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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돌

by 까마귀의발

'내 벗이 몇인가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그 더욱 반갑구나

아서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윤선도 오우가 첫구절


원주민 무료쿠폰을 이용하여 케이블카 타고 산봉우리에가서 물을 떠왔다.

물뜨러가는길에 본 스키타는 사람들

사람들은 스키를 타거나 1400미터정도되는 산정에서 보는 경치를 구경하러 주로 왔고 나처럼 배낭에 물통을 가져오는 사람은 보지못했다. 개똥벌레처럼 동류가 잘 없는것이다. 일가를 이룬것이던가

물통은 모두 26리터다

물같은 존재.

그리고 최근에 또 개울에서 돌을 주워왔다. 이번엔 흰 돌이었다. 돌같은 어떤사람.

물이나 돌같은 사람.

점점 더 물과 돌을 닮아가는것 같다.


끊이지않는 물처럼 그리고 묵직한 돌처럼 물을 뜨고 돌을 주워오며 느끼는 것이있다. 돌과 물의 느낌이다.

이들이 가진 맑고 편안한 느낌, 원초적 치유의 힘, 안정된 느낌 등 표현하자면 책을 한권쓸수도 있을것이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대상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함께 시간을 보내는것이다. 돌이나 물도 이해하려면 직접 데려와 만져보고 마셔봐야한다. 물론 그런다고 다 이해되는건 아니지만 이해라는게 이성이 아니라 온몸으로 그리고 자기인생으로 하는 것이라 그렇게해야 약간의 가능성이있다. 이해가 되어갈때 나타나는 현상은 '난 여기에대해 정말 아는바가 없고 이 돌이나 물이 가진 깊이와 세계가 무궁무진하구나' 같은 생각이 드는것이다. 그리고 머리로 이해하려 시도하는건 수박겉핥기 식이라 끝내 맛을 알수없고 진정 이해하고 싶다면 시간을 할애하여 1400미터든 2700미터든 올라가서 마셔보고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선은 무시하고 돌덩이를 배낭에 넣어 데려와서 몇개월쯤 방에서 같이 지내봐야하는 것이다. 난 이렇게 돌과물에 진심인걸 보니 아무래도 물과 돌을 벗함에있어 일가를 이룬것 같다. 돌아 너는 어찌하여 묵직하며 말이없느냐 물아 너는 어찌하여 고정된 형태없이 아래로 흐르느냐 없이 물으며 나아가게된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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