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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Feb 21. 2021

자기에게 맞는 칫솔 찾기

삼십이 넘으니 치아도 말썽이다.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마다 어금니가 시리다. 양치할 때 찬물로 입 안을 헹구기가 힘들다.


치과를 가보니 양치를 너무 세게 한 탓이라고 한다. 차인표의 분노의 양치질 수준으로는 하지도 않고, 양치질도 빠지지 않고 잘 했는데 괜스레 억울하다.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양치를 할 때, 동료들이 양치질을 왜 이리 세게 하냐고 말했던 적은 있었다. 그러려니 했는데, 결국 잇몸이 조금씩 마모되어 없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잇몸이 덮인 곳이 사라지자 치아의 신경을 자극하게 된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세 가지 큰 복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늙어서도 치아가 건강한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유치가 다 빠지고 나서 얻은 치아는 좋으나 싫으나 평생 가지고 가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유년시절 유독 어머니께서 양치질 안 하고 잠에 들면 그렇게 뭐라고 하셨다. 덕분에 술에 아무리 취해도 양치는 하고 자게 되었다.



치과에서 엄포를 내렸다. 칫솔질을 절대 세게 하지 말라하셨다. 치아 모형을 가지고 어떻게 칫솔질을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셨다. 잠시 초등학생으로 돌아갔다. 손들고 질문 할 뻔했다.

그러고 보니 이때까지 아무 칫솔이나 사용했었다. 마트에서 5+1 칫솔 아무거나 골라서 사용하던 나였다.

당장 네이버에 칫솔을 검색해서 비싼 칫솔을 구매했다.


그런데 이것이 무슨 일인가. 칫솔은 비쌌지만, 나에게 맞지는 않았다. 이상하게 칫솔 끝부분은 연한데, 중심 부분이 억세서 양치만 하면 잘 안 닦인 느낌도 들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나에게 맞는 칫솔 찾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마트에서 낱개로 파는 칫솔 중 심사숙고해서 몇 개를 고른 후 한번씩 써보았다.


어떤 것은 칫솔모가 연하고 좋았지만 머리 부분이 너무 작았고, 어떤 것은 머리 부분 크기는 나의 어금니와 얼추 맞았지만 억셌다. 너무 부드러운 칫솔은 닦이는 느낌이 잘 들지 않았다.

 5개.. 6개.. 다양한 제품의 칫솔을 경험했다.

그러다 결국 나만의 칫솔을 찾았다! 칫솔의 몸통 부분은 일자로 잡기 편했고, 머리 부분의 칫솔모는 적당하게 부드러웠다. 가격은 조금 비쌌지만 그래도 나의 평생 짝을 만난 느낌이 들었다.


요즘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을 하기 시작했다. 정말 결혼 안 하고 평생 살 것 같은 친구들이 제일 먼저 결혼식을 올렸다. 역시 사람 앞길은 아무도 모른다. 결혼을 앞둔 친구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멘트들이 있다.

 ‘아, 결혼은 이 사람과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는 것이다. 이 생각이 첫 만남때 든 케이스도 있었고, 진득하니 만나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나에게 맞는 칫솔조차 찾기 쉽지 않다. 그렇지만, 한 번 찾으니 너무 든든하다. 이제 치과는 안 가도 될 것 같은 자신감도 살짝 든다. 가만히 앉아서 나에게 맞는 칫솔을 누가 찾아주지 않는다. 추천을 해줘도 그게 나와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내가 직접 찾아 나서야 한다.


진로를 잘 정하는 방법 중 한 가지도 일단 여러 가지 체험을 해보는 것이다. 앉아서 고민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일단 작게나마 실천하기 위해 일어서자. 그리고 나만의 칫솔을 찾아보자. 





추신) 인터넷에 댓글을 우연찮게 보았는데, 이때까지 자기 짝을 못만났다며 차라리 다음생에는 자신이 짚신으로 다시 태어나야겠다는 멘트를 보고 한참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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