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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Jul 28. 2021

혼자 살아야 어른이다.

직장 후배와 차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웠다. 주제는 대학교 시절이었다. 서로 이야기를 듣다보니 참 철이 없었다. 대화 중에 불현듯 알아차린 점은 지금도 철이 들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어느새 겁도 많았고, 도전도 두려워한다는 삼십 줄이 되었다. 사실, 삼십 줄이 되어서 새로운 일을 시도하려는 것이 무섭다기보다는 원래 그랬다.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 해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퇴근하고 나서 목공도 배우고 싶고, 주말에는 캠핑용품을 사서 캠핑도 가보고 싶다. 그저 하고 싶은 일들로만 남아 있다.


그럼에도 삼십 줄이 되어서 좋은 것은 남의 시선에서 조금 자유로워졌다는 것이다. 대부분 삼십 대가 되면 자기 직장을 가지게 된다. 처음에는 돈을 아껴보겠다고 부모님 집에서 출퇴근을 시도하지만 1년 정도 지나면 회사 주변에 전세나 월세를 구하기 시작한다. 부모님과 같이 살 때는 잔소리에도 시달리고, 부모님의 인생 조언에 세뇌되지만 부모님과 떨어져서 살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게 된다.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기 위해서는 고요와 적막이 필요한데, 혼자 사는 원룸 집은 조용한 환경을 만들기에 안성맞춤이다.


벌컥! 부모님이 들어올 일도 없고, 차분하게 카페 뮤직을 틀어놓고 일기를 써도 누가 훔쳐볼 염려도 없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삶과 미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물론, 외로움은 따라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확실한 점은 부모님과 떨어져서 살아야 자기 스타일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그것이 또한 부모님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예전부터 아버지께서 ‘너는 외국을 갈 팔자라고 하더라, 평소에 영어 같은 것 신경 쓰고 외국에 나갈 방법을 알아봐바’라는 말을 어릴 적부터 하셨다. 이런 말을 하게 된 이유는 철학관에 근무하시는 인생 코치님의 조언 때문이다. 나의 고등학교 성적에 답답함을 호소하던 부모님이 접 집에 찾아가셨는데, 둘째 아들은 외국에 나갈 팔자고, 외국에서 잘 풀린다고 했다. 그래서 부모님과 같이 살 때는 잊을만하면 ‘너는 외국으로 가야 한다’라는 말을 되풀이하셨다.


예전에는 당연히 ‘크면 외국으로 가야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운명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운명치 고는 영어가 잘 늘지 않았다. 외국에 가서 살 생각하니 외로움이 사무칠 것 같아 거부감마저 들었다. 잠시 1, 2년 살고 오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외국에서 살 생각을 하니 진절머리가 났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철학관에서 나에게 외국으로 가라는 소리는 ‘부모, 형제와 멀리 떨어져 살아라’라는 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운이 좋게(?) 20대, 약 10년 동안 부모님과 떨어져서 살게 되었다. 대학교 시절, 군생활 시절을 합해보니 어연 10년이 되었다. 덕분에 나는 부모님이 바라는 대로의 인생이 아닌 나 스스로 그려가는 삶을 산다. 부모님과 멍하니 텔레비전에 앉아있기보다는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린다. 부모님과 씨름할 시간에 헬스장에 가서 아령과 씨름을 한다. 이때까지는 외국생활을 미래 인생 설계에 넣다 보니 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았는데, 머릿속과 목표에서 외국을 지우니 마음이 편해졌다. 의무감에 뭔가를 하기보다 자발적으로 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건강하고 뛰어난 아이일수록 부모 곁을 일찍 떠난다는 말을 들었다. 부모 곁을 떠나 큰 도시에서 다른 또래들과 경쟁하면서 자신이 어느 정도인지를 겨룬다. 대학교가 집에서 멀어 덕분에 부모님과 분리하게 살게 된 것이 나에게는 참 좋은 기회였다. 말 그대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만큼은 과거와 미래에 머물지 않고 항상 현재에 머물렀다. 물론, 지금과는 다르게 책임질 것이 많이 없었으니까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 집에서 등하교를 하며 대학을 다녔다면 크게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참 감사하고, 감사하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저학년일 때를 떠올리고, 취업하고 나서는 공부할 때를 그리워한다. 50대가 되면 40대를 부러워한다. ‘그때가 좋았지’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늙어간다. 조금만 생각해보니 나의 인생은 항상 좋았다. 지금 좋은 줄 아는 사람이 승자인 듯하다. 지금 내가 가진 것들에 감사하고 만족하려 노력한다. 매일 감사 일기도 쓰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면 감사의 기도도 짧게 올린다. 억지로 열심히 살기보다는 재미를 붙이려고 노력한다. 결국에 해야 되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를 위해서다.


동네 테니스 장을 우연히 지나가게 되었는데 백발의 할아버지께서 집중한 모습으로 테니스를 치고 계셨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늙어서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삶을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때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면 정말 낭패일 것 같다. 그래서 지금부터 열심히 찾아보려 한다. 그리고, 생각만 하지 말고, 잘할 생각 말고 시도해보려 한다. 결국 반복하다 보면 잘하게 될 것이고, 잘하면 재미있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알기 위해서라도 부모와 떨어져야 한다.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면 밖에서 혼자 있는 시간을 늘려서라도 분리되어야 한다. 부모님이 말려도 자취를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어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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