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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찌고 나이들면 제일 먼저 바뀌는 것

매력적인 사람이길 포기하는 것

by Sunday

예전에 나는 남들의 매력적인 포인트들을 많이 따라 했다.

매력적인 친구들이 하는 것들을 그대로 복붙 했다.

내가 생각했을 때 좋다고 느낀 것들을 최대한 내 것으로 만들려고 했다.


원래 나는 향수를 뿌리지 않았다. 그런데 대학교 친구가 좋은 향을 풍기며 걸어갔다. 그 길로 인터넷에 '대중적이 남자 향수'를 검색해서 구매했다. 그때 처음 산 향수는 국민 향수인 페라리였다(아는 사람은 안다)


나는 원래 목소리가 크지 않았다. 그런데 대학교 때 한 친구가 질문을 하는 모습을 봤다. 그 친구는 강의실이 울리게 큰 소리로 당당하게 질문을 했다. 멋있어 보였다. 바로 따라 했다. 최대한 큰 목소리를 냈고, 가능한 발음을 정확히 하려고 노력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덕분에 자신감이 많이 붙었고, 다른 친구들도 나를 자신감 있고 당당한 사람으로 보았다.


또 다른 친구는 내가 이야기할 때 작은 농담에도 아주 깔깔 웃는 것이었다. 별 것도 아닌 농담에 진심으로 웃어주는 그 친구가 왜인지 모르게 고맙고 좋았다. 나도 이런 좋은 느낌을 다른 사람에게 주고 싶어서 그 이후로 최대한 눈을 맞추고 정말 재미없지 않은 한 많이 웃는다. 덕분에 내 주위사람들은 나와 대화하는 것을 즐겨한다.


그러다 문득 감자를 깎다가 느꼈다. 예전에는 내가 좋은 것들을 따라 하면서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는데 최근에 피곤하고 귀찮다는 이유로 '좋은 사람'이 되기를 점점 포기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 20대에 비해서 짜증도 많이 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불평불만도 많아졌다. 더 이상 좋은 향기를 내뿜으려 하지도, 필요할 때 당당하게 내 목소리를 내지도,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에 집중하지도 않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나이가 들면서 자아가 강해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기운을 내뿜고, 허리 펴고 당당하게 말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경청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예전에는 매력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모든 것을 포기했다. 이래나 저래나 하루는 흘러가고 출퇴근하는 것만으로도 지치기 때문이다.


조금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때 나는 좀 더 나은 사람, 좋은 사람이 된다. 내면도 꽉 채우고, 외면도 깔끔하게 잘 닦고 다녀야겠다. 살 좀 찌고, 주름살이 생길수록 더 신경 써야 한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도 현대사회에서는 굉장히 중요하다.


다시 한번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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