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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Mar 04. 2022

3년의 군생활 후기


벌써 군 간부로 일한지 3년이 다되어갑니다. 곧 전역이죠. 3년 전 입영했을 때가 생생합니다. 바람냄새도 기억이 나는걸요.


3년 동안 희노애락이 많았습니다. 열심히 했을 때도 있었고, 일 안하고 농땡이 피울 때도 있었죠. 행복하고 보람찰 때도 있었지만, 힘든 때도 있었습니다. 선배에게 모진소리도 가끔 들었습니다. 그래도 지나고 나보니 좋은 추억들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실수할 때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저를 위로해주는 노래는 '이승철의 아마추어'였습니다. 노래 아마추어처럼 우리 인생은 모두 처음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서툰것이 당연합니다.


처음부터 너무 잘하려고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주변을 봐도 군생활 시작부터 잘하려 하면 빨리 지치는 더라고요. 잘하려 하면 몸에 힘이들어가고, 나는 열심히 했는데 남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속상합니다. 제 풀에 지칩니다.

처음부터 잘할 필요는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게 되고 경험이 쌓이면서 일은 자연스럽게 일이 손에 익습니다.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큰그림을 그리면서 일에 흐름이 보일 때가 옵니다. 일 처리 시간도 빨라지고요.  (물론 안그런 사람도 간혹 있지만..)


제 경험상 1년 정도가 지나면 모두 어느정도 수준에는 오르는 것 같습니다. 못해도 세미 프로는 되는 것 같아요. 프로는 한 10년은 일하고 나서 이야기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아예 다른 이야기지요.


후배님들은 입대하고 나서 1년은 버티는 것에 집중하면 좋겠습니다. 물론 우리중에 능력도 뛰어나고 대인관계와 화술이 훌륭하여 마치 인생 2회차인 사람들도 주변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나는 아니지요.


1년은 버티는 것에 집중해보세요. 생존모드를 켜고 말이죠. 밥먹고, 정시에 일어나서 정시 출근 하는 것에 목표를 두는 것입니다. 인생의 기대와 목표 수준을 현저히 낮추는 방법이죠. 하루하루 잘보낸 성취감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붙을 겁니다. 간혹 싫은소리 듣거나 일이 힘들때면 다시 생존모드에 집중하는 겁니다. 밥 잘먹고, 잘 자고, 출근하는 것만 신경쓰는 겁니다. 시간은 출근하면 어떻게든 퇴근시간은 오기 마련입니다.


초급간부로써 군에 들어오게 되면 두 가지 모순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간부로써 중요하고, 의미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 '초급간부라서 파워와 권한도 많이 없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만 하는것 같은 허망함'이죠. 결국은 자부심과 허무함이 두 가지를 균형있게 잘 가져가야 합니다.  


5:5로 똑같은 무게로 가져가면 좋겠지만 때로는 6:3 때로는 7:3처럼 어느 한쪽에 쏠리기 마련입니다. 가끔은 군간부의 뽕에 차기 마련이고, 어떤때는 번아웃과 매너리즘에 빠져 출근조차 하기 싫어질 때가 있습니다.


특히 높을 확률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나는 이렇게 하찮은 일을 하러 온 사람이 아닌데..'

'나는 이런 대접을 받을 사람이 아닌데..'

'나는 조금 더 멋지고, 중요한 일을 할 사람인데..'



그런데 현대 창업주인 정주영도 젊었을 때는 자전거로 쌀을 배달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다른 배달원들이 쉴 때 정주영은 쌀배달집을 청소하고, 더 멀리 가기 위해 자전거를 고쳤다고 합니다. 결국 오늘날의 현대라는 거대한 기업을 일궜지요. 처음부터 모두가 대단하고 멋진 일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시작되고, 해리포터같은 대작도 첫줄, 첫 단어부터 시작합니다.


여러분들이 하는 일은 전혀 하찮지 않습니다. 달리 생각해보면 꼭 필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은 꼭 필요한 소중한 사람입니다. 꼭 균형을 잘 이루시고, 힘들면 생존모드로만 달리십시오. 1년만 버티면 어느정도 잘 하게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올리면서 이 글도, 제 군생활도 마무리하려 합니다. 아모르 파티!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십시오! 인생이 아주 신 레몬을 주면 버릴 생각하지 말고, 그것으로 달콤한 레몬에이드로 바꿔버리는 삶을 살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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