회사로 보내왔습니다. 요지는 승무원인 제가 승객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승무원은 승객에게 친절히 먼저 인사를 건네고 다가가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렇기에 회사로부터 '날돼 승무원이 인사를 하지 않았다'라는 컴플레인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조금 의아했습니다. 저는 승객들이 탑승하는 시간에 제가 지어 보일 수 있는 가장 밝고 환한 웃음으로 인사를 하거든요.
승객들이 비행기에 올라타자마자 제일 먼저 만나는 사람은 바로 승무원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승무원의 인상이 항공사 이미지와 직결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비행의 첫 시작인 탑승 시간에 이루어지는 인사를 저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왔습니다. 그런 제가 인사를 하지 않았다고 하니 반신반의하며 컴플레인 레터를 읽어내려갔습니다.
그런데 불만 승객이 주장하는 '날돼 승무원이 내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라는 대목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장소였습니다.
비행 목적지에 도착하면 저희 승무원들은 다 같이 버스를 타고 호텔로 이동합니다. 짧게는 1박 길게는 2박 이상 머물면서 다시 돌아가는 비행을 하기까지 호텔에서 휴식을 취합니다. 당연히 호텔에서 머무는 동안에는 호텔 레스토랑이나 헬스장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요.
제게 컴플레인을 쓴 승객은 비행을 마치고 저희와 같은 호텔에 머물렀나 봅니다. 그는 제가 호텔 로비에서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 보고 섰는데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고 컴플레인 레터를 썼습니다. 저와 달리 승객분은 비행에서 만난 제 얼굴과 이름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던 겁니다. 아마도 그래서 저 역시 승객을 기억할 거라고 생각했던 거겠지요.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가 났던 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승객분의 기대와 달리 저는 한 비행에서 만났던 모든 승객분들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괄목할 만한 특징이나 기억에 남을 만한 사건이 없는 한, 이삼백 명의 사람을 모두 기억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뭐 그런 제 사정이야 어쨌든... 그 승객은 제가 그를 알아보지 못해 화가 난 것인지 서운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심정을 그득하게 담아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메일을 읽은 저야말로 억울한 것인지 어처구니가 없는 것인지 도통 헷갈리는 심정이 들었습니다.
이제 두 번째 컴플레인입니다. 여성 승객으로부터 들어온 컴플레인이었지요. 비행 직후 바로 들어왔던 컴플레인인지라 저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승객이었습니다.
기내식 서비스 시간이었습니다. 한 커플이 나란히 앉아 다정해 보이는 모습이 연인이나 부부로 보였습니다. 여성분이 좌석 안쪽에 앉아있었고, 남성분이 바깥쪽이었습니다. 저는 먼저 안쪽 여성 승객분에게 음료 선택 사항을 여쭤보기 위해 조금 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승객분이 헤드폰을 낀 채 영화 시청에 집중하고 있었거든요. 그녀는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저는 다시 한번 주의를 끌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고 그러자 바깥쪽에 앉아있던 남성분이 대신해서 대답했습니다."그냥 맥주 두 개 주세요. 고맙습니다."
저는 남성분의 말을 듣고, 맥주 두 캔을 준비해드렸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다음 줄의 승객들에게 서비스를 하기 위해 카트를 밀고 나갔지요. 이 부분에서 컴플레인이 들어올 줄 알았다면, 그녀에게 기필코! 한 번 더 물어보았을 텐데 말입니다...
여성 승객분 대신 대답했던 사람은 바로 그녀의 남편이었습니다. 그녀는 제가 그녀에게 음료 서비스를 하려고 하지도 않고, 아예 묻지도 않은 채로 그녀의 남편에게만 말을 걸었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제가 그녀를 무시하고서 뻔뻔하게도 남편을 유혹하려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오... 노... 이것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저는 머리를 절레절레 뒤흔들었습니다.
그럼 벌써 세 번째 컴플레인인가요. 잘 따라오고 있지요? 세 번째 컴플레인은 한 아기 엄마로부터 날아왔습니다. 포대기를 메고 탑승한 승객분은 다짜고짜 제게 분유병부터 내밀었습니다. 아기에게 분유를 태워 먹여야 하니 미지근하지도 뜨겁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로 물을 받아달라고 했습니다. 그 '적당한 온도'가 애매해 저는 정확하게 다시 물어보려고 운을 뗐습니다.
