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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Feb 24. 2021

나를 괴롭게 하는 것도 나고, 행복하게 하는 것도 나다


 대학생 때만 해도 옷 입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다. 주말에 놀러라도 갈 때면 침대에 옷이 한가득 쌓였다. 거울에 색깔을 대보고 갈아입기를 몇 번이고 반복했기 때문이다.

청바지 색깔 따라 위에 입는 맨투맨 색깔도 신경 썼다. 너무 튀지는 않게 입되, 그래도 옷을 잘 입는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보색의 개념을 잘 활용해서 입곤 했다.

그때는 몰랐다. 어차피 완성은 얼굴이라는 것을 말이다. 생각해보니, 잘생긴 대학 동기는 뭘 입어도 깔끔해 보였다. 맞다. 헛수고를 했다.

지금은 셔츠가 나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을 알고 있다. 색깔은 하늘색 계열이 나와 잘 어울린다. 되도록이면 어두운 색을 입지 않으려 노력한다.

옷의 색깔을 고르기가 귀찮을 때 회색, 검은색, 흰색 티셔츠만 사다 보니 옷장이 저승사자 컬렉션이 되어버렸다.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면서 깨우치는 불변의 진리가 있다.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크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예전에 책에서 봤던 실험이 기억난다. 내가 옷을 아무리 화려하고, 튀게 입어도 몇 분이 지난 후 물어봤을 때,  타인은 잘 기억하지 못했다.

그렇다. 남들은 나에게 큰 관심이 없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역설적이게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합격만 하면 인생이 달라지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전문직을 준비할까 깊게 고민했던 때가 있었다. 인터넷에 전문직 연봉을 검색하면서 합격하고 떵떵거리는 내 모습을 상상했었다.

그런데, 부모님의 권유로 세무사가 된 친구의 푸념을 듣고 나서 전문직에 대한 환상을 접었다.


 전문직도 일이 맞지 않으면 고된 월급쟁이의 삶의 연속이었다. 전문직이 되기만 하면 모든 사람이 우러러보고, 짧은 시간 일해도 큰돈을 버는 줄로만 알았다.

내 친구는 세무사를 붙고 나서 딱 한 달 미친 듯이 좋았고, 법인에 들어가서 일하고 나서는 너무 힘들다고 했다. 생각보다 숫자와 친하지 않은 자신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멀리 왔다고 느꼈다.

물론, 훌륭하다.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남들이 부러워하는 마음, 부모님이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이 그 친구가 세무사로서 일하는 유일한 원동력이였다. 그것만이 아침 출근길 출근 버스에 몸을 맡기는 힘이였다. 요는 어떤 일이든 자신의 성향과 맞아야 하고, 최소한 그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부업이 열풍이다. 월급으로는 도저히 생활이 안된다고 느낀 20,30,40대들이 너도나도 부업에 뛰어들고 있다.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해외 구매 대행, 크몽 등등 월급 외의 소득을 얻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나 또한 길에 치이는 월급쟁이 중 한 명이다. 부업의 필요성을 느끼고, 열심히 조사했다. 부업의 세계는 실로 엄청나게 컸다. 이것저것 시도해보았다. 하지만, 금방 포기했다. 꾸준히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퇴근하고 쉬지도 못하고 일을 하는데 자기 연민만 커졌다. ‘이렇게까지 돈을 벌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가득 차고, 월급으로 어찌어찌 아끼면서 살아보자라는 생각이 머리를 채웠다.

 

 부업을 꾸준히 하기는 힘들고, 대신 내가 이때까지 남이 시키지 않아도 꾸준히 하는 것들을 정리해보았다. 글쓰기, 그림 그리기, 운동하기 이 세 가지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했다. 퇴근하고 나서 졸린 눈을 비벼가면서 스케치를 하고, 색칠을 했다. 생각을 조금 바꿔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서 돈을 벌어보자! ‘그래, 어차피 퇴근하고 좋아서 하는 일인데 이걸 이용해서 돈을 벌면 일석이조겠구나’ 그리하여, 출판을 꿈꾸면서 외주를 받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는 것으로 목표를 세웠다. 빠른 시일 안에는 절대 불가능하다.. 그래도 내공을 천천히 쌓다 보면 5년 안에는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신, 인기 있는 글과 그림을 열심히 연구하고 따라하고 있다. 언젠가 찾아올 기회가 아까워서라도 죽을때까지 꾸준히 하려고 한다.


 인생에 만만한 것은 없다. 무엇을 하든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 부업도 마찬가지다. 공통적으로 강사들이 강조하는 것은 정성을 다해서 1년은 해야 유의미한 성과가 난다고 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나는 버틸 수가 없었다. 절실함이 부족한 이유일 수도 있겠으나, 선천적으로 하기 싫은 일을 꾸준히 하기 힘들어하는 스타일이다. 대신, 내가 좋아하는 일은 몸이 아파도 한다. 희한한 유전자다. 쉽게 이룰 수 있는 것은 없으니,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집중해서 해보고자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성과를 내는 것은 진정 자기 자신으로 사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 느끼기에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가질 때, 내가 나다워진다. 편안함은 꿈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반복에서 온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될 이유 중 하나는 ‘남이 나를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오로지 나만 내 인생에 관심이 있다. 나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도 없고, 나만큼 나를 잘 이해해주는 사람 없다. 역으로 당신이 하루 종일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같은 이유로 남도 자기 인생 사느라 바쁘다. 대신, 중요한 조건이 있다. 자연스러워야 한다. 내가 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야 그 사람만의 매력이 만들어진다. 매력이 켜켜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아우라가 된다. 어딜 가든 주목받게 된다.


나만이 나에게 관심 있는 존재다. 나태주 시인의 시를 끝으로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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