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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May 31. 2021

오해를 막는 방법 중에 하나는 이유를 물어보는 것

군대도 그렇고, 회사도 마찬가지다. 말단 직원이 중간 관리자를 건너뛰고 바로 사장에게 모르는 걸 물어본다면 중간관리자 입장은 난처해진다.


하루는 나의 후배가 나를 거치지 않고, 다른 상사에게 다이렉트로 민감사항을 물어보는 사건이 있었다. 바로 그 상사는 나에게 전화를 걸어 몇 분이고 혼냈다. 후배 관리 제대로 안 하냐는 둥, 이미 공지사항이나 문서에 명시되어 있는 내용인데 교육을 제대로 안했냐는 둥. 중간에 벙 쪄버리고 말았다. 그 후배와 원만한 관계라고 생각했기에 더욱 배신감이 들었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 불같이 화를 내서 내가 들은 잔소리를 똑같이 후배에게 쏟아붓는 것이었다. 주변 동기들들도 대부분의 혼쭐을 내라면서 으름장을 펼쳤다. 오버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찝찝했다.


할 수 있는 것 중 두 번째 방법은 후배에게 ‘왜 그랬는지’ 이유를 물어보는 것이다. 이미 상사에게 물어보고, 혼난 일은 일어난 일이고, 되돌릴 수는 없었다. 혹시나 후배가 나를 일부러 물 먹이려고 그랬나?생각할수록 굳이 나를 물먹일 이유는 없었다. 내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었겠지 싶었다.

심호흡으로 생각을 가다듬고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다. 첫 번째 방법은 쉽고 간편하지만 후배의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는 점이 찝찝했기 때문이다. 후배를 따로 불러놓고 자초 지총을 물어봤다.


후배는 그저 해야 되는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의 기준을 명확하게 알기 위해서 윗선에 물어본 것이었다. 후배의 다음 말이 머릿속에 남았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서 옆 부서 동기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마침 동기는 자리를 비웠고, 상사가 당겨서 전화를 받은 것이다. 우물쭈물하다가 그냥 물어본 것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선배인 나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서 물어본 것이었다. 우연하게 상사가 전화를 받았고, 답해준 것뿐이었다. 더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내가 오해를 한 것이다. 물론 나에게 물어봤다면 제일 좋았겠지만, 후배가 궁금증을 가질 때, 나는 외근을 나가 있었다. 타이밍이 잘 안 맞았던 것뿐이었다.


만약 첫 번째 선택을 했더라면, 이유도 묻지 않고 내가 받은 쿠사리만큼 후배에게 돌려줬더라면 서로 관계만 틀어졌을 것이다. 남 말을 듣기보다 나의 중심을 잡고 후배에게 의도를 물어본 것에 대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역시, 후회하지 않으려면 남 말을 들으면 안 된다.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낀다. 남 말 듣는 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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