승객은 미간을 확 찌푸렸고 저는 움찔했습니다. 아기는 악을 쓰며 울어대지, 아기 용품이 빵빵하게 가득 차있는 가방은 무겁지... 해서 힘에 부쳤던 아기 엄마 승객은 저를 향해 소리를 꽥!!! 질렀습니다.
"아, 65도로요!!!! 65도!!!"
저는 뭐라 말도 못 하고 그냥 조용히 뒤돌았습니다. 갤리로 돌아와 65도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65도를 생각하며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을 적절히 조절하며 부어댔지요. 아이를 낳아보지 못한 처녀에게, 분유를 한 번도 타보지 않은 저에게 분유병에 받아야 할 65도란 온도는 너무 애매했습니다. 승객은 승무원이 분유 하나 제대로 탈 줄 모른다며 회사에 컴플레인을 걸었습니다.
아, 새삼 열을 내며 써 내려가다 보니 드디어 마지막 컴플레인이군요. 마지막 컴플레인 승객은 중년의 여성 승객이었습니다. 사건은 한국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새벽 비행에서 발생했습니다. 그날 비행은 아침 7시가 탑승 시간인 만큼 대부분 승객들이 께죽한 모습으로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몇몇 승객은 이륙하기도 전부터 좌석 깊숙이 눕듯이 앉아 잠을 청했습니다.
이륙 후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 기내식이 담긴 카트를 가지고 좌석 통로 앞에 서자 많은 난관이 보였습니다. 이미 단잠에 빠진 승객들이 좌석 통로로 팔과 다리, 머리통을 늘어뜨려 놓았기 때문입니다. 제 몸 하나로는 승객들의 팔이나 다리, 머리를 치지 않고 요령껏 피해 다닐 수 있죠. 하지만 통로를 가득 채우는 폭에 백 킬로가 족히 넘는 카트를 가지고서는 지나가는 것조차 무리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곤히 잠자고 있는 승객들을 깨워야 했지요.
슬슬.. 실례합니다... 슬슬슬... 카트 지나가겠습니다. 슬.. 팔이랑 다리 조심하십시오... 슬슬...
저는 조심스레 카트를 몰았습니다. 뒤쪽 갤리에서부터 끌고 나온 카트를 승객 좌석 제일 앞줄에 고정시킨 후 기내식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막 잠에서 깨신 분들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올려다봅니다. 그래도 아침은 드시고 싶으신지, 말없이 테이블을 펼칩니다. 저는 좁은 통로에서 피로한 얼굴들을 마주하며 서비스를 이어나갔습니다.
여기서 여러분이 알아주셨으면 하는 점이 있습니다. 승무원이 기내 좌석 사이 비좁은 통로에서 앞뒤+좌우로 움직이다 보면 의도치 않게 엉덩이로 승객분을 칠 수가 있는데요. 제 엉덩이가 방대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정말?). 서비스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다 보면 뒤꽁무니가 종종 승객분을 공격할 때가 발생하더라고요. 승무원 성희롱 문제가 가끔씩 기사화되곤 하는데, 저는 오히려 제가 엉덩이로 치고 다닌 승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날 새벽 비행은 유독 잠을 자는 승객들이 많아 더 조심하려고 제 행동반경에 유의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제 엉덩이가 컸던 걸까요. 서비스를 한창 이어나가는 차에 통로 쪽 좌석에 앉아 주무시고 계셨던 손님으로부터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고 말았습니다.
"아악!!!!!!"
제 엉덩이가 손님 어깨를 치고 만 거죠. 저는 바로 사과를 드렸습니다.
"어머, 손님. 죄송합니다. 놀라셨죠..."
승객은 인상을 잔뜩 구기며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니...! 너무 아프잖아요~! 카트를 그렇게 세게 몰면 어떡해욕!!"
분명 엉덩이로 밀쳤는데 주무시고 계셨던 터라 깜짝 놀랐기에 카트에 부딪혔다고 착각한 모양이었습니다. 자초지종을 설명드렸으나 승객은 분명히 제가 카.트.로. 박았다고 화를 냈습니다. 제가 아무리 애플힙 운동을 열심히 했기로 소니...(사실 어쩌다 한 번..) 그게 그렇게 딱딱했던 걸까요. 이 사건은 곧 컴플레인으로 연결되고 말았지요.
