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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Nov 03. 2021

중간관리자의 고민

나도 언젠가 선배가 된다.

군대에서 장교로 복무를 했다. 장교로 군 복무를 하게 되면 20대 중, 후반에 중간관리자를 맛보게 된다. 

중간관리자란 식당이나 카페의 매니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사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알바도 아닌 위치다. 업무의 큰 흐름을 파악하고, 업무를 지시하며 디테일을 살펴야 하는 자리다.


장교를 하게 되면 윗사람보다 챙겨야 할 아랫사람이 많아진다. 부사관도 있고, 병사도 있다.

위에서 원하는 방향과 아래에서 바라는 바가 다르면 중간관리자가 중간에서 중화시켜야 한다. 


중간관리자로 몇 년간 일하면서 느낀 점이 있어 공유하고자 한다. 


첫 번째, 말 100번 하는 것보다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자

이것 해라, 저것 해라 말만 하면 입만 아프다. 요즘 친구들은 강압적으로 말하거나 부당한 일이 있으면 바로 민원을 넣거나 외부 기관에 신고한다. 그래서 말로 지시하기보다 자연스럽게 행동이 일어나게 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일상생활에서도 그 예시를 찾아볼 수 있다. 빨래를 아무 데나 던져놓는 습관은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백번 잔소리하고 말하는 것보다 평소에 외출 후 옷을 어디다 던져 놓는지를 파악한다. 그리고 그곳에 작은 빨래통을 하나 놔두는 것이다.  


사무실이나 복도에 쓰레기를 버리지 맙시다 말만 하지 말고, 평소에 쓰레기가 무단으로 모이는 곳에 쓰레기 통을 작게 하나 만드는 것이다. 

나는 주변 환경이 시끄러우면 일이 잘 되지 않는다. 물론, 나도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지만, 일할 때만큼은 조용했으면 한다. 그런데 우리 사무실에 병사들이 3명 이상 모이면 서로 떠드는 현상을 발견했다. 조용히 하자 말로 한 두 번 해보기도 했지만, 자연스럽게 떠드는 분위기가 형성이 되어 매번 조용히 하라고 말하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사무실에는 칸막이를 설치하고, 병사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따로 휴게실에 조성을 해주었다. 좀 더 편하게 떠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준 것이다. 그랬더니 실제로 내가 원하는 대로 사무실은 조용해졌다. 


확실히 말로 백번 떠드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편이 낫다.


두 번째 업무 현황판을 만들자.

보고는 힘들다. 상사의 기분 따라 난이도도 달라지고, 따로 보고서를 만드는 과정도 시간낭비인 경우가 많다. 또 보고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지 않다면 많이 빼먹는다. 


그래서 업무 현황판을 만들었다. 사실 별건 아니고 화이트 보드판 큰 걸 벽에다 박았다. 그래서 업무 지시할 때도 말로 이것저것 하면 까먹을 테니 화이트 보드판에 야무지게 써넣었다. 


업무 현황판이 생기니 나의 업무 지시도 명확해졌다. 그리고 서로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가 파악되었다. 또한 업무 진행 상태도 파악하기 용이했다. 어느 정도 일이 진행되었는지 계속 닦달할 필요도 사라졌다. 


업무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으니 발생할 수 있는 실수도 미연에 방지가 가능했다. 자연스럽게 크로스체크가 되니 실수가 많이 줄었다. 


또 마지막으로 가장 좋은 점은 일이 끝나는 지점이 명확하여 일이 끝나면 마음 편하게 쉴 수 있었다. 


상급자만 업무를 다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 서로 나누면 시너지 효과도 있다. 덩달아 나만 일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있고, 다들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며 일할 수 있다. 업무 현황판도 효과가 좋다.

 


마지막으로 의무만 강요하지 말고 권리를 챙겨주어야 한다. 


사회는 조금 다르겠지만, 병사의 경우 휴가, 칼퇴, 가점(감점의 반대)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들의 삶의 전부라고 해도 무방하다. 해야 할 의무를 다했다면 누릴 수 있는 권리도 적극적으로 보장해줘야 한다. 일명 꼰대들은 의무만 강요하지, 가지고 있는 권리를 행사하려 할 때 '나 때는'을 외치며 거부한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우리들은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침해되었을 때 분노한다. 월급이 많고 힘든 곳 보다 월급이 조금 아쉽지만 칼퇴하는 직장이 요즘은 더 인기가 많다. 삶과 일의 균형이 중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자율성을 외치는 상사도 많다. 하지만, 휴가는 자율적이게 사용 못하게 하면서 일할 때만 자율성을 외치면 안 된다. 또한, 자율성은 업무 영역을 명확하게 만들어주고 나서 개인이 발휘하는 것이지 무슨 일인지 조차 모른다면 그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좋은 상사는 업무를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사람이고, 누릴 수 있는 권리는 챙겨주는 사람이다.


이렇게 중간관리자를 하면서 좋았던 방법들을 소개해보았다. 자신의 영역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잘 활용한다면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이다. 사업이나 창업하는 사람은 시작부터 관리자고, 회사나 공무원도 시간이 지나면 관리자가 된다. 좋은 선배, 좋은 관리자는 입으로만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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