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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May 05. 2021

오늘은 참 기분이 좋았다.

예전 강아지의 신이라 불리는 강형욱 씨가 나오는 프로그램 중 한 장면이 생각났다. 강아지들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고, 좌절감이 들 때 자는 척을 한다는 것이다. 졸린 것이 아님에도 눈을 감고 꾸벅꾸벅 조는 척을 한다. 현실을 회피하는 강아지들만의 방법인가 보다. 그 강아지의 모습에서 나를 보았다. 문제가 풀리지는 않고, 시간은 속절없이 지나갈 때 온몸에 힘이 풀리면서 졸음이 쏟아졌다. 분명히 전날 충분히 잤는데..



하루에도 수없이 생각이 들었다. ‘공부는 왜 이리 재미가 없지, 공부는 나랑 정말 안 맞나?, 나는 정말 머리가 안 좋나?..’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5분마다 머리에 떠올랐다. 남들에게 당차게 직장을 다니면서 공부한다고 선언도 했는데, 시작한 지 한 달도 안돼서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싫다.


공부하기 싫으면 사실 안 하면 된다. 그 누구도 나에게 공부시킨 사람은 없다. 내가 원해서 가는 길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도전하는 과정은 행복할 줄만 알았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처음부터 잘하는 일은 없다. 어느 정도 공부하는 시간이 쌓여, 단어들이 익숙해지고, 문제 유형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10 kg 아령을 들기 위해서는 5kg 아령을 먼저 들 수 있어야 하는 것처럼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갑자기 열정! 의지! 타령하면서 10kg 아령을 들려고 하면, 다음 날 무리가 온다. 3개월치를 끊은 헬스장은 그렇게 일주일 다니다 그만두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기분이 좋았다.


신기하리만큼 기분이 좋았다. 첫째는 출근을 안 해서요, 둘째는 잠을 푹 자서이다. 오늘은 어린이 날이다. 직장을 다니며 공부를 하는 나는 한 숨 돌릴 수 있는 그런 날이다. 침대에 누워 지난 한 달을 돌이켜보았다. 호기롭게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던 나는 온데간데없고, 번뇌에 빠져 미간만 찌푸리고 있는 나만 남았다. 생각해보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공부를 한다면, 효율도 떨어지고 기억도 많이 하지 못한다. 굳이 뇌에게 스트레스를 줘가면서까지 공부할 필요는 없다. 지금도 소중한 나의 인생임을 알기 때문이다.



작은 것들에 만족하는 것을 실천했다. 제 때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맛있는 밥을 주심에 감사하고, 그것을 사 먹을 돈이 있다는 것에 다시 한번 감사를 올렸다. 공부에 스트레스를 받으므로, 공부 외의 것들에 스트레스를 없앨 심산이었다. 매사에 감사하고 만족하기를 실천했고, 오늘도 열심히 혼자 중얼거렸다. ‘날씨가 좋아서 감사하다고, 이런 날씨를 볼 수 있는 건강한 눈이 있고,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있음에 감사합니다..’



억지로 한다고, 고통스럽게 한다고 공부가 잘된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생각해보면 전교 1등들은 끙끙 앓으면서 공부하지 않았다. 허허 웃으면서 공부했다. 공부가 잘돼서 행복한 것도 있었겠지만, 평소에 행복한 것이 보였다. 스스로에게 행복을 허락한 듯 보였다.



오늘 기분이 좋았던 이유는 스스로에게 행복을 허락하겠다는 생각으로부터 출발한 듯하다. 행복을 허락하니, 감사한 것들이 보였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충분히 많이 가지고 있음을 느꼈다. 만족감과 충만감이 몰려왔다. 열심히 공부를 하는 이유도 결국 행복하기 위해서 아닌가. 지금 행복해야 나중에도 행복하다. 행복을 미루는 사람은 절대 행복을 만날 수 없다.



기분이 우울하면 과거에 사는 것이고, 불안하면 미래에 사는 것이며, 마음이 평화롭다면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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