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밥이 먹고 싶어졌다

속이 다쳐온 자식은 엄마 밥을 먹고 몸을 일으켰다

by 태이림

6월은 결산 업무를 하게 된다.

결산이 되면 전년도의 회계서류와 계약서류들을 보는데 준비하는 입장에서도 괴로움이겠지만

감사하는 입장에서도 괴로움이다.


많은 서류를 비교하고 분석해서 봐야하지만

서류를 볼 수 있는 시간은 물리적으로 짧다.


결산 준비기간은 대략 2-3주 정도 이니

결과적으로 저녁이고 주말이고

서류를 보는 방법 뿐이었다.


3주 동안 힘든 시간이었다.

눈앞에 쌓여가는 서류와 숫자들에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었다.


튼튼해보이는 외형과 달리

나는 빈혈을 가지고 있었다.

한달에 한번이 되면 빈혈이 심해져서

어지러움을 동반했다.


작년부터 잠이 급격하게 늘었

그때는 내가 체력이 약해진것이라 생각하고

운동을 더 열심히 했었다.

계속해서 지친 몸이 이상해서 들렸던 병원에

중증 빈혈 판정을 받았다.


몸이 붕 뜬 것 같은 기분은 야근이 잦아서 피곤해서

자면 나아지는거라 생각했는데

몸이 아픈 것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이런 수치는 처음 본다면서

정상생활이 가능하냐고 나에게 물었었다.


나는 예민하지만 둔한 사람이었다.


어느정도 예비심사가 마무리 되고 난 뒤의

나는 그대로 기절했다.

잠을 그렇게 많이 자는 편은 아닌데,

낮이고 저녁이고 밤이고

내가 그렇게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배가 고팠다. 고기가 먹고 싶었다.

집 근처에 살고 있는 엄마에게 갔다.


부모님은 장사를 하시기 때문에 늘 저녁이 늦었다.

엄마는 저녁 10시에 소고기를 구웠다.

고기를 구우면서 내게 말했다.


"내일도 먹으러 와."


평소같았으면 괜찮다고 했을 나지만

어쩐지 엄마의 다음날 저녁이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주말내내 부모님의 집에 가서

소고기, 삼겹살 같은 고기로 저녁을 먹었다.


나는 엄마가 나에게 밥의 안부를 묻는 게 싫었다.

내 기억에 엄마는 계속 밥을 차렸다.

그 모습이 왠지 엄마가 일평생 밥에 묶인 것만 같아서 속상했다.


나는 엄마가 여자이고 본인이길 늘 소망했지만 엄마는 계속 엄마였다.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되는 밥의 안부가

엄마의 고된 삶에 나까지 보탠 것 같아서

연락을 피하기도 했다.


최근 인기 드라마였던 "폭싹 속았수다"를 보면

금명이가 오랜만에 부모님을 찾아와서

밥을 먹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에서 애순과 관식은

금명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내듯

그들은 금명을 위한 반찬을 준비했다.

허기가 지고 힘든 순간에

금명은 부모님을 찾아왔다.


그 장면을 보면서 엄마 생각이 많이났다.

엄마는 밥에 묶인 것이 아니라

나에 대한 마음

그리움이라는 것을 생각이 들자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목구멍에 울음 대신 고기를 삼켰다.


"폭싹 속았수다"에서 금명이 1그램도 사라지지

않도록 밥을 차린 관식과 애순처럼

주말 내내 2키로를 찌우고 나는 다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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