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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Sep 29. 2023

제사 꼭 지내야해요?

성인의 50%가 이번 연휴에 시골, 부모님 집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임시공휴일 덕분에 해외를 가거나 단기알바를 찾았다고 한다.

돈이 있으면 해외 여행

돈이 부족하면 단기 알바... 참 씁쓸한 현실이다.


사실 코로나로 인해 이런 흐름이 빨리 찾아왔다.

코로나 때 부모님 집에 안가버릇하고, 크게 갈등이 생기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이런 문화가 생겨버린 것 같다.

MZ세대의 효율을 중시하는 문화, 합리적이지 않으면 하지 않는 행동들이 합쳐져

예전의 추석, 설날의 모습은 자취를 많이 감추고 있다.


우리 집도 제사를 지낸다. 예전에는 전도 굽고, 수육도 삶고, 나물도 무치고 

정말 왁자지껄했다. 하지만 몇년 전부터는 제사도 다른 친척들과 분리하고,

음식도 많이 하지 않는다. 


왁자지껄한 추석은 이제 없다. 가족끼리 간소하고 조용하게 제사를 지낸다.

사실은 이런 작은 제사도 하지 않았으면 했다.

밖에 나가서 맛있는 식사 한 번 다같이 하면 좋지..

굳이 음식을 만들어가면서까지 제사를 지내야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형적인 MZ세대라고 생각한 나지만, 오늘 그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올해 3월에 사랑하던 할아버지께서 하늘나라로 가셨다.

할아버지가 없는 추석제사는 올해가 처음이었다.


할아버지는 우리를 많이 예뻐하셨다. 

'꿀딴지'라고 허허 웃으시면서 나를 반겨주었다.

나의 배가 꿀딴지처럼 항상 포동포동했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었다.

세상사람들에게는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였지만,

손자와 손녀들에게는 한없이 많이 표현하고, 사랑을 주신 분이다.

그래서 난 할아버지 좋았다.


이번 추석에 할아버지와 같이 밥은 먹지 못했다.

오히려 우리가 제사상을 차려드렸다. 할아버지 혼자 잡수시게 만들었다.

사실 그 전에는 증조 할아버지와 증조 할머니께 제사를 올렸기에 별 감흥이 없었다.

추억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달랐다. 우리는 많은 추억들이 있었다.

할아버지가 평생 부엌에는 안들어가셨지만

손자를 위해서 언제 한 번은 닭똥집을 사오셔서 구워주셨다.

생 닭똥집을 소금 간만 하셔서 구워주셨는데 그 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할아버지와 소주를 거나하게 한 잔 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생각하니 '제사'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왔다.

예전에는 그냥 하는 허례허식 같았는데 이제는 '추모'의 느낌으로 많이 다가왔다.

평소에는 잊고 살다가 추석, 설, 혹은 제삿날에 우리는 돌아가신 분을 떠올린다.


감사했던 것. 죄송했던 것. 내가 실수했던 것들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반성도 한다. 가끔 눈물이 찔끔나기도 한다.

부모에게 잘하자라는 마음도 생긴다. 제사가 주는 순기능같다.


어쩌면 그래서 할아버지도 그렇게 '제사'를 강조하지 않았나..싶다.

그런데 이제 문제는 '여자'들만 음식을 하고 제사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추모는 같이 이뤄져야 한다. 

한 쪽이 고생만하고, 한 쪽은 이익만 취한다면 결코 오래갈 수 없다.


여행이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까지 여행이니

제사도 제사를 준비하는 과정 전체가 추모요, 제사다.

그러니 제사를 없앨 것이 아니라 허레허식은 다 빼고, 음복으로 맛있게 먹을 음식만 사고,

같이 준비해야 한다. 


남자들은 안방에서 텔레비전만 보고 있고, 

여자들만 부엌에서 요리하는 시대는 요즘 정서와 맞지 않다.


오늘 다짐했다. 

제사를 안좋게 볼게 아니다. 제사는 나와 함께했던 사람, 내가 사랑했던 사람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일이다.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일이다. 

하지만, 온 가족 모두가 준비해야 한다. 역할을 나누어서 같이 준비하고 같이 치워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의 전통도 지키고,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도 같이 추억하고,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도 싸우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제사 꼭 지내야 합니까? 물음의 답은 '그렇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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