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올게요!"
행복은 발랄한 어투로 허공에 인사를 남긴 뒤 문을 나섰다.
오늘의 길은 조금 흐렸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닿는 촉감이 푹신푹신하면서도 축축했다.
'오늘은 발이 푹푹 빠지네...'
행복은 발걸음을 내딛기가 조금 힘듦을 느꼈다.
그는 이 흐림 너머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이들에게 행복을 전해주러 가던 길이었다.
등에 맨 가방이 오늘따라 무거웠다.
그렇게 가기를 한참,
행복은 어느 순간 발에 닿던 축축함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놀라 발 밑을 내려다보니 자신이 길의 경계에 서 있었다.
한 발 뒤로 가면 축축함이,
한 발을 내딛으면 산뜻함이 느껴졌다.
삶이란 게 바로 이런 걸지 모른다고 행복은 생각했다.
한없이 우울했다가도 돌아서면 다시 행복하기도 한 것.
행복은 가방을 열어 사람들에게 나눠줄 행복 꾸러미들에 이 감정을 함께 섞었다.
'받는 사람들이 이 감정도 꼭 같이 느껴줬음 좋겠다.'
행복은 생각했다.
무거웠던 가방이 괜스레 조금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행복은 잠시 멈췄던 발걸음을 다시 힘차게 내디뎠다.
서울행 기차를 타고 오던 날 구름의 경계를 봤다.
충청도까지 분명 우중충하고 흐린 날씨였는데,
경기도를 넘어가면서 마법처럼 화창해졌다.
대체 어디까지 흐리고, 어디까지 맑을까 늘 궁금했더랬다.
그런데 그 경계를 목격하게 된 것이다.
이 땅이 구름 이불을 어깨까지 한껏 끌어올린듯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저 푹신하고 축축한, 또 상쾌한 길을 건너
조금은 먼 여정을 떠나는 이를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가 닿을 행복을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