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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Mar 13. 2020

3살 때, 당신의 인생은 결정되었다.

 우리 아이 진로 고민.....


잘 아시다시피, 조바심이 우리 아이를 망칩니다.

 9개월 차에 '벌떡' 일어나서 걷기 시작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15개월에도 걷지 못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낯가림을 아주 심하게 하는 아이도 있는 반면, 모르는 사람한테도 '씩' 미소 짓는 아이가 있습니다.(^_^)


 이러한 개인차는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우리 아이가 옆집 아이와 비교해서 조금만 늦어져도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걱정을 합니다. 똑같은 씨를 뿌려놔도 꽃으로 결실을 맺는 시간이 모두 다르듯이 사람의 발달에도 개인차는 존재합니다.



 아동의 발달은 보편적인 순서에 따라 일어나기는 합니다. 하지만 속도나 발달의 결과는 개인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발달이 평균적으로 전체 아동의 50% 정도만 수치에 도달한다면 그 수치가 '발달 평균'이 됩니다. 따라서, 표준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그렇게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부모님들의 '조급함'이나' 조바심'이 우리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확실합니다.


우리 집은 아버지, 어머니, 똑똑한 형, 나, 키가 큰 여동생 이렇게 다섯 가족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교수이고, 어머님은 교사입니다. 굉장히 보수적이셨죠.


아버지는 워낙 일을 하시느라 바쁘셨습니다. 자연스럽게 자녀교육은 어머님의 몫이 되었죠. 어머니는 형을 '공부 잘하는 아이'로 만들고 싶어 하셨습니다. 덕분에 둘째인 저는 조금 숨통이 트였지요.^^;;;;


  어머니는 달달달 외우는 데에는 도가 트인 분이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내신과 학력고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지요. 학창 시절 1등을 도맡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자식들도 1등을 하리라 기대했습니다. ‘나도 했는데, 너는 왜 못해’.....? 형의 공부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제 이야기를 잠시 해보죠. 유치원 시절이었죠. 신나게 그날은 친구 집에서 놀았습니다. 몰입해서 놀다 보니 저녁 10시가 다되었지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레고를 쌓고 있었습니다. 한참 후, 시계를 보고 꽥! 비명을 질렀습니다.  집으로 달려갔고, 문을 벌컥! 열었습니다.




 집에 가서 어디를 어떻게 맞을까?라는 고민과 다르게  어머니는 저에게 눈길 한 번 안 주시고 형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형은 그 늦은 시간까지 거실에 있는 피아노를 치고 있었지요. 그 뒤에 팔짱을 낀 상태로 어머니는 고목나무처럼 우두커니 서서 계셨지요. 오른손에는 회초리를 들고요.



 - 여기서는 동시에 '도'와 '솔'을 쳐야지! 실수했으니까 손바닥 대!

 - 엄마, 이제 그만하면 안 돼요?

 - 오늘 할당량은 다 하고 자야지! 얼른 손바닥 내!

 - (찰싹) 이 씨...

힝...


 늦게 들어와서 크게 혼날 것을 예상한 저는 눈치 빠른 둘째답게 자연스럽게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드린 후,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형은 초등학교 때부터 그렇게 컸습니다. 저도 덕분에 눈치는 많이 늘었지요.



 형은 조금 반항적이었지만 곧잘 따라 했습니다. 초, 중, 고등학교 때 줄곧 1등을 하였습니다. 탈도 많고 말도 많았지만 결국 한의대를 진학하고 한의사를 하고 있습니다. 고생이 많았지요. 성인이 되고 나서 형과 술을 한잔했습니다, 형이 학창 시절은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공부했던 이유는 ‘부모님이 너무 무서워서 ‘라고 나지막이 고백했습니다.



 물론, 형의 지금 인생은 행복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의 유년시절은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행복하면 과거는 조금 고통스러워도 되는 걸까요? 그게 정답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유년시절 힘들었지만, 지금 한의사 됐으면 성공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아직도 잘못 생각하시고 계신 겁니다.




 우리가 부모로서, 교사로서, 해야 하는 일은 아이들에게 행복하게 살기 위한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입니다.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지요. 안되면 행복한 추억만이라도 많이 남겨주는 것이 우리의 의무입니다. 유년 시절은 살아가면서 큰 힘이 됩니다. 그 힘으로 때로는 인생을 버티기도 합니다. 그 소중한 유년 시절을 회초리, 억압, 강압, 숙제, 등으로 채워나가서는 안됩니다.




 세 살 때, 제대로 자극을 줘야 한다.


 우리는 말합니다. 뭐 그렇게 어렸을 때부터 무리하냐고.... 그러면 애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무조건 뛰어놀아야 한다고..... 하지만 이런 태도가 정말 무책임한 부모님의 모습입니다. 모차르트의 아버지처럼 세 살 때부터 음악교육을 하라는 말을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영유아기(0세에서 3세)에는 애착을 강하게 형성해줘야 합니다. 세 살 정도부터 몇 년간은 아이에게 몰입해야 합니다. 이때 애정을 주지 않는다면 슬프지만, 높은 확률로 아이는 성격장애가 가지게 됩니다. 물론 커서도 고칠 수 있지만 그때는 굉장히 고통을 겪으면서 고쳐야 합니다. 잘 고쳐지지도 않고요. 세, 네 살 때 남들처럼 집중 교육을 하기 싫으시다면 조건 없는 애정이라도 쏟아야 합니다.


