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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Jun 05. 2021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안데르센은 실제로 유년시절 못생겼다는 소리를 밥먹듯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못생겼다는 말에 주눅 들지 않았다. 되려 자신의 이야기를 살려 ‘미운 오리 새끼’라는 걸작을 탄생시켰다. 그렇다. 자신을 못생겼다고 미워하기보다 그 점을 활용하여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든 것이다. 그 바탕에는 잔잔한 자기애가 깔려있었다.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그저 거울을 보면서 불평불만만 늘어놓으면서 스스로의 삶을 갉아먹으며 끝냈을 것이다. 미운 오리 새끼나 성냥팔이 소녀와 같은 대작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봉준호 감독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종 상을 휩쓸었다. 수상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그는 말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말을 가슴속에 새겼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우리나라 한강을 소재로 한 ‘괴물’이라는 영화도 만들고, 결국 ‘기생충’이라는 영화로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그가 수상소감에 했던 말처럼 가장 개인적인 것이 그 어떤 것보다 창의적이고 소중하다. 자신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할 때 사람들은 주목하기 마련이다. 주관이 뚜렷한 사람은 매력적이다. 잘생기거나 예쁘지 않아도 매력이 흘러 사람들이 따르게 된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사랑해야 한다. 쉽게 말해 자기애가 기본이 되지 않으면 자기 이야기는 의미가 없고,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자기애가 어느 정도는 깔려 있다는 것이다.

봉준호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요즘에는 나 혼자 산다 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sns를 통해 연예인같이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접하기 쉽다. 그들이 저녁에 뭘 먹는지, 주말에 어디 가서 노는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자연스럽게 나의 저녁식사와 비교가 된다. 우리는 비교할 때 친구와 하는 것도 아니고, 한 분야에서 최고를 찍은 사람과 비교할 때가 있다. 그럴수록 자존감은 내려가기 마련이고, 나의 이야기를 사랑하지 못하게 된다. 축구선수 ‘손흥민’은 나와 동갑이다. 92년에 같이 태어났지만 그와 나를 비교하기 시작하면 밤새도록 나열해도 모자라다. 손흥민이 부러운 것은 맞지만, 굳이 그런 슈퍼스타와 비교하면서까지 나를 괴롭힐 생각은 없다. 굳이 그럴 의미도 없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조금씩 만들고 있는 중이다.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가 되어 훨훨 날아가면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던 비결은 자기 자신에 집중했기 때문이고, 스스로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미운 오리 새끼는 본능적으로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자신의 외모 때문에 스스로를 학대하고 자신에게 저주를 퍼붓기보다는 벌떡 일어서서 여행을 떠났다. 자기 사랑이 없었다면 그저 농장에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병들어 죽어갔을 것이다. 같이 태어난 오리들에게 핍박을 받고 힘든 시절도 있었고, 스스로를 미워하는 시간도 있었다. 그렇지만 자기 스스로를 포기하기보다 미운 오리 아기는 모험을 선택했다. 그저 세상에 안주하고, 자신을 괴롭히는 존재들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것보다 용기를 가지고 거친 세상에 뛰어들었다. 여행 중에 여러 동물들에게 자신을 규정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도 했다.


몸집이 크고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농장 안에 다른 동물들은 미운 아기오리를 싫어했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절대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화를 위해 모험을 선택한 주인공은 결국 백조가 되어 자유를 위해 훨훨 날아갔다.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은 개성이 있다는 말이다. 개성이 있다는 것은 자신을 사랑한다는 다른 표현이다. 조금 못난 치아를 가지고 있는 유재석 님도 가끔씩 잘생겨 보인다. 자기의 치아를 부끄럽게 여기기보다 환하게 웃는다. 그의 웃는 모습은 그 어떤 연예인보다 매력 있고, 남을 즐겁게 만든다. 그는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사랑하고 있음을 시청자도 느낀다.


미운 아기 오리를 초등학교 때 접하고 브런치 공모전 덕분에 20년 만에 다시 읽어 보았다. 시가 짧지만 깊은 울림을 줄 때가 있는 것처럼 짧은 동화지만 진한 여운과 감동을 주었다. 남들과 비교하면서 나만의 이야기를 남들과 똑같은 이야기로 채우려는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남들이 보기에 멋있어하는 취미, 남들이 인정해주는 직업을 찾기 위한 시도들이 무색해졌다. 다시 한번 나만의 이야기를 펼칠 때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펼치기 위해 오늘도 스스로에게 감사와 만족의 시그널을 날린다. 나도 언젠가 백조가 되어 자유를 느끼며 훨훨 날아오르길 꿈꾸면서.

기생충을 오마주한 미운오리새끼 삽화(개인창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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