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이라는 직업이 가진 좋은 점
이른 아침 비행이었다. 전날 잠을 설친 탓에 눈꺼풀이 메마르고 무거웠다. 승객들도 졸리기는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많은 이가 푸석푸석한 얼굴로 연신 하품을 하며 비행기에 올랐다. 지정된 좌석에 앉자마자 곯아떨어지는 승객도 있었다.
탑승이 마무리될 즈음 한 가족이 등장했다. 젊은 부부와 아이들이었다. 아이는 둘이었는데 갓난 아기와 꼬마 애였다. 엄마 승객은 아기 포대기를 앞으로 두르고 젖병이나 물티슈, 기저귀 따위의 아기용품이 담긴 가방을 들고 있었다. 다섯 살쯤 된 남자아이는 땍땍거리며 엄마에게 매달리듯이 찰싹 붙어서 걸어왔다. 한눈에 봐도 버거운 모습이었다.
남편으로 짐작되는 사람은 양쪽 손을 주머니에 넣고 휘적휘적 걸어왔다. 그는 좌석에 앉기가 무섭게 이어폰을 귀에 꽂고는 영화를 틀었다. 팔짱을 끼고 좌석 깊숙이 비스듬하게 앉은 모양새가 속 편해 보였다.
엄마 승객은 좌석에 앉지도 못하고 아이 둘을 챙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 꼬마는 높은 톤으로 쉼 없이 떠들어 댔다. 그녀는 종알대는 아이를 앉히고 좌석벨트를 매어주었다. 그 와중에도 아이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빨리 틀어달라며 성화를 부렸다. 그러던 차에 갓난 아기가 잠에서 깼는지 울먹거리기 시작하자 엄마 승객은 더욱 정신없어 보였다.
김포에서 출발해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하는 두 시간 남짓의 비행이었다. 그날 나는 비즈니스 클래스 담당 승무원이었고, 그 가족 승객도 비즈니스 클래스였다. 나는 투덜거리는 꼬마 애를 달래기 위해 기내에 탑재된 장난감들을 들고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오늘 비행을 함께 할 승무원, 날돼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이름이 준호지요? 이름도 멋있네요~. 비행기 탄 기념으로 선물을 드릴 건데요. 여기 보면... 스타워즈 비행기랑 비행기 풍선도 있고, 카드랑 색종이도 있는데요. 어떤 게 마음에 들어요?"
꼬마 애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씩씩하게 대답했다.
"음.. 스타워즈 비행기요!!!"
나는 이 아이가 비행 동안 스타워즈 비행기를 가지고 놀며 부디 조용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했다.
"오~ 알겠습니다. 준호가 비행기를 좋아하나 보네요. 여기 있습니다."
스타워즈 비행기를 아이에게 건네줄 때 옆에 앉은 엄마 승객이 말했다. 분명 내게 고맙다는 의미로 한 말일 터였다.
"우리 준호 좋겠다! 준호 승무원 누나 되게 좋아하는데, 그치. 좋겠다~!"
순간, 승무원 누나를 좋아한다는 그 한 마디로 준호라는 아이의 쑥스러움이 폭발하고 말았다.
"아니야아아아아아아아가아아악!!!!!!"
소리가 어찌나 우렁찬지 나와 엄마 승객을 비롯한 주변 모든 승객이 화들짝 놀랐다. 아이는 아랑곳 않고 반복해서 외치기 시작했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양아아아아아아악!!!!!”
아이를 달래고자 장난감을 준 건데 역효과로 바득바득 악을 쓰는 아이 반응에 나도 당황했다. 준호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크게 반복해서 외쳤고 엄마 승객은 또 시작이네, 싶은 표정과 함께 한숨을 짧게 내쉬었다. 이륙 준비를 하기 위해서라도 망연히 그들 앞에만 있을 수 없던 나는 아이 뒤통수를 한번 쓰다듬고는 돌아섰다.
승객들의 피로와 졸음을 실은 비행기가 이륙했다. 이륙하는 동안 잠깐 앉아있을 뿐인데도 밀려오는 졸음에 눈꺼풀이 더 뻑뻑해졌다.
이후의 이야기는 1월에 출간되는 저의 책에서 이어집니다.
책에 싣게 된 글이라 생략한 점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