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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May 23. 2021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

 학창 시절에는 당연한 것들이 많았다. 어머니가 차려주시는 아침밥. 화장실에 있는 뽀송한 수건. 잘 정리되어 있는 거실. 깔꼼 하게 설거지가 되어 있는 싱크대. 하지만, 혼자 살고나서부터는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부모님이 아프시기 전까지는 부모님의 건강이 당연한 건 줄 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나서야 그 이의 사랑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남편과 아내의 배려를 당연하게 생각할 때, 부부싸움은 시작된다. 당연시되는 것들은 그 순간 가치를 잃는다.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다. 자연스럽게 일상이 생기고, 당연한 것들이 생긴다. 내가 간절히 바라던 것들이 내 손에 왔을 때, 그것마저 익숙해진다. 이내, 또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기 시작한다.


뭔가를 원하고, 얻고, 익숙해지고, 다시 갈망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된다. 악순환을 끊는 방법은 당연한 것들을 낯설게 보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크지 않다. 지혜로운 사람들은 가끔 당연한 것들을 의심한다. 내가 건강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부모의 사랑을 못 받았더라면? 나에게 큰 사고가 났더라면? 갑자기 사랑하는 사람이 사고를 당했더라면?

가진 것에 만족하기 힘든 시대다. 주변에는 나보다 잘난 사람이 넘친다.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백이나 자동차를 가지게 된다면 그들처럼 행복해질 것 같다. 그들이 먹 음식을 먹어야만 행복해질 것만 같다. 그들처럼 골프 치고 놀아야 행복할 것 같다. 그들의 웃음이 부럽다. 나만 바쁘고 힘든 것 같다. 그들과 비교하면 내가 가진 것들은 한없이 초라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가지고 있는 것들이 많다. 읽고 싶은 책을 살 돈은 있다. 주말에 한 번씩 치킨을 시켜먹을 돈도 있다. 고급차는 아니지만, 목적지까지 빠르고 안전하게 나를 옮겨주는 귀여운 자동차도 있다. 가끔은 중요한 자리에 입는 양복도 있다. 처음 가졌을 때는 꽤 기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어느덧 나에게 당연해진 것들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깨닫는다. 무엇을 사던 그 기쁨이 1년, 2년 가는 경우는 잘 없다는 것을... 그러니 이쯤이면 됐다!라는 만족하는 마음이 악순환을 끊어버리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당연한 것들을 가끔씩 없다고 가정해보자.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순간, 그것들은 가치를 잃게 된다. 그리고선 또 무언가를 원다. 간절히 원하는 것을 얻으면 행복할 것이라는 러닝머신에 올라탄다. 새로운 것을 얻거나 꿈을 실현해도 그 건조차 당연해져 새로운 것을 욕망한다.


당연한 것은 없다. 죽음 앞에서 삶이 소중해지듯 가끔은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을 없다고 생각해보자. 좁지만 힘들 때 몸을 눕힐 수 있는 침대가 있는 것을.. 그래도 배고플 때 허기는 채울 수 있는 돈은 있다는 것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다리가 있다는 것을.. 일단 만족해보는 연습이라 생각하자. 누가 알런가. 매일 반복하다 보면 정말 충만한 만족감을 느낄 수도 있을지..


남과의 비교를 멈추고, 나 자신의 지금 현재 모습에 만족할 때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당연한 것은 이 세상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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