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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창내일도맑음 May 08. 2020

나는 왜 걷는가?

나는 왜 걷는가?

  나는 걷는 걸 좋아한다. 언제부터 좋아했을까? ‘차비가 아까워서 웬만한 거리는 걸어간다!’는 어머니의 철학을 따라 걷던 때부터였을까? 공부도 답답한데 버스까지 답답한 것이 싫어 콩나물시루 버스를 보내고 집으로 걸어 돌아온 그때부터였을까? 세상 모든 것이 푸르던 그 시절 그 사람의 따뜻한 손이 좋아 하염없이 걷던 그 순간부터였을까? 언제부터인지가 무엇이 중요할까? 그냥 걷는 것이 좋다.     


 나는 그냥 걷는 걸 좋아한다. 방향성과 속도감이 없는 걷기를 좋아한다. 정해놓은 방향 없이  휘적휘적 걷기를 좋아한다. 어느 면에서 걷기가 아니라 산책에 더 가까울 수도 있겠다. 이렇게 몸에 힘을 빼고 흐느적 걷다 보면 내가 얻는 것은 단순히 신체적 움직임 이상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다. 내 코가 세상에서 가장 오뚝했을 때, 내가 밟은 이 바닥이 세상 가장 밑바닥이었을 때 항상 다른 사람이 궁금하였다. 다른 사람은 지금, 이 곳을 어떻게 살아갈까?

  걷기는 다른 사람을 관찰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다. 특별히 힘을 쓰지 않아도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걷다 보면 많은 사람을 마주친다. 마주치는 모든 사람의 인상과 행동에 나의 상상을 더한다. 그러다 보면 나는 그 사람의 삶을 느낄 수 있다. 내가 느끼는 그들의 삶이 사실과 달라도 상관없다. 그저 그 순간 나는 그 사람의 진실된 삶을 잠시 공유하면서 그 자체로 충분하다.     


  공간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의 시작은 공간이다. 그러므로 내가 서 있는 공간에 대한 이해는 당연하다. 걷기는 공간을 이해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나의 발걸음이 닿을 수 있는 곳까지 걸으면서 내 공간을 알고 나를 알 수 있다. 나는 사람들의 시선이 머무르지 않는 곳을 찾는 것이 좋다. 아파트 1층 밑 지하 공간, 아파트 담벼락, 뒷골목, 세입자가 한 달째 들어오지 않아 방치된 상가 등 사람들의 관심을 못 받는 공간을 찾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다. 마치 그 곳들이 심심한 나머지 나에게 손짓하는 것 같아 반갑고 재미있다.      


  걷기는 힐링이다.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방법에는 ‘시각 자극 치료법’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큰 충격을 받게 되면 순간 사람의 뇌는 작동을 하지 못하는데 좌뇌와 우뇌를 자극할 수 있는 자극을 주면 그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걷는 것만큼 좌뇌 우뇌에 동시적인 자극을 줄 수 있는 것은 없다. 요즘은 트라우마가 일상화되었다.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모든 사람들의 회복을 위해서라도 걸어야 한다.      


  걷기는 몸을 움직이는 것 이상의 것이다. 나를 돌아보고 나를 이해하고 나를 안정시킨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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