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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Jun 12. 2020

 차 키를 항상 같은 곳에 둬야 하는 이유

기억의 한계


왜 우리 인간은 항상 허리디스크와 목디스크에 시달릴까? 우리의 몸은 주먹구구식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두발로 걷는 것을 확실히 네 발로 걷는 것보다 척추에 좋지 않다. 우리의 진화는 기존 단계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계속 삶의 연속선 상에서 이루어졌다. 뚝, 인류를 잠시 멸종시키고 다시 세련되게 진화시키지는 못한다. 그리고 그것이 굉장히 긴 시간을 통해서 만들어졌다. 그래서, 최적의 방법으로만 진화한 것은 아니다. 그때그때 환경에 맞춰서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졌다. 


몸도 이러할 진데 마음은 안 그럴까. 마음도 우리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비합리적인 것들로 가득하다. 우리의 이성, 마음, 생각 등은 냉정하고 완전하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무결점의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가 생각이나 기억들은 왜곡되기 쉽고, 오류 투성이다. 심지어 조작하기도 쉽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기억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컴퓨터는 폴더별로 파일을 정리할 수 있다. 애초에 설정하지 않으면 우선순위는 없다. 내가 파일이 필요하다면 금방 찾을 수 있다. 어디 있는지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어디에 뇌속에 기억이 어디 저장되어 있는지 모르고, 스스로 기억에 색깔을 입힌다. 마치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나오는 빨간색, 파란색 구슬처럼 말이다. 기억에 내 주관적인 색깔을 입히기 때문에 왜곡되고 조작된다. 대신, 컴퓨터와 다르게 우선순위가 매겨진다. 중요한 기억이나 최근의 기억은 확실히 머릿속을 맴돌고, 냉장고의 초콜릿처럼 필요할 때 바로 꺼내올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방법으로 우리의 기억은 진화했을까? 우리는 최근 사건이나 자주 일어나는 사건은 잘 기억하는 편이다. 자주 갔던 과일 밭이나 맹수를 피하기에 적합하게 진화했다. 

또한, 인류 이전에 우리 조상들은 기억의 정확성보다 속도가 중요했다. 상황이 주어졌을 때 즉각적인 판단과 결정이 중요한 환경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내 몸집보다 커다란 곰을 봤을 때 여차 저차 하면 죽는다. 


왜 우리는 항상 차키가 어디있는지 까먹을까? 우리의 기억은 절대 완벽하기 않다. 기억에 의존해서는 실수하기 쉽다. 우리가 비밀번호를 자주 빠꾸면 계속 오류가 뜨는 이유다. 부모님 주민번호 13자리를 자주 까먹는 이유가 그러하다. 그래서 우리는 기억의 한계에 맞게 삶을 조정해야 한다. 열쇠는 항상 제자리에 둬야 하고, 비밀번호는 이전 것과 비슷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이 왜곡되고 조작되기 때문에 오는 장점도 있다. 즐거운 기억 조각을 찾을 수 있으며, 행복했던 추억들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산발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도 있다. 


차 키는 항상 같은 곳에 두자. 그리고, 자신의 기억을 너무 믿고 남자 친구를 혼내지 말자. 어쩌면 내 기억이 틀렸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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