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와 입학준비
스무살이 되기 전에는 내가 스무살이 되면
술을 먹겠다 담배를 피우겠다 클럽을 가겠다
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제는 가능하니까 합니다 라고
다소 퇴폐하긴 하지만 뭔가 명확했다.
서른살이 되기 전에는 생각을 하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갑자기 만든 방학에 신난 건 맞지만
그냥 시간을 보내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아직도 한창이고
좀 더 놀아도 괜찮았을 나였는데 그때의 나는 불안했다.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것은 돈을 버는 것인데
나에게 이것은 안정감을 의미했었다.
그래서 찾아온 방학을 유익하게 보내야한다는
스스로의 다짐으로 시간을 생각했다.
운동을 시작했었다.
이전 회사에 다니면서 잦은 야근과 폭식으로 살이 많이 쪘었다.
나는 집 근처에 있는 헬스장에 등록해서 2시간씩 운동했다.
머리로는 다 아는 운동을 몸으로 하려니 힘들어 죽을 맛이었다.
확실한 건 구호를 외치는 쪽보다 몸으로 하는 쪽이 힘든 것은 맞다.
운동을 하고 나면 그냥 시간을 보내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스스로의 불안감이 내려갔다.
사람은 생각보다 단순하고 명확하다.
운전면허 학원을 등록했다.
나는 멀미가 심해서 차를 잘 타지 않았다.
그래서 차를 사고싶다거나 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누군가 내게 운전을 하면 멀미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차를 가지고 있으면
가끔 다니는 여행이 좀 더 자유롭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어쩐 지 매력적이었다.
주변에서 운전면허가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해서
쉽게 생각하고 시작한 것도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내 주변에는 운동신경이 좋은 엘리트 체육인들이었다.
그리고 느린 사람이었던 나는
2종 보통면허의 도로주행을 두번이나 떨어진 뒤에 겨우 합격했다.
필기시험도 상식 선에서 나온다고 시험지 두번만 풀어보면 된다고 해서
야심차게 문제집을 사서 풀었는데 최저 점수를 못맞췄다.
약간의 핑계를 대자면, 집에 차가 없고 운전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멀미가 심해서 차도 자주 타지 않는 사람인데
도로 위의 신호나 표지판의 의미를 알 리가 만무했다.
도로 주행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도로연수하는 며칠동안 몸살이 나서 집에 누워있었다.
보통 도로주행 차에서 옆자리에 선생님에게 예비 브레이크가 있는데
브레이크에서 발을 못떼셨다.
아가씨 그렇게 운전하면 사고난다고 버럭 하시길래 가르쳐주는데
왜 이렇게 소리를 지를까 서운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본인도 사고나서 죽을뻔해서 그런거라고 생각하니
그 정도로 말한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도로 연수중인 차가 노란 이유는 햇병아리같은 귀여움이라기보다
신호등의 노란색처럼 빨간불이 오기 전의 위험함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세의 기적처럼 내 차를 기준으로 제발 갈라져주세요. 제발.
크리스마스 이브에 본 두번째 시험에서 운전면허증을 땄다.
산타할아버지가 준 선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움직일수 있도록 기동성을 줬으니 니가 알아서 하라는 책임이었다는 생각은
내 차를 가지면서 갖은 유지비와 수리비를 통해서 깨닫게 되었다.
대학원 입학원서를 제출했다. 걱정이 앞섰다.
체육학을 전공했다는 것이 매번 입사면접에서 발목을 붙잡았던 것처럼
여기 너는 들어올 수 없는 사람이라고 얘기할 것 같았다.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수 없는 굳게 닫힌 문 앞에서
돌아서지도 나아가지도 못하고 계속 문 앞에서 서 있는 사람
나에게 취업은 그런 시간들이었다.
그런 지난 시간들이 익숙하다 못해 내 모습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불안한 마음에 조언을 구하고자 주변을 물었지만
주변에 대학원을 다녔던 사람들은 전공이 달라서 조언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요즘은 시대가 좋아서 챗GPT 등 인공지능 챗봇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정보를 얻었을테지만
그 당시만 해도 웹 서칭이 최선이었다.
그러나 내가 가려는 대학원은 어쩐지 정보가 많지 않았다.
원서에 제한이 있는것도 아닌데
원서를 여러 개 넣어도 됐는데 가고 싶은 대학원 한 곳만 넣었다.
평생교육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는 160시간의 실습 시간이 필요하다.
대략 한달정도 상주해야하는 실습 기간인데 집 근처에 있었던 평생교육원에서 실습을 받았다.
나는 이 곳에서 받았던 실습을 통해서
평생교육사 라는 직업을 알게 되고 하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 당시 평생교육원을 위탁운영했던 대학으로 나는 원서를 넣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정말 무식하고 무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