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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Feb 08. 2021

꼭 아프고 나서야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젊음이 좋은 줄 알면 그것은 젊음이 아니다.

꼭 아프고 나서야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된다.

큰 사고가 있고 나서야 인생이 얼마나 귀중했는지 깨닫게 된다.

첫사랑과 헤어지고 나서야 그 친구가 내 첫사랑 임을 깨닫게 된다.

죽기 직전에야 용기 내어 도전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주말을 맞아 진해에 갔다. 마스크도 야무지게 꼈다. 진해의 어시장에서 굴이 제철이라 했다. 그래서 굴을 2만 원어치 샀다. 1만 원 치는 찜을 해 먹고, 1만 원 치는 생으로 먹을 요량이었다. 생으로 먹은 굴이 화근이었다. 처음 맛이 조금 비리다 싶었지만 그래도 언제 또 먹겠나 싶어서 참고(?) 먹었다. 정확하게 잠복기는 24시간이었다.

월요일 새벽 2시에 배가 아프고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리더니, 하루 종일 위로 아래로 쏟아내었다. 그리고, 하루 종일 침대 위에서 배를 움켜쥐고 신음소리를 냈다. 정말 지옥을 맛본 느낌이었다. 이것이 노로바이러스구나... 이래서 생굴 먹지 말라하는구나..

아프니까 안 아픈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 장염을 많이 경험해본 나로서는 장염이 걸리면 며칠 동안 고생할 것을 안다. 알고 맞는 것이 모르고 맞는 것보다 더 아픈 법이다.

고통을 참아야 하는 것을 알기에 더욱 괴로웠다. 지금도 이틀째 죽만 먹고 있다. 사실 다른 음식을 먹을 생각조차 안 난다.




아파보니 원래 내 일상생활이 너무 소중해 보였다. 매일 하던 헬스, 평소 읽고 싶었던 책들, 미뤄뒀던 자격증 공부까지..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사실 요 며칠, 슬럼프가 왔었다.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매일매일 똑같은 반복이었다... 일도 열심히 안 하고, 퇴근하고 나서는 늘 하던 재테크 공부, 자격증 공부, 늘 가던 헬스장.. 모든 것들이 나에게 무슨 의미일까? 모든 것들이 재미 없어진 그럼 시점이었다. 그러다 덜컥! 모든 것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니, 역설적이게도 모든 것들이 너무 하고 싶어 졌다.


따듯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듣는 음악, 매일 영감을 주는 책들, 내가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재테크나 자격증 공부들.. 나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일상생활의 소중함이었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사람 마음은 참 간사하다. 이리저리 흔들린다. 감정은 가볍다. 되도록이면 감정과 마음에는 최대한 의존하지 않으려 애써본다. 몸이 조금 아프다고 이렇게 달라지니 말이다.


젊었을 때, 젊음이 좋은 줄 알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젊음이 아니라 한다. 지나고 나서야 좋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꼭 아프고 나서야 인생이 소중하다고 깨달아야 할까? 아프지 말고는 청춘인지 알 수 없을까? 미리 인생이 소중하다고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사실 정답은 정해져 있다. 지금 이 순간 기분 좋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언젠가는 좋아지겠지라는 마인드로 살다 보면 언젠가는 오지 않는다. 돈을 5000만 원만 모으면 행복해지겠지라고 생각했다. 5천만 원을 모으니 1억을 모으고 싶다. 지금 5천만 원이 작게 느껴진다. 사람 심리라는 것은 참 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은 참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 기분 좋아야 한다. 아무리 세상이 나를 괴롭힘에도 불구하고, 오늘 즐겁게 살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정답을 알고 있다. 그대, 오늘 나를 기분 좋게 하는 것들에 조금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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