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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주의의 망령

by Sunday

또 한 번 허무주의 망령이 찾아왔다. 수영하고 있을 때였다.

오늘따라 수영을 너무 가기 귀찮았다. 물론 물에 들어가면 너무 시원하고 좋지만 수영장 가는 길이 너무 더웠다. 차를 몰고 가야 하는데 차가 이미 너무 뜨거워서 수영장 가는 길에 다 익을 판이었다.

챗GPT에게 '수영장 갈까 말까'를 물어보았다.

아픈 거 아니면 가라고 했다. 수영모와 수영복을 챙겼다.


수영을 하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가! 퇴근하고 공부하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글 쓰고 그림만 그리면 10년, 20년 후회하지 않을까? 인새를 낭비했다고 후회하는 건 아닐까? 재밌는 거 계속해서 뭐 할까 나중에 허무하지 않을까?' 갑자기 허무함에 빠졌다.


일전에 했던 비슷한 고민이고, 계속 반복하는 고민이다. 고민에도 쉬지 않고 팔을 젓고 발로 물을 찼다.

예전 같았으면 '맞아. 내가 지금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 안 되지. 전문직 준비를 시작하거나 돈을 더 벌 수 있는 직업을 찾아보자. 생산성 있는 것들을 찾아보자'라는 결론을 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좋아하는 거 한다고 후회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것 못하고 남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는 게 시간 지나고 나서는 더 후회할 것이다. 해서 뭐해라고 생각할 것 없다. 어차피 인생은 하루하루의 연속이라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 되는 것이다'라는 결론이 났다.


앞으로도 허무주의 망령은 찾아올 것이다. 그럴 때마다 정신 차려서 잘 떨칠 생각이다.

이런 생각들도 연습하면 더 잘되는 것 같다.


역시 수영장은 막상 가고 나면 기분이 좋다. 후회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이 있다. 시작하기는 힘든데 막상 하면 기분 좋은 것들. 내 기준으로는 수영이 그렇다. 운동이 그렇고, 독서나 공부가 그렇다.

또 막상 후회하는 것들도 있다. 야식이 그렇고 폭식과 폭음등이 그렇다. 할 때는 기분 좋을지 몰라도 꼭 끝나면 기분이 좋지 않다.


할 때 기분도 좋고, 끝날 때 기분도 좋은 것들은 많이 없으니 끝날 때라도 기분이 좋고 나에게 유익한 것들을 인생에서 더욱더 채워 넣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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