 빛이 없는 동굴에서 태어난 고양이는 시각을 담당하는 세포가 자극을 받지 못해서 평생 앞을 보지 못하고 살아가게 됩니다. 나중에는 시신경이 죽어 되살릴 수도 없습니다. 사람의 뇌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세, 네 살 때 아이의 뇌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부모님은 이때 아이의 뇌의 전등을 켜줘야 합니다.


 아이의 뇌 안에는 여러 개의 방이 있습니다. 운동, 예술, 읽기, 말하기, 듣기... 각 방에는 이름이 있지요. 이때 경험시켜주지 않고, 자극해주지 않으면 아이 뇌 속의 방은 불이 꺼지게 됩니다. 불 꺼진 방은 몇 년 후에는 방 자체가 사라집니다. 결국, 아이의 뇌 속에는 방이 몇 개 남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그리고 중간고사를 보고 부모는 아이에게 '왜 이것밖에 안 되냐', '점수가 왜 이모양이냐'라고 야단을 칩니다. 재료도 많이 안 주고 요리를 하라고 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일종의 폭력이지요.




 조금 안타까운 사연이지만 실제 사연을 하나 소개하려 합니다. 제가 3학년 담임을 맡을 때의 일입니다. 그때 이름이 현동(가명)이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현동이는 어머니와 아버지는 계획하지 않고 현동이를 낳았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축복받지 못하였지요.


 이내 아버지는 폭력을 일삼았고, 결국 이혼하였습니다. 현동이 어머님은 그때부터 알코올에 의존했고, 우울증도 찾아왔습니다. 술을 먹고 나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은 적도 많았습니다. 제가 실제로 집에 찾아가서 현동이를 데려온 적도 많았지요.

 

 현동이는 사실 태어날 때는 정상으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아예 관심도 가지지 않고, 영유아기 때 제대로 자극을 받지 못해, 결국 3학년 정도가 되었을 때는 학습 장애가 생겼습니다. 읽기, 쓰기 능력이 다른 친구들보다 현저하게 떨어져서 발달장애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현동이를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두뇌의 신경세포를 ‘뉴런’이라고 합니다. 그 뉴런들을 연결시키는 것이 시냅스입니다. 발달이 급속하게 이루어지는 3세까지는 시냅스의 형성을 촉진하기 위해 환경적인 자극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3세까지는 전두엽, 두정엽, 후두엽 등 대뇌피질의 모든 부분이 골고루 발달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 편중된 경험이나 학습은 좋지 않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아기의 뇌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뉴런과 시냅스들을 형성합니다. 뇌는 이 아이가 장차 뭐가 필요할지 모르니까요. 그러다가 2세가 되면 시냅스의 수가 절정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다가 점차 자극을 받지 않는 뉴런과 시냅스들은 소멸하게 됩니다. 이것을 전문용어로는 ‘가지치기’라고 합니다. 가지치기를 하는 이유는 신경전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입니다. 그리고 10세까지는 가지치기를 지속합니다. 이처럼 아동의 두뇌발달은 기본적으로 부모님께 받은 머리와 환경과의 상호작용입니다. 부모님에게 받은 것은 정해졌으니, 중요한 것은 어떻게 자극하느냐입니다.




 부모님이랑 상담을 하다 보면 일부 부모는 '애들이 하고 싶은 일 시킬 거예요. 그러니까 어릴 때는 좀 내버려 두고 놀아야 해요'라고 말씀하시고, 크게 교육에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물론 본인의 승진과 진급도 바쁘고, 할 일이 많은 것도 잘 압니다. 그래도 부모님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면 아이들의 최소한의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일단 아이들 뇌 속의 불은 다 켜줘야 합니다. 제대로 자극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커서 자신의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알게 되고,  그 방에 들어가서 '노력'이라는 것을 하게 됩니다. 스스로의 노력 여하에 따라 성취를 하겠지요.

  발달영역을 자극하지 않으면 뇌는 그 기능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아이를 못한다고 무작정 혼내지는 말아야 합니다. 부모님의 탓이니까요. 그때 후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세네 살 때 문은 누구에게나 다 열려있습니다.  불은 한 번 켜놓으면 그 방에 불은 영원히 켜져 있습니다.



 적절한 시기에 자극해주지 않으면 결국 몇 개 안 남은 방 중에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선택해야 합니다. 내 아이의 불은 켤 생각은 안 하고, 옆집 아들의 방에 불이 여러 개 켜져 있는 것을 보고 부러워합니다.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부모님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면  말보다는 지금! 행동으로 움직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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