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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Jan 14. 2021

아버지 환갑 편지

우선 진심으로 아버지의 첫 환갑을 축하드립니다.


이제 당신의 자녀들이 30줄을 갓 넘었습니다. 한세대가 30년이니까 아버지가 60살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환갑의 핵심은 부모님이 60세가 된 것보다는 자녀들이 30살이 됐다는 것에 있는 것 같습니다.


자녀들이 학교와 부모의 품을 벗어나 사회에서 한 사람의 몫을 하는 때가 30대입니다. 다행히 아버지의 자녀들은 사회에서 1인분은 하는 것 같습니다.


30세 정도가 되니 20대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입니다.

아버지의 성실함이 보이고, 어머니의 꾸준함이 보입니다.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지만 이제는 보입니다.

그중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부모님도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때로는 강하지만, 때로는 힘들어서 쉬고싶은 그런 인간말입니다.


왜 부모님이라고 하기 싫었을 때가 없었겠습니까. 왜 부모님이라고 일하기 싫은 날이 없었겠습니까. 왜 부모님이라고 다 때려치우고 훌훌 떠나가고 싶었던 적이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가족을 위한 마음 하나만으로 버티셨다는 것을 이제는 알겠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는 저희들이 진심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한결같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꾸준히 운동하시고, 걸으시고, 책을 읽고, 사색을 하십니다.

최근 아버지 또래 분들을 보며 느끼는 점이 있습니다. 자신의 직업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꾸준한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사소할 수 있는 습관들을 목숨을 걸고 지킨다는 것입니다. 아마 그들의 성공 비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꾸준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꾸준한 습관들아버지가 포기하고 싶거나 힘들 때 역으로 그들을 지켜준 것 같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절대 교육은 말로 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행동을 보고 배웁니다. 하물며 자식은 어떻겠습니까.

100% 부모의 말투, 습관, 행동들을 따라 하게 되어 있습니다. 좀 더 나아가 그들의 직업, 인생을 대하는 태도도 닮게 됩니다.


폭력 쓰는 아버지 밑에서 폭력 쓰는 자녀들이 나올 확률이 높은 것처럼요.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우리 세 자녀들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어깨 너머로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부모님께서 항상 강조하시던 꿈과 목표의 중요성, 겸손의 중요성, 건강의 중요성,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의 중요성은 결국 우리 자식들의 가슴속 깊은 가르침으로 남아 그것을 기반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환갑잔치를 통해 아버지의 성과를 생각해보시고, 앞으로 남은 많은 날들을 어떻게 하면 가족들과 어우러져 함께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결국 언젠가는 싸울 때도 있고, 의견 차이로 얼굴을 붉힐 때도 있겠지만, 항상 가족임을 잊지 말고, 서로 지혜롭게 잘 헤쳐나가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환갑을 축하드리며, 이때까지 아버지와 자녀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뒷바라지해주신 어머님에게도 깊은 존경심을 담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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