보통 승무원이 컴플레인을 받으면 담당 팀장과 면담하는 시간을 갖습니다(그렇지 않은 항공사도 있겠습니다만 저희 회사는 그렇습니다). 면담 시간을 통해 컴플레인이 발생한 경위를 담당 팀장과 함께 짚어보는 겁니다. 아울러 앞으로는 유사한 컴플레인을 받지 않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생각한 다음 팀장 앞에서 이야기해야 합니다. 회사 지침에 따라 저는 컴플레인을 받을 때마다 이 일련의 과정을 밟았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네 개의 컴플레인도 마찬가지로 말이죠.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볼까요.
제 엉덩이가 아니라 카트에 부딪혔다고 주장한 승객분 컴플레인에 대해서는 뉘우치는 기색을 보여야 했습니다. 비록 카트가 아니라 엉덩이였지만 팀장님과 승객에게 중요한 것은 그 사실이 아니었으니까요. 뭐가 됐든 주무시는 승객분을 놀라게 할 만큼 갑작스럽게 깨운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저는 팀장님에게 공손한 태도로 말했습니다.
"앞으로는 기내 통로에서 더 조심스럽게 움직이도록 유의하겠습니다..."
분유병에 물을 65도로 받아달라고 했던 아기 엄마 승객분의 컴플레인에 관한 대처 방안도 세세히 말했습니다.
"승객분 말씀에 바로 딴죽을 걸지 않겠습니다... 다음부터는 기내에 있는 온도계를 사용해 다시 한번 정확하게 온도를 확인해서 제공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그냥 제 손을 온도계로 만들어버리겠습니다."
남편에게만 말을 걸며 유혹까지 하려고 했다는 컴플레인 승객분에 대해서도 어렵사리 입을 열었습니다.
"다음부터는 최대한 해당 승객 본인의 의사를 묻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너무 성급했습니다..."
첫 번째 컴플레인에 비하면 다른 컴플레인의 대처 방안은 그리 괴롭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컴플레인에 대한 대처 방안은 대체 뭐라고 운을 떼야 할지 참 난감했거든요... 여러분도 기억하시겠지요..? 호텔 로비에서 자신을 보고도 승무원이 인사를 드리지 않아 화가 많이 났던 승객분 말입니다. 그래도 저를 노려보고 앉아있는 팀장님께 기대에 걸맞은 답변을 드려야겠지요.
"음... 먼저.... 승객분의 얼굴을 비행 중에 유심히 잘 살펴보고 기억해두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기내가 아닌 바깥에서 만나더라도..."
팀장님은 이어지는 제 말을 막고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닌 것 같다. 이건 아닌 것 같은데요, 저도?"
저는 그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조심스레 말했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팀장님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을 이었습니다.
"아니~ 이 컴플레인은 그냥 넘어갑시다. 이건 너무 억지 아닙니까... 아니~! 수십수백 명 승객을 어떻게 일일이 기억하라는 거야~! 아놔... 이건 내가 화나네?"
저는 용기를 내 아까보다 크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죠? 하며 반짝이는 눈빛으로.
"이건 그냥 덮어버리자. 수고했어요. 돌아가 봐요."
"네, 감사합니다..." 저는 재바른 걸음으로 면담실에서 뒤돌아 나왔습니다.
면담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얼마간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모두 저 하늘에서 만났던 승객들이었고, 하늘에서 일어난 사건들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생각지 못한 컴플레인이 들어올지 가늠해보다가 상상력이 부족한 저로서는 예측할 수 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떨궜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세상에는 저와 달리 상상력이 좋은 사람이 참 많았던 것입니다.
칭송레터 못지않게 컴플레인 또한 항공사와 승무원이 나아가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이번 글에서 소개해드린 컴플레인은 제가 의도적으로 희화화해서 썼습니다만, 대부분의 컴플레인은 비행하면서 흐트러지곤 하던 제 모습을 바로잡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비행을 마치고 해당 항공사 홈페이지까지 접속해 의견을 남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지요. 모든 말씀을 귀 기울여 듣고 개인의 발전에 더해 회사 발전까지 이어지도록 애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