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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Jan 11. 2023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


약 1년전에 부동산 투자를 시작한 친구를 만나고 왔다.


그 친구의 본거지는 '용인'이다.

그래도 친구의 아버지가 대기업 임원까지 하신 분이다.

준재벌처럼 돈이 많은 집은 아니지만 그래도 부족함 없이 자랐다.




재작년에 친구의 형이 결혼을 했다.


용인에 9억짜리 집을 샀다. 지금은 시세가 6억으로 떨어졌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렇게 주변에서 사지말라고 뜯어말렸는데 강행했다고 한다.

내년에는 딸이 또 태어나는데 고민이 많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형수님이 직장을 알아본다고 했다.




친구는 용인에 아파트 두 채를 투자했다.


아직 수익구간인지는 모르겠다.

전세가가 많이 내렸다고 한다.

기존의 세입자가 계약기간 만료로 여름에 나간다고 한다.



제발 계약해주면 안되겠냐 사정사정을 했지만

윗집에 층간소음때문에 못살겠다고 한다.

거진 1억을 마련해야 한다.



친구는 약속끝나고 또 쿠팡을 하러 간다고 한다.

친구도 피부가 꽤 푸석푸석해졌다.







하지만, 그 친구는 긍정적이다.



'본질은 바뀐게 없어. 지금 상황이 힘든 것 뿐이야'라는 친구의 말이 귀에 맴돈다.



내가 바뀐 것도 아니다.

내 선택은 그 당시의 '최선'의 선택이었다.

만약 상황이 좋게 흘러갔더라면(계속 상승장이 이어졌더라면)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큰 돈을 벌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어버렸다.

예전에는 집이 있는것이 부러움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집이 있는게 동정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유주택자, 투자자들은 '괜찮아? 안 힘들어?'라는 말을 듣는다. 상황이 완전히 180도 변했다.

그렇다. 상황만 바뀌었다. 본질은 바뀐게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힘드니까 본질(나)을 탓한다. 상황을 탓해야 하는데.



자존감은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게 인생에서 제일 힘들다.



나의 치부를 인정하고, 세상에 드러내는 건 정말 힘들다.

특히 한국인들은 더 힘들어한다. 남의 눈치를 많이 보기 때문이다.

남들이 뒤에서 내 흉을 볼까봐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바보가 되기 싫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벌어졌는데 어쩌랴.

일단은 자기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과감하게 노출해야 한다.

그러면 마음의 짐은 조금 덜어진다.



상황을 해결해야하는 건 사실 본인의 몫이다.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한다.



어차피 상황은 벌어졌고, 책임지기로 마음먹었다면

괴롭게 하루하루를 살 필요는 없다.



자기 연민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하다. 남들에게는 따듯한 위로와 격려를 아낌없이 보내면서

스스로에게는 한없이 냉철하다.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래 잘했어. 그 때는 그게 최선이었잖아. 지금 상황이 이런 것 뿐이야. 상황은 또 바뀌게 되어있어'



스스로를 다독여야 한다. 슬픔에 너무 오래 젖어있으면 병이 온다.

어찌됐든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괴로움도 습관이다. 자꾸 예전의 선택을 후회하면서 오늘을 괴롭게 사는 것도 습관이다.

쉽지 않겠지만 얼른 버려야 한다.



친구의 말이 또 귀에 맴돈다.

'너는 바뀐 거 없어. 상황이 안 좋아진 것 뿐이야'



맞다.

근데 내가 바뀐 줄 알았다. 그래서 나를 탓했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



이제는 상황탓을 해보려 한다.

그래 상황탓이다. 지금 국제 정세 탓이다. 물론, 내가 그것까지 다 읽고 예상했음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대신, 똑같은 실수만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바보'같은 실수도 한다.

그리고 후회도 한다.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다.



내 안의 바보같은 모습은 어차피 있는 것이고 지울 수 없다.

당연히 있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힘들지만 나도 조금씩 시작해보려 한다.



하다보면 잘 되겠지!

그리고 하다가 또 넘어지면 일어나면 되지!

왜 넘어졌나 고민하지말고! 일어나자!




나도 친구도 그리고 우리 모두도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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