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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Feb 10. 2021

월급쟁이 아버지의 '돈' 생각

우리 아버지는 평생 월급쟁이의 삶을 사셨다. 그는 30살이 되는 해에 중대한 기로 놓여졌다. 개인 사업을 할지,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더 할지 결정했어야 했다. 과감하게 아버지는 공부를 선택하셨고, 늦은 나이에 박사를 마치셨다.(어머니는 아직도 그 당시 사업을 안 한 것을 아쉬워하신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아버지는 사업으로 큰 돈을 번 사람들을 안 좋아하신다. 스스로 돈과 명예 중에 명예를 선택하신 분이라 그러시었는지 몰라도, 돈은 아버지와 거리가 멀었다(사업을 선택하셨어도 성실하게 잘 하셨을 분이다). 아쉽게도, 아버지의 머릿속에는 좋고 선한 부자는 없었다.


자연스럽게 자녀들도 '부자는 나쁜 사람'이라는 인식이 머릿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사업은 위험한 것이고, 월급쟁이의 삶이 가장 속 편한 인생이라고 교육받았다. 주식 투자로 큰돈을 잃으신 것도 고등학생 때 알게 되어서 투자, 사업 등은 나의 인생에서는 없을 것만 같았다(하지만 나는 적극적으로 재테크 공부중이고, 공격적으로 투자에 임하고 있다)



그런 내가 30대가 되고 나니, 아버지의 의견이 한쪽으로 기울어져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이야기는 좀 그렇지만, 마치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에서 우리 아버지는 가난한 아빠의 역할을 맡고 계셨다.


20대만 해도 아버지의 말씀이 모두 정답인 줄 알았다. 그가 경험한 세계가 나의 간접경험의 한계였다. 하지만, 책도 보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이런저런 강의도 찾아 듣다 보니 나만의 가치관이 생기고, 스스로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아버지의 그것보다 기반도 약하고, 깊이도 얕다. 하지만, '부모님의 생각과 가치관만이 정답이다'라는 지혜를 얻게되었다.




아버지 댁에 방문한 날이었다. 이상하게 그 날은 대화의 주제가 '돈'이었다.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 네가 지금 돈 공부하고, 여러 재테크를 시도하는 것은 좋으나, 거기에 너무 빠지지 말거라. 너의 젊음은 한 번이고, 네가 돈에 신경 쓰면 그만큼 다른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시간이 없어진다. 말 그대로 기회비용을 생각해보면 좋겠구나.


아버지는 말씀을 이어나가셨다.


- 돈을 얼마나 벌고 싶고, 왜 벌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구나. 아버지 생각은 '부자'란 자신이 쓰고 싶을 때 돈이 있다면 그 사람이 부자라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돈 이외에도 많은 가치 있는 것들이 있다. 그것을 따라가다 보면 돈은 따라오는 것이니, 너무 돈,돈 거리지 말거라.


나도 나름대로의 생각을 말씀드렸다.


- 아버지, 어머니가 20,30대일 때는 고성장,고금리 시대이고, 지금 저희는 저성장,저금리 시대를 살잖아요. 그래서 투자는 어쩔 수 없이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아버지 말대로 돈에만 미쳐 옹졸하고 불쌍하게 사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재테크 공부를 통해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나만의 경제 에어백'을 만드는 작업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왠지 그 날은 아버지의 말씀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가 싫었다. 나는 역으로 여쭤보았다.


- 아버지께서는 부자들을 나쁘게만 표현하시는데, 아버지 주변에 좋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부자는 없었나요?


조금은 무례해 보이지만, 아버지가 정말 그런 부자를 만난 적이 있는지 궁금했다. 아버지는 말씀을 길게 이어나가셨지만, 결론적으로 아버지 주변에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부자는 없었던 것 같다. 되려, 돈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밥값 한 번 안내는 사람들, 많은 유산 때문에 가족들끼리 서로 고소하는 사람들이 아버지 주변에 계셨다.


솔직히 나도 내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부자를 보지 못했다. 기껏 해봐야 책에서 접한 인물들이 전부다. 아버지의 말도 일리가 있다. 젊음은 한 번이고, 돈에만 집중하기에는 다른 소중한 것들이 많다. 하지만, 결국 세상 모든 것들은 돈과 관련이 있다.



아버지는 평생을 근검절약하시고, 큰돈을 만져보시지는 못했다. 그렇게 살고 싶지도 않아하셨다. 그래서인지 돈에 대해서는 조금 적대적이다. 아버지는 스스로 돈을 밀어내고 계신 것인지도 모른다.


아버지와의 대화에서 내가 얻은 결론은 '내가 가야할 길은 균형 잡힌 길' 이었다. 개인적인 성취와 돈을 함께 이루고 싶은 것이다. 나중에 돈, 돈 거리고 싶지 않아서 지금 돈, 돈 거린다. 훗날, 돈 때문에 자존심 상하고 싶지는 않아 젊은 나이에 많이 모으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중이다.



아버지의 말이 전부 옳은 것도 아니고, 나의 생각이 정답인 것도 아니다. 결국은 나의 인생을 어떻게 계획하고 꾸려나갈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한쪽으로 쏠리면 안된다. 좌, 우 균형이 맞지 않으면 언젠가는 넘어진다. 자기중심이 없다면 쉴 새 없이 흔들린다. 결국 내가 할 것은 돈과 성공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이고, 나만의 정답을 만들어내는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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