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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캠프를 가진자

by 까마귀의발

사람들은 자신만의 집을 갖는다고 10여년 가까이 죽어라 고생을 해서 겨우겨우 벌집의 한칸같은 자기집을 갖고는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내 생각엔 굳이 그렇게까지 노력해서 콘크리트로된 견고한 집을 가질 필요는 없고 바퀴가 달린 이동식 창고를 한달일해서 구하는게 낫다고 본다. 바퀴가 달리면 건물로 안쳐서 원하는곳 어디든 집을 놓을수가있다. 차에 연결해서 한번씩 이사를 갈수도있다.


다시씀


이어서.


밤이와서 오전에 못다한 글을 써본다. 인생은 짧고 시간은 소중하다. 하루는 금방 지나가버린다. 순진함이나 순수함 같은것은 눈과 같은면이 있어서 삶의 열기에 녹아버리고는 한다. 나는 언제까지 글을 쓸수 있을것인가?

나에게 남아있는 몇프로의 열정과 몇프로의 순수함이 사그러들때 나는 아마도 더이상 펜을 들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좀더 오래 펜을 들거나 핸드폰 자판을 두드리는데에 바퀴가달린 이동식 집이 도움이 될것이다. 콘크리트집처럼 너무 견고하거나 이것저것 다 갖춰지지않고 인디언캠프나 유목민의 이동식 천막집처럼 다소 간소하고 허술하기 때문이다. 바람에 세게불면 집이 흔들릴 것이다. 달이밝으면 달빛이 세어들어올 것이다. 해변가에 세워놓았을땐 바다의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을것이다. 산 도로의 갓길이나 공원, 혹은 오토캠핑장에 세워놨을땐 아침의 새소리와 밤의 고라니나 사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것이다. 비가오면 빗방울이 지붕을 때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릴것이다. 이렇게 바퀴달린 이동식집은 좀더 자연을 느끼기에 한결 유리할 것이다.

이정도만 쓰고 마친다. 끝


나의 강원도 비구름언덕집에서 드디어 캠프의 메인구조물을 이동했다. 창고안의 텐트를 접어서 트렁크에 실은 것이다. 이동식캠프. 지난번 한국의 남쪽끝을 여행해보고 너무 좋아서 다음 캠프는 강원도에서 그곳 목포나 해남, 나주, 장흥 어디쯤에 마련해야겠다 생각했었지만 현실적으로 조금 먼 감이 있어서 조금더 위쪽에 마련하고 남쪽은 한번씩 여행으로 가는게 어떨까싶었다. 차에 최근에 얻은 이 지역 시인분의 시집도 실어놨다. 텐트와 시집과 라면이 있고 어디로든 갈수 있으니 그정도면 충분했다.

누군가 나에게 브런치에 글을 210여개나 쓰고 20여명의 구독자를 가졌으니 '노벨상'을 주겠노라 한다면 난 그런상은 필요없으니 다른작가에게 주라고 말할 것이다. 누군가 지인이 나타나면 이미지관리를 위해 210여개의 글중 '달에는 토끼가 산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안맞고 잘못됐다' '우리는 꿈속일 가능성이있다' 등 몇개의 글만 놔두고 200여개쯤 글을 지우거나 수정하게될지 모르는데 상을 받으면 박제가 된다. 혹은 사람들이 나를 대통령시켜주겠다 한다고해도 난 대통령하면 개인시간이 없으니 안하겠다고 할것이다. 또 누군가 나에게 가령 1조 자산의 회사를 넘겨주겠다 한다면 '그럼 난 당신을 다시 회장(사장)으로 임명할테니 지금 그대로 하라'고 말할것이다. 나에겐 명예라던가 지위라던가 그런것들이 사실 별로 필요가 없는 것이다.

혹자는 그럼 이렇게 물을 것이다. '그럼 라면이랑 쌀이 떨어지면 어떡하나요' '까마귀에게 줄 먹이가 떨어지면 어떡하나요?'

난 답할것이다.

'우리에겐 각자가 삶에서 짊어지거나 견뎌내야할 과제가 있습니다. 그것이 가난이든 고독이든 외로움이든 혹은 때로 어떤 경우엔 삶의 비극과 슬픔과 고통이든 사실 우리에겐 그것을 피할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폭우나 폭설이 내리면 그대로 맞으면서 비바람 눈폭풍 속을 걸어가야하는 시절도 있는 것입니다. 그런 순간이 온다면 저는 피하지 않고 살을 에이는 바람을 맞으며 나아갈 것입니다. 때론 거기다가 굶주린 늑대들이 공격해오기도 하겠지만 저는 그런 밤이면 횃불을 들고 늑대를 쫓으며 어둠속을 걸어나갈 것입니다.'


문: '왜 필요한 집과 돈과 여러가지 물건들을 가지지않나요? 그것들로 당신은 좀더 편하게 당신의 길을 갈수 있지않을까요?'

답 : 삶은 소유의 문제라기보단 존재의 문제이고 무엇을 가졌느냐 혹은 무엇을 받았느냐보단 무엇을 주느냐의 문제입니다. 200만년전 원시인류가 조개껍데기를 1톤쯤 가지고 있어도 삶이 별로 나아지지 않듯, 지금의 사람들도 마당에 장미5천송이를 가졌어도 강남에 빌딩 100채를 가졌어도, 연못가에 텐트치고 놀다 앞에핀 들꽃에게 물한모금 주는 더 나을것입니다


이동식캠프-텐트를 가진 나는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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