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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Aug 07. 2021

뭐가 되겠다는 생각의 함정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부모님이 자식에게 큰 만족을 느끼는 경우는 잘 없다. 비교하기를 좋아하는 우리나라에서 부모님을 만족시켜드리려면 사회가 정한 ‘성공’의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전문직이나 대기업에 들어가서 적절한 나이에 흠이 없는 집안과 결혼도 하고, 적절할 때 아이도 가져야 한다. 아이는 아들 하나, 딸 하나가 가장 이상적이며 결혼한 아내나 남편 되는 사람은 시부모님이나 장모님을 알뜰살뜰 잘 챙겨야 한다. 부모를 만족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10대 때는 부모님의 말이 정답인 줄 알았다. 부모님이 원하는 방향으로 살면 행복이 보장되어 있는 줄 알았다. 20대 때는 부모님도 때로는 불안하고, 때로는 두려움을 느끼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부모님이 시킨 대로 사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30대가 되니 나의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용기도 생겼다.


열심히만 살아온 아버지도 이제 60세가 넘으셨다. 나는 아버지의 뒷모습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 늘 출근하시던 아버지의 뒷모습, 집에 오시면 주말에도 공부하고 책 읽으시던 아버지의 뒷모습 말이다. 그런 아버지는 자식들에게도 꿈, 목표, 노력을 강조하셨다. 아버지 세대는 그런 것들이 미덕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날은 아버지가 그런 말씀을 하셨다. ‘열심히만 산다고 해서 잘 산다는 것도 아니고, 요즘은 공부만 잘한다고 잘 사는 것도 아니더라’

나에게는 꽤나 충격이었다. 하나의 정답만을 강조하던 아버지가 여러 가지 답을 인정하는 모습이 새로웠다. 하나의 가치만을 추구하고, 때로는 강요하던 아버지가 저렇게 말랑말랑한 생각으로 바뀐 것이 신기했다.


나도 아버지 덕분에 ‘열심히, 노력하는’ 것에 익숙하다. 열심히 노력하다 보니 잘 쉬지 못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있을 때면 죄책감마저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두 달 열심히 하다가 제 풀에 지치는 경우도 있고, 번 아웃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이제는 계획을 세울 때 쉬는 것도 고려한다. 꼭 쉬는 시간이나 휴가도 계획표에 적는다. 그래야 잘 쉴 수 있기 때문이다.


뭔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버리기로 했다. 뭔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 내 존재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끼고, 만족할 수 있다. 누구에게 인정받으려 애쓸 필요도 없다. 남들은 나에게 관심이 크게 없기 때문이다. 뭔가 되겠다가 아니라 그저 오늘 하루를 가득 채우기로 마음먹었다. 내게 중요한 가치들을 하루하루 실현하면 그것으로 됐다. 작은 성공들을 맛봤으면 오늘 하루 성공한 날이고, 나는 성공한 인생이다.


헬스를 할 때 무게를 정하고 시작하면 하기 싫을 때가 많다. ‘내가 그 무게를 들 수 있을까’ 스스로 의심도 생긴다. 헬스장을 안 가는 날도 생긴다. 앞으로는 헬스장에 갈 때는 미리 세트 수와 무게를 정하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무게에서 한 개 더한다는 생각으로 운동해볼 생각이다. 그럼 성취감도 더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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