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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Aug 01. 2021

다시 돼지가 되고 싶지 않다.

 군대를 장교로 다녀왔다. 병사는 훈련이 한 달이지만 장교는 훈련이 세 달 남짓이다. 약 100일동안 무지하게 깨진다. 고난과 역경이 장교를 만든다. 군대에 들어가기 전의 나의 몸무게는 딱 99.6kg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늘어난 술자리와 잦은 야식으로 테마주 주가 오르듯 몸무게도 올라갔다. 저항선이 있을 줄 알았는데 금방 전고점을 뚫었고, 금세 0.1톤에 안착했다.


살이 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적정체중으로 많이 벗어나기 시작하면 여기저기 아프다. 나의 경우 비염도 심해지고, 무릎과 허리 통증이 잦았다. 몸도 고통받는 것이다. 잠을 자도 개운하지가 않았다. 살이 찌니 코를 골기 시작했다. 밤늦게 먹고 자니 속도 더부룩해졌다. 20대 초, 중반에는 늦게까지 술 먹고 자도 속이 부대끼지 않았지만, 이제는 여지없이 더부룩한 것이 조금 슬펐다.

물론, 군대 가면 맛있는 음식을 당분간 못 먹는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우겨넣었다. 생각보다 살은 금방 찐다. 덩달아 지갑도 가벼워진다. 배달 음식 값이 꽤 나온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치킨 한 두 마리가 나의 배에 쌓일 때마다 계좌의 잔고는 줄어들어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돈도 못모으고, 살만 찌고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는 격이었다.


군대 훈련은 자연스럽게 몸을 많이 움직인다. 매일 아침 6시에 기상해서 3km를 뛰고, 오후에도 뛰고, 가끔씩은 주말에도 뛴다. 훈련하러 가는 길도 뛴다. 그냥 계속 뛴다. 먹는 것도 제한된다. 음식을 나눠주는 식조와 밥을 좀 더 달라며 실랑이하는 것도 지친다. 나중에는 주는 대로 먹게 된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숨만 쉬고, 하라는 것만 하니 내가 매수한 주식 빠지듯이 쭉쭉 빠졌다. 금방 앞자리가 8로 바뀌었다. 욕심이 났다. 먹는 것을 조금만 더 줄이면 대학교 들어가기 전의 몸무게, 즉 10년 전의 몸무게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결심한 그날부터 밥을 극도로 줄였다. 받은 밥을 반 정도 먹었다. 배가 고프니 밥을 무의식적으로 많이 받았지만 의식적으로 반은 남겼다. 배가 고픈 것도 익숙해지니 꽤 참을만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니 턱선이라는 것이 보였다. 정말 반가웠다. 대신 팔자주름이 생기는 것은 감수해야 된다... 극도로 다이어트를 하니 무리하게 훈련 받은 날은 살짝 어지럽기도 했다.


훈련이 끝나고 집에 돌아갈 때가 되니 15kg이 빠져있었다. 괄목할만한 성과였다. 인생에서 이렇게 성공한 경험이 있었나 싶었다. 그렇게 군생활이 시작되었다. 장교 생활은 보통의 회사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상사와 회식도 잦다. 밤늦게 치킨을 시키기도 쉬운 환경이다. 다시 살이 조금씩 붙었다.


아까웠다. 그렇게 고생해서 뺐는데.. 다시 돼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매일 아침 훈련을 받는 것과 같이 러닝머신을 3km 뛰었다. 그렇게 2년을 유지했다. 슬슬 말년이 다가오니 정신력도 풀리게 되었다. 다시 90kg를 찍으려 했다. 그렇게 전역한 후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살은 점점 더 찌기 시작했다. 다시 턱선은 모습을 감추고, 더운 날 땀도 많아졌다. 자신감도 덩달아 떨어졌다.


이제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아침에 3km 달리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6시에 일어나서 아무 생각 없이 헬스장을 가는 것이 핵심이다. 생각이 많아지면 무조건 다시 잔다. 가는 것은 힘들지만 3km를 달리고 나서는 개운하다. 성취감도 있고, 스스로의 모습에 취한다.



운동을 하면 삶의 활력이 생긴다. 주말 아침 운동을 하지 않으면 오전 시간은 유튜브만 보면서 흘려보낸다. 반면에 운동을 30분만 하고 와도 오전 시간은 세상 알차게 보내게 된다. 운동은 자신감도 선물해준다. 자연스럽게 가슴을 펴면서 걷게 되고 남들이 봐도 당당해진다. 사람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나는 이것을 실제 몸으로 경험했기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두가 운동을 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시 돼지가 되려 하는 나에게 보내는 일침이다. 정신 차리고 싶어서 쓰는 글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한 번 살을 빼봤다는 것이다. 물론, 힘들지만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살을 뺀다면 못할 것이 없다. 주중에는 6시에 일어나 달리기를 하고 출근을 할 것이다.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해결하고, 저녁은 웬만하면 샐러드를 먹을 예정이다. 과식과 야식과 술은 이제 안녕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한 번씩 퍼먹는 치팅데이는 해줘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절대 지속할 수 없음을 잘 안다. 우리 몸과 뇌에 고통을 주면 자꾸 피하려 들기 때문이다.


물론 말은 쉽다. 누구나 계획을 세울 때는 스스로를 과대평가한다. 실제 삶으로 들어가서 매일 달리기와 샐러드를 먹는 일은 고통스럽다. 그런데 고통 없이는 결실도 없지 않은가. 복근 운동 없이 어떻게 식스팩이 생길 것인가. 가을이 오기 전 여름만이라도 노력해보려 한다. 돼지가 되면 불편한 것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심지어 옷도 다 새로 사야 한다)


우리 전세계인의 평생 숙제인 다이어트..

나도 이렇게 시작할 줄은 몰랐으나 이왕 다시 마음먹은 것 포기하지 않고 지속되길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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