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을 잘하고 싶었다.
부모님은 장사를 하셨는데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돈을 받고 하는 일이니 열심히 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것이 각인되었는지
학교는 그렇게 열심히 안 다녔지만
일은 정말 잘하고 싶었다.
일을 잘해야 내 가치가 올라간다고 생각했다.
전공을 뒤로하고 선택한 길이라서
오래 일하고 싶었다. 그래서 잘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의 마음과 달리 몸으로 일하던 나에게
직장생활은 쉽지 않았다.
체크해야 할 일이 많았고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았다.
그때마다 깜빡하고 실수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죄송하다고 말하는 날도 많았고
스스로를 자책하는 마음에 답답했었다.
하루는 수강생들에게 전체문자를 보내야 했는데
발신번호를 기관 번호가 아닌
임원의 개인번호로 보내서
수강생들의 전화가
임원 개인 전화로 빗발쳐서 난리가 났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연달아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차라리 화를 내주면 좋으련만
다들 아무런 말은 하지 않은 채
지친 표정이 역력해서 더 불편한 마음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의 실수보다
본인들 업무에 더 치여서 말을 안 한 것인데
그 상황이 찔린 스스로 만든 죄책감이었던 것 같다.
그날 평소에 나를 챙겨주던 경리 언니가
나를 따로 불러내었다.
옥상으로 불러서 올라가자마자
큰 소리로 나를 다그쳤다.
일을 똑바로 해야 하지 않냐.
일은 잘해야 하는 거다.
죄송하다고 말만 하면 다인 거냐.
정신을 차리라면서 큰 소리를 내었다.
지금에 나였으면 아마 읭?
하고 듣지도 않았을 텐데
그 당시에 나는 나의 실수로 인해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끼친 것만 같아서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했다.
그날이 지나고 얼마되지 않아
나의 직속이었던 A과장이 나를 따로 불렀다.
이전에 경리 언니가 불렀던 기억이 나서 잔뜩 주눅이 든 채로 비어있는 촬영실로 들어갔다.
나의 걱정과 달리 A과장은
진심을 다해 나를 걱정했다.
이림씨는 지금 아주 잘하고 있다고.
내가 세심하게 챙겨서 업무를 가르쳐줘야 하는데
여력이 되지 않아서 많이 미안하다고.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얘기하라며
나를 다독이는 다정한 말투에 펑펑 울었다.
경리 언니와 있었던 일을 얘기하자
A과장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이림씨가 잘못했으면 내가 얘기를 하는 게 맞지.
거기는 경리 파트인데
왜 이림씨에게 그런 얘기를 해?
그건 좀 이상하지 않아?
앞으로 혹시라도 그런 일이 있다면
내게 얘기해 줘요.
그때 알았다.
아. 텃세 부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