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부모, 타인의 인정욕구에 대한 글이다.
정답이 너무 오랫동안 안 나오면 질문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
특히 내 안에서 풀리지도 않으면서 응어리져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 번씩 질문을 바꿔줘야 한다.
요새 이상하게 부모님 댁에 다녀오면 기분이 이상하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조금 마음이 무겁다.
항상 '모름지기 사람은 이래야 한다'라는 생각에 갇힌 고리타분한 부모님을 만나고 오면,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무력감을 느낀다. 그 무력감을 느끼고 나서는 아무 말도 하기가 싫다. 그냥 기분이 별로다.
그래... 부모님을 바꿀 수 없다면 나를 바꿔야지..라고 생각을 고쳐먹어본다. 그런데 고집 센 부모에게서 고집 센 자식이 나와버렸다. 나의 생각을 고치기가 더 어렵다. 포기하는 게 더 빠른걸까...?
이런 무력감, 허무함, 우울감은 도대체 어디서 출발한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아마도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 때문일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나의 경우는 그렇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내 마음 한구석에는 이런 질문들이 피어올랐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부모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전문직을 하면,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면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것저것 도전도 많이 해봤다. 덕분에 많은 경험으로 많은 경험치를 쌓을 수 있었다.
조금 더 의연해지고, 조금 더 여유로워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저 질문이 잘못됐다는 것을 안다. 사실 부모 눈에 100% 만족스럽고, 눈에 차는 자식은 거의 없다. 있으면 가상세계에는 있을 것이다. 친형의 경우 전문직이고 자기 사업을 해서 돈을 많이 번다. 그런데 돈을 열심히 번다고 자기 건강에는 소홀하다. 명절 때마다 부모님은 건강으로 잔소리하신다. 돈 그만 벌고 건강이라고 챙기라고 혼내신다(?) 어떻게든 100% 인정받기는 어렵다. 비로소 질문을 바꿔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부모는 나를 인정해줘야 한다'라는 나의 집착, 갈애를 없애야 한다. 부모에게 인정을 받아야만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니 아무리 좋은 일, 잘한 일이라 할지라도 부모 눈에 벗어나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다. 부모는 나를 인정해줘야 한다라는 생각을 놓아야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 것인가로 질문을 바꿔야 한다. 그리고, 내가 만족스럽다면 됐다. 더 이상 볼 것도 없다.
부모의 스타일, 성격은 이때까지 안 바뀌었다. 앞으로도 바뀌기 쉽지 않을 것이다. 계속 부모에게 끌려갈 것인가 아니면 탁 끊고 이제 질문을 바꿔볼 것인가. 선택은 철저하게 본인의 몫이다.
잘못된 질문을 해왔기에 잘못된 답이 나온 건 아닐까?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 부모나 타인의 인정은 필요 없다기보다 해주면 좋다. 딱 그 정도다. 타인의 인정이 들어올 틈이 없도록 스스로 인생을 꽉 채워야 한다. 스스로 채우지 못한 삶의 틈에는 다른 사람의 쓸데없는 목소리가 들어오기 마련이다. 아주 작은 틈으로도 빗물은 들어온다.
정리해 본다. 부모나 타인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내 생각을 바꾸자. 있으면 좋고라는 식의 태도가 필요하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지만 언젠가는 가야 하는 길이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내 인생은 단 하루도 못살고 죽는다. 모두 이런 삶이 바라는 삶은 아닐 것이다.
나부터 바뀌어본다. 이제 부모나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할 때면 '아 내가 또 이 생각에 사로잡혀서 쓸데없는 짓을 하려고 하는구나. 내가 만족스러운지를 생각해 보자!'
내가 쓰는 글, 내가 그리는 그림, 내가 하는 공부, 내가 다니는 직장.. 내 선택에 자부심을 가지고 하루하루 파이팅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