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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Mar 07. 2022

남자는 두 번의 말년을 겪는다

남자는(물론 여자들 중에도 겪는 분들이 존재한다) 두 번의 말년을 경험한다.


첫 번째 말년은 군대 말년이고

두 번째 말년은 인생 말년이다.


나는 지금 첫 번째 말년을 경험 중이다. 보통 남자들의 경우 20대 초반에 군대 말년을 경험하게 된다. 말년 병장일 때는 세상이 자기 발밑에 있는 것처럼 느낀다. 하지만 군 전역을 하고 나서는 다시 이등병이다. 사회에서의 첫 시작은 어쩌면 군대 이등병보다 차갑고 매섭다.


말년이 안 오는 줄 알았다. 간부로 군대를 갔기에 3년 동안 군생활을 했다. 오래도 했다. 처음 군대를 간부로 들어왔을 때 3년은 금방 갈 줄 알았다.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나보다 늦게 들어온 병사들의 전역을 몇 번 보니 3년이라는 시간이 몸으로 느껴졌다.


이제 정말 전역까지 한, 두 달 남았다. 업무를 인계해주고 천천히 전역 준비를 한다. 대부분의 선배들은 전역 준비를 하느라 바빴지만 나는 감사하게도 돌아갈 직장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조급한 마음은 들지 않는다. 조금 더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말년이 되니 주변의 풍경들이 아름답다. 풍경을 눈에라도 찍고 싶어 자주 걷는다. 특히나 군대는 시골에 있어서 조용하다. 운치가 제법 있다. 틈만 나면 노루들이 차로 뛰어든다. 새들은 자동차가 와도 잘 안 비켜준다.. 그래도, 높은 건물이 주변에 없어서 노을을 오래 볼 수 있고, 빛이 주변에 없어 밤에는 별이 쏟아진다. 장관이다.


사람들과도 조금 더 애틋해진다. 그전에는 몰랐다. 주변의 동료들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였는지. 이제 떠날 때가 되니 보인다. 얼마나 내가 좋은 사람들과 같이 일했는가. 나에게 쓴소리, 싫은 소리 했던 사람들도 이제 기억 속에서는 좋은 사람으로 포장된다.


'그 사람도 싫은 소리 하기 싫었겠지..'

'나는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내가 계획했지만 하지 못한 것들이 떠오른다. 지금의 기세로는 다시 돌아간다면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괜스레 더 열심히 살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된다. 자투리 시간도 정말 많고, 마음만 먹으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시간이었다. 3년을 잘 살리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도 든다.


말년은 누구에게나 온다. 영원히 오지 않았을 것 같았는데 온다. 아쉬움의 감정도 크지만 현재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는다.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는 돌아가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두 번째 말년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아마 비슷하게 후회하지 않을까 싶다.


왜 세상의 아름다움을 더 만끽하지 못했을까

왜 주변 사람들을 더 챙기고 살피지 못했을까

왜 열심히 살지 않았을까



'지금'이 중요한 이유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결국은 인생은 지금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지금 좋아야 나중에도 좋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저당 잡히지 말자.


두 번째 말년은 아직 경험하지 못해 보았지만 이제는 어떤 느낌인지 정도는 대강 알겠다. 그래서 더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 오늘부터라도 더 많이 여행하고, 더 열심히 사랑하고, 더 열심히 배려하고, 더 열심히 일할 것이다.


첫 번째 말년은 얼떨떨하다. 후회도 조금 남는다. 처음이라 그렇다 치자.

두 번째 말년은 더 의연했으면 한다. 후회는 최대한 덜어내고 싶다. 웃으며 눈감고 싶다.

첫 번째 말년을 토대 삼아 더 나은 삶을 꿈꾼다.


읏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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