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엉키는 순간, 마음은 더 또렷해진다

결국 언어는 기술이 아니라 감정의 진폭이다

by 이서언


감정의 진폭, 말의 무게


외국어를 배울 때 가장 어려웠던 건

문법이나 발음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어려웠던 건,


그들과 함께 있어야 했던 시간 전부를

단 하나의 언어로 감당해야 했다는 사실이었다.


서툰 외국어 하나로

그들의 삶에 묻어들고,

그들 속에 스며들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처럼

행동해야 했던 그 시간들.


그건 나에게 거의 필사적이었다.

타인의 리액션, 말버릇,

제스처를 끊임없이 따라 하고

문화의 디테일 하나하나를 관찰하고,


외우고, 또 흉내 냈다.

그리고 그 “따라 하기”는 결국

진짜 “이해하기”로 이어지길 바랐다.


물론 그 과정의 대부분은

무안함, 무력감, 조용한 눈물이었다.

내가 안 되는 사람처럼 느껴졌고,

누군가의 세계에 끝내

들어가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내 성격 때문일 수도 있고,

환경 때문일 수도 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무엇보다

내가 모국어도 아닌 언어로 힘내고 있을 때,

그것을 지켜봐 준


‘타인의 따뜻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지하철에서, 수업 중에,

한 마디 칭찬도 없이 그저 눈빛 하나로

잘하고 있어요”를 건네던

수많은 사람들의 응원.

그 시선들이 나를 버티게 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가 언어를 가르치는 사람이 되었어도

그 ‘받았던 따뜻함’을 기억하려고 한다.



나는 더 이상 배우는 쪽만이 아니라,

건네는 사람, 지켜봐 주는 사람,

누군가의 여정을 따뜻하게

기억해 주는 사람이기도 하니까.


언어는 따라 하고 닮아가는 마음이다


언어는 참 이상하다.

처음엔 문장을 따라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을 따라 하고 싶어진다.


그 말투가 따뜻했던 사람,

그 표정이 안심을 주었던 사람,

말이 어색했지만 마음이 진심이었던 사람.


나는 그런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가 나를 떠올릴 때

“그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기억으로 남고 싶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 모두 그런 경험이 있다.

적어도 “저 사람만큼은 되지 말자”라고

다짐했던 소수의 얼굴,


그리고 반대로,


“가능하다면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가슴 안쪽에서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동경.


그 감정은 너무도 조용하고,

너무도 강력하다.


그리고 그런 마음 하나가

다시 새로운 언어를,

새로운 관계를,

새로운 세상을 배우게 한다.




오늘의 노트


언어는 기술이 아니라 감정의 진폭이다.

따라 하다 보면 닮아가고,

닮아가다 보면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말보다 더 깊은 것을 배운다.



함께 생각해 볼 질문


•내가 외국어를 배울 때, 가장 크게 위로받았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그 언어를 따라 하다가 어느 순간, 마음까지 닮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나요?

•지금의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언어의 인상으로 남아 있을까요?

•나는 말보다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느껴